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생존자 천재피아니스트 소년의 성장기 3_반가운 손님
"파닥파닥~"
수업은 한창 진행되고, 아이는 또 여전히 연신 하품을 하고 있었다.
이미 눈은 반쯤 감기고 있고, 매번 반복되는 아이와의 질긴 싸움에 나도 오늘은 유난히 지쳐갔다.
아이를 가르치기에 내가 역부족인 걸까.
잠시의 낙심까지 스쳐지나가자 잠시 쉬는 시간을 줘야겠다 싶은 찰나였다.
정적을 깨고 아이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건 한 마리의 날곤충.
나방이었을까, 나비 었을까.
파닥파닥 거리면서 온 공간을 온몸으로 부딪치며 소리 내고 날아다녔다.
분명 창문은 다 닫혀 있었는데 어디서 들어온 것이었을까.
사실 곤충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모두 싫어하고 무서워함에도 애써 의연한 척해보았다.
"괜찮아 연석아... 좀 있으면 나갈 거야. 창문 살짝 열어두자"
하지만, 전혀 의미가 없는 듯했다.
아이의 눈과 오감(五感)은 이미 곤충에 집중돼 있었다.
"선생님, 선생님... 저번에도 말 벌 한 마리가 에어컨을 통해 들어왔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거 아닐까요"
종알종알... 공부하기 싫었던 찰나에 아주 반가운 손님을 만난 듯 신이 나 있었다.
에어컨 실외기를 통해 벌레가 들어올 수 있다는 말을 정말 믿을 뻔 한 순간이다.
집중을 시켜 보려 했지만 신경 쓰이는 건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책을 덮었다.
"잠시 쉬면서 내보내 보자" 이야기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는 책상 위로 올라섰다.
이 책상 저 책상을 뛰어넘으며 아이는 파닥이는 곤충과의 한판 승부를 벌이기 시작했다.
"선생님, 창문으로 내보내 볼게요. 걱정 마세요"
사실은, 내심 무서워하고 있었던 나의 속내를 들킨 듯 해 얼굴이 살짝 뜨거워진다.
책상을 넘어 뛰어 다니며 곤충을 따라다니는 아이의 모습에서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엿보인다.
작고 가벼운 아이의 통통 튀는 움직임은 멋진 왈츠였다.
아이는 온몸 그 자체로도 피아니스트인 천재가 맞았다.
눈이 부셨다.
아름다웠다.
작은 날개를 파닥이는 곤충도, 그 곤충과 함께 뛰는 아이도...
나는 이렇게 살아 있노라. 존재감을 맘껏 드러내고 있다.
태어나 처음으로 곤충이 아름답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그렇게 벌레를 따라다니던 아이가 투명한 유리창에 계속 몸을 부딪치는 벌레를 보며 외쳤다.
"선생님... 이 벌레 진짜 창 밖으로 나가고 싶나 봐요. 내보내주고 싶어요"
그래... 너도 그러하겠지.
생명이 넘치는 너도 온몸으로 부딪치며 몸부림치다가 결국은 넓은 세상으로 나가겠지.
지금의 너의 한숨, 고민, 허기들, 하기 싫은 것을 마주해야 하는 고통.
이 모든 것을 결국 이겨내며 저 넓은 세상으로 나가겠지.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생명이 있기에
고통도, 아픔도, 슬픔도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옆에서 보며 함께 할 수 있어 값지다.
아이가 온몸을 맘껏 부딪쳐 볼 수 있는 세상을 향한 유리창
그 완충재가 기꺼이 되어주고 싶노라 되내인다.
문득 감사했다.
그 귀하고 아름다운 생명을 연석이에게 준 이에게,
연석이를 결국 지켜내 이 세상에 보내준 이에게,
지금 성장하는 연석이의 모든 성장통과 함께 하고 있는 이들에게.
아이의 환호성이 현실로 나를 다시 데려온다.
결국 창밖으로 곤충을 내보내고 신나하는 연석이.
너.
그렇게 마음껏 자유해라. 마음껏 아름다워라. 마음껏 너 다워라.
그렇게 아름다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