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추격전
밤의 장막을 가로지르는 뿔피리 울음이
맹독을 품은 송곳니처럼 도시의 혈관을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평온했던 달빛의 연주는 불길한 불협화음으로 뒤틀렸고,
도시는 거대한 맹수의 입처럼
릴리를 향해 검은 이빨을 드러내었습니다.
잿빛 깃털 아래 감춰진 릴리의 마음은
기와지붕의 서늘한 감촉만큼이나 차갑게 식어가고,
달빛의 물결이 넘실대던 도시는
붉은 횃불들이 맹렬하게 휘몰아치는
화염의 수렁으로 변했습니다.
그녀의 시선 아래 펼쳐진 도시는,
이제 촘촘한 검은 실로 엮인 거대한 거미줄처럼 보였습니다.
모든 골목은 날카로운 발톱을 숨긴 채 그녀를 응시하고,
모든 창문은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매의 눈처럼
그녀를 노려보는 것만 같았지요.
'순간 방심했어. 하필 달빛 가장 밝은 곳에 서있다가..
들켜버리다니…'
얼음 조각 같은 자책감이 가슴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릴리의 뒤를 쫓고 있는 검은 그림자들이
어느새 지붕 위로 올라왔기에,
더 이상의 망설임은 사치였습니다.
릴리는 낮은 자세로 몸을 웅크리더니,
소리 없는 칼날 바람처럼 지붕의 능선을 내달렸습니다.
뾰족한 첨탑은 날 세운 이빨처럼,
딱딱한 지붕은 숨어있는 맹수의 등줄기처럼,
검은 굴뚝은 심연으로 향하는 푯대처럼 다가왔습니다.
등 뒤의 밤하늘에선,
도시의 붉은 눈동자가 거대한 맹수처럼
깜빡이며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어둠에 녹아든 그들의 윤곽은
검은 물감을 흘린 듯 희미했지만,
그 집요함은 릴리의 등 뒤에 달라붙은 그림자 같았습니다.
그녀의 뒤를 쫓는 것은 단순한 순찰대가 아니었습니다.
카르가 자랑하는 정예 추격 부대,
날렵한 족제비들로 이루어진 '비늘이빨단'.
그들은 지붕을 평지처럼 달렸고,
갈고리가 달린 밧줄을 허공에 던져
건물과 건물 사이를 번개처럼 건너뛰었습니다.
릴리가 뾰족한 첨탑 뒤로 몸을 숨기면,
그들은 양쪽으로 나뉘어 포위망을 좁혀왔습니다.
그들의 움직임은 굶주린 늑대 떼처럼 조직적이고 무자비했습니다.
기왓장이 깨지는 파열음과
쇠 갈고리로 벽을 긁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섬뜩한 메아리처럼 릴리의 등 뒤를 계속 쫓았습니다!!
한편, 땅 밑의 세계는
또 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끈적한 어둠과 코를 찌르는 썩은 물의 악취.
그리고 정체 모를 기척만이 감도는 하수도.
리나와 바르크, 벨라는 숨 막히는 통로 속,
축축한 벽에 몸을 의지한 채 나아갔습니다.
머리 위 콘크리트 바닥을 두들기는 둔탁한 발소리는,
마치 거대한 망치가 그들의
마지막 안식처를 부수려는 듯 강하게 울렸습니다.
"이런… 저 녀석들, 완전히 작정하고 덤비는군!"
바르크의 굵직한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으르렁거렸습니다.
그는 어두운 하수구 통로를 향해 분노에 찬 눈빛을 번뜩였습니다.
바로 그때, 등 뒤 어둠 속에서 질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것은 분명 발소리였습니다.
은밀하지만, 빠르게 그들에게 다가오는… 어떤 발소리들.
"뒤에… 뭔가 와!"
벨라의 목소리는 긴장으로 바짝 말라 있었습니다.
좁은 하수도에서 그 끈질긴 추격자들을 피할 곳은 없었습니다.
"뛰어!!"
리나는 이를 악물고 앞장섰습니다. 미로처럼 얽힌 하수도 통로를 따라,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공포에 쫓기듯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발밑의 썩은 물이 격렬하게 튀어 올랐고,
어둠 속에서 끊임없이 추격하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습니다.
