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생존자 천재피아니스트 소년의 성장기 1_첫 만남
160cm가 채 안 되는 키에 마른 몸. 정말 이 아이가 피아노를 그렇게 잘 친다고?
그나마 멋스럽게 펌을 한 헤어스타일은 아이를 제법 예술가처럼 보이게 했다.
이제 십 대 초반인 연석이는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떠났다.
출생과 동시에, 소위 세상이 말하는 고아가 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글에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낙태 생존자'.
원치 않는 임신이 되는 경우 많은 엄마들은 '낙태'라는 너무나 아프고 어려운 선택 앞에 서게 된다.
하지만, 연석이 엄마는 이 선택 앞에서 아이의 생존을 선택했다. 그리고 연석이를 건강하게 출산해 생존케 했다. 물론 연석이를 키울 자신까지는 없어서 연석이를 이곳 기관에 버리고 떠났지만 말이다.
연석이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나의 역할은 아이에게 국어와 수학을 가르쳐주는 것이었다.
연석이를 입양해서 키우고 있는 기관의 원장님 "엄마, 아빠"는 연석이의 성적에 많은 걱정을 보이셨고, 나는 기꺼이 이 아이를 맡아보겠노라 말씀드렸던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그 기관에 가는데 2시간, 오는데 2시간이 걸릴 줄은 몰랐다..
아이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레벨테스트를 해봐야 했다.
25문항의 수학과 국어 문제지를 아이는 빨리도 풀어냈다. 하지만, 정답은 절 반도 안되었다.
심지어 주관식 문제들은 그냥 '패스' 해 버린 모양새가 역력했다.
"선생님, 저는 객관식만 좋아해요. 그리고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이 별로 멋있어 보이지도 않아요"
대충 답을 찍어 내려간 시험지를 보며 이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난감했다.
그러나 연석이가 사랑하는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라흐마니노프와 드미트리 쉬시킨을 이야기할 때는 눈을 빛낸다. 그 작은 입술에서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내린다. 꿈이 쏟아져 내리는 그 모습이 참 예쁘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 아이를 낳은 엄마는 누구일까. 한 선생님의 봉사로 시작됐다는 피아노 배움이 몇 년 만에 전국대회 피아노 콩쿠르 대회 1등을 연신 거듭하게 만들 정도가 된 천재성은 분명 유전에서 비롯됐으리라. 연석이를 낳은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연석이가 이렇게 천재성을 갖고 있었는지...
오답 수학문제지를 받아 들고 연신 하품하며 고개를 책상에 처박는 연석이가 너무 궁금해졌다.
1. 문제를 끝까지 읽지 않는다
2. 문제를 풀긴 풀돼 문제가 요구하는 마지막 최종 답에 대한 마무리를 하지 않는다.
3. 마이너스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 (왜 숫자가 커지는데 작아지는 건가?를 궁금해했다)
4. 문제를 연습장에 옮겨 적는 과정에 숫자를 틀리기도 한다.
5. 대충 건너뛰며 문제를 푼다.
아이가 문제를 풀어나가는 모습에서 보인 몇 가지 특징들.
황당할 수 있으나, 사실상 그 나이대의 수학을 싫어하는 남자아이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모습이다.
이 아이를 알아가는 과정이 기대가 된다.
수업이 끝나고 인사도 없이 총총 자기의 공간으로 가 버리는 아이를
일부러 큰 소리로 불러 다시 내 앞에 세운다. 정식으로 인사를 시켜본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첫 만남. 나쁘지 않다. 집으로 돌아가는 2시간의 긴 발걸음이 가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