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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TheBall May 02. 2023

빠르게 배우는 사람

Fast Learner


어느 날 낯선 회사 임원과의 갑작스러운 점심 식사에서

자네의 장점은 뭔가?라고 하는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고

저는 빠르게 배웁니다라고 하는 밑도 끝도 없는 대답을 했다.


물론 부연 설명을 하자면 

그 상황에 맞춰

(나는 팀을 옮기고, 업무를 전환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빠르게 배웁니다

(그러니 금방 잘할 것입니다)

라는 맥락으로 말한 것이었지만..


뱉어놓고 보니

급박한 상황에서 평소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실제 내가 생각하는 내 장점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게 아닌가 싶었다.


천천히 생각해 보면 빠르게 배운다는 장점은 굉장히 소중한 능력이다. 

스스로의 정의를 내려보자면

방대한 지식에서 체계적이고 선택적으로 주요 골격을 파악해 내는 능력이다.

더 나아가 서로 다른 곳에서 얻어진 지식을 연결하고 응용해 낼 수 있는 능력이다.


빠른 학습자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요소는

강한 의지와 빠른 학습이 필요한 영역에 대한 인지이다.


공부는 엉덩이로 한다지만 나는 엉덩이로 하지 않겠다는 의지.

이 공부에는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인지와 의지가 필요하다. 


이러한 Fast Learning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분야는

방대한 자료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 줄기를 찾아내야 하는 상황이 적합하다.

회사 생활에서 자주 있는 보고 줄기를 잡는 것이나 논문이나 특허를 읽고 핵심을 이해하는 것 같은 것이다. 

반면 영어나 운동과 같은 체득형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영역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그것을 구분하여 접근하는 것도 전략이다. 

60점만 넘어도 되는 문제은행형 자격증 필기 문제들도 무작정 암기하는 영역은 시간 낭비다.


그래서 두 번째 필요한 요소는 학문적인 유연성을 가지는 부분이다.

정도를 고집하지 않고 적절히 스킵하며

대략의 줄기를 먼저 파악하고 그에 따른 상세 내용을 수집하는 방법이다.

알고리즘에서의 깊이 우선 탐색(Depth first search)보다는 

너비 우선 탐색(Breadth first search)에 가깝다.

한국사를 배우며 바로 하나의 이슈에 집중하지 않고, 

연도 표와 지도를 먼저 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되는 것과 같다.

책을 읽을 때도 책의 내용에 따라 목차를 보며 대략의 책 읽기 전략을 세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세 번째로는 요약하기이다.

책을 보던 영화를 보던

그것을 남에게 문단으로, 한 문장으로, 한 단어로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은 연습이 가능하며

머릿속에서 마인드맵을 먼저 그려보면 문장 화가 쉬워진다.

엘리베이터의 60초 짧은 시간 동안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엘리베이터 스피치(Elevator Speech)도 같은 맥락이다. 

책의 내용을 누군가에게 문단으로, 문장으로, 단어로 전달하는 연습을 하면 좋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맥락으로 요약하였는가이다.

머신러닝에서 경사 하강법(Gradient Descent)을 공부하다 보면
지역 최솟값(Local Minima)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굴곡진 라인 그래프에서 우리가 원하는 최솟값(Global Minima)을 찾으려고 
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부분적인 최솟값에 수렴하여 
우리가 원하는 최솟값(핵심)을 못 찾고 엉뚱한 요약을 한다는 의미이다.

책을 읽고 저자가 말하는 큰 줄기는 파악 못한 채 일부 재미로 넣어둔 장치에만 수렴하여

요약하는 행위와 같다. 껍데기보다는 본질 잘 찾아내는 것이 능력이다.

올바른 콘텍스트로 요약하는 것과 빠르게 배우는 것은

예로 들은 머신러닝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목표이며 다루어야 할 대상이다. 


Fast Learning의 마지막 요소는 메모하기가 아닐까 싶다.

메모하는 것은 기억과 요약에도 도움이 되지만

앞서 정의에서 언급한 대로 쉽게 다시 찾고, 다른 것과 연결하고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기적의 학습법 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공부 잘하는 학생의 학습법을 들어보면

정리하여 요약하고 그것을 또 요약하고 정리한다.

핵심은 요약해서 줄어든 그 적은 양의 정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트리 형태로 요약된 정보와 큰 정보가 계층 이미지화 된다는 것이다. 


펜을 들던 타자를 치던

유형의 행위를 통해 남기는 것은

보조적인 기억 방법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어려운 개념 하나가 어떤 것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한번 요약해서 정리한 적이 있다? 없다? 는 기억이 난다.

온라인에 정리한 적이 있다면, 텍스트로 쉽게 검색해 볼 수 있고, 

내용을 보는 순간 정리한 당시의 기억이 통째로 돌아온다.

내용을 요약해서 메모를 한다는 것은 C언어의 포인터 개념과 같다.
내용이 저장되는 실제 공간은 따로 있고,
포인터는 그 실제 공간의 첫 번째 위치 주소 값만을 가지고 있다.
빠르게 배우고 이를 응용하는 사람은 그 개념을 메모라는 것으로 활용한다.


마지막으로,

Fast Learner에 대한 동의어/유의어를 찾아보니 흥미롭다.

https://www.powerthesaurus.org/fast_learner

quick-witted : 두뇌회전이 빠른, 머리가 잘 돌아가는

astute : 약삭빠른, 영악한

autodidactic : 독학의, 독습자

polymathic : 대학자의, 박식가의

sagacious: 현명한

부디 그 영역에서는 빠른 두뇌회전으로 약삭빠르게 독학하는 현명한 대학자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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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Photo by John Camer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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