머리 위에서 울리는 육중한 발소리가
그들의 심장을 쿵쿵 내리찍는 듯했습니다.
위와 아래,
모든 것이 적으로 가득한 절망의 순간,
고막을 찢는 굉음과 함께,
그들이 지나온 길과 나아갈 길 양쪽에서
거대한 강철 수문이 동시에 떨어졌습니다.
자경단은 순식간에 독 안에 든 쥐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럴 수가! 함정이야!"
바르크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사방의 벽에 뚫린 수십 개의 배수구에서 흙탕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차갑고 악취 나는 물이 순식간에
발목을 넘어 무릎까지 차올랐습니다.
"저기! 저 문이야!"
리나가 가리킨 곳에는 녹슨 톱니바퀴와
기어들로 복잡하게 얽힌 거대한 원형의 강철 문이 있었습니다.
탈출구는 오직 저곳뿐.
하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요.
"내가 연다!" 바르크가 달려들어
육중한 톱니바퀴 하나를 붙잡고 온 힘을 다해 돌리려 했지만,
톱니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녹이 슬어서…!"
"그냥 녹이 아니야, 바르크!" 벨라가 소리쳤습니다.
그녀는 물속에 손을 넣어 기어를 만져보았습니다.
"이건 '강철이끼'야!
물을 만나면 더욱 단단해지는 균사체라고!
내 약초 주머니에 이걸 녹일 용액이 있어!"
"시간이 없어! 벨라, 서둘러!
내가 저기 위에 밸브도 움직여 볼게!"
리나가 다급하게 소리쳤습니다.
세 사람이 각자의 역할에 따라 필사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르크가 거대한 핸들을 붙잡고, 벨라가 약초 용액으로 이끼를 녹이는 동안,
리나는 미끄러운 벽을 타고 올라가 밸브를 향해 손을 뻗었습니다.
계속 물이 불어나 어느새 허리 밑까지 차올랐습니다.
"세상에…! 서둘러, 모두들!"
리나의 손끝이 마침내 밸브에 닿았고,
벨라의 용액이 마지막 이끼를 녹여냈습니다.
"지금이야, 바르크!"
바르크가 포효하며 핸들을 돌리자,
거대한 강철 문이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며
아주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틈으로 흙탕물이 미친 듯이 빨려 들어갔고,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자
세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습니다.
"후우우..."
숨을 몰아쉬는 소리만이 텅 빈 공간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한편, 루칸은 보초들을 잠들게 한 뒤,
어딘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림자로 불리는 전문가 루칸의 눈으로 보았을 때,
보초들의 위치가 기이할 정도로 어설펐습니다.
너무도 쉽게 제압할 수 있도록,
마치 '여기로 와서 나를 처리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듯한 배치였지요.
루칸이 의심 속에서 쓰러진 보초의 옷깃을 들춰보는 순간,
보초들은 미끼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임무는 제압당하는 것,
그리고 제압한 상대에게 '표식'을 남기는 것이었습니다.
루칸이 그들을 건드린 순간,
그의 몸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추적 향이 묻어버린 것입니다.
깨달음과 동시에,
온 도시를 뒤흔드는 뿔피리 소리가 밤의 장막을 찢었습니다.
릴리가 발각된 것이었습니다!
그 소리는 함정의 마지막 빗장이 채워지는 소리나 다름없었습니다.
동료들과 합류할 길은 그렇게 끊겨버렸습니다.
루칸은 본능적으로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그러나 그림자보다 짙은 어둠 속에 숨어도,
지워지지 않는 향기가 그의 위치를 고발했습니다.
냄새를 맡은 족제비들이 사방에서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오직 자경단의 '그림자'를 잡기 위해
카르가 개인적으로 준비해 둔 맞춤 함정이었습니다.
그림자 사냥꾼 루칸은,
이제 사냥감으로 전락해 있었습니다.
그는 도시의 어둠을 능숙하게 헤쳐 나갔지만,
마치 그가 움직이는 모든 발자국을 읽기라도 한 듯,
비늘이빨단의 그림자들이 끈질기게 그의 뒤를 밟았습니다.
좁은 골목길, 닫힌 상점들의 굳게 닫힌 문 뒤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시선,
어둠 속에 숨어 그를 기다리는 듯한 불길한 침묵.
그것은 단순한 추격이 아니었습니다.
그물처럼 촘촘하게 짜인 카르의 함정이었습니다.
마침내, 그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습니다.
양쪽으로는 높다란 벽이 솟아 있었고,
뒤로는 이미 여러 명의 비늘이빨단이 굳건히 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등 뒤에서는 비늘이빨단이 포위망을 좁혀오고,
양옆과 머리 위 지붕에서도 번뜩이는 칼날들이
그의 모든 퇴로를 겨누고 있었습니다.
'여기까지인가….'
루칸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걸렸습니다.
처음으로 느끼는 완전한 절망.
그가 허리춤의 단검을 고쳐 쥐며
결사의 각오를 다지던 순간,
어딘가, 도시의 심장에서 울리는 듯한
장중한 나팔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릴리를 쫓던 소란스러운 뿔피리와는 격이 다른,
생전 처음 듣는 소리였습니다.
그 소리가 울린 순간, 그를 겨누던
모든 칼날과 시선이 거짓말처럼 한 곳으로 향했습니다.
루칸은 그 찰나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가지고 있었던 연막탄을 바닥에 터뜨렸고,
자욱한 연기가 퍼지는 동시에
지붕 위를 향해 와이어를 발사했습니다.
혼란에 빠진 추격자 하나를 끌어내려 방패 삼아,
총알처럼 어둠 속으로 다시 몸을 숨겼습니다.
도시의 심장,
가장 높은 첨탑에 자리한 시장의 집무실.
그곳에서 '카르'는 와인잔을 흔들며
발아래의 혼돈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붉은 포도주가 담긴 잔 위로,
횃불과 비명으로 물든 도시의 풍경이 어른거렸습니다.
그의 입가에 걸린 것은 얼음 조각 같은 미소였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만만한 기대가 담겨 있었습니다.
머나먼 숲으로 원정을 떠났던 '붉은발톱군단'.
그들의 귀환을 알리는 장중한 깃발이 성벽에 오르자,
도시는 이전보다 훨씬 더 위험한 곳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카르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변수가 하나 생겼습니다.
그 나팔 소리가 만든 찰나의 균열을 한 사내가 놓치지 않았다는 것.
연막이 짙은 안개처럼 골목을 삼키는 사이,
루칸은 유령처럼 포위망을 빠져나와
도시의 더 깊고 어두운 혈관 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추격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몸에 새겨진 저주 같은 향기는
그가 어디에 있든 위치를 고발했으니까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레이스.
루칸은 오직 그림자 사냥꾼의 본능에만 의지해 움직였습니다.
눅눅한 하수도관을 기고, 역한 쓰레기 더미에 몸을 묻기도 했습니다.
틈틈이 훔친 기름을 온몸에 발라 지독한 향을 덮어보려 애썼지요.
단 한순간의 휴식, 단 한 조각의 정보가 절실했습니다.
루칸은 결국 온몸에 묻은 추적의 향기를 없애고
도시 외곽의 낡은 무기 정비소 지붕 아래,
썩은 들보 위에 몸을 숨기는 데 성공했습니다.
밑에서는 비늘이빨단 간부처럼 보이는
족제비 두 명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루칸은 숨을 죽이고,
그들의 대화에 모든 감각을 집중했습니다.
"젠장, 이게 무슨 난리야!
'붉은발톱' 놈들까지 설쳐대니 발 디딜 틈도 없잖아.
대체 뭘 찾는다고 온 숲을 이 잡듯 뒤지고 온 거야?"
다른 족제비가 목소리를 낮추며 속삭였습니다.
"쉬, 조용히 해! 뭐긴 뭐겠어? '숲의 심장'이지.
루인 대장도 숲에서 그걸 못 찾아서
카르 님께서 단단히 화가 나셨다더군."
"숲의 심장? 그 전설이 진짜였단 말이야?"
"전설이라니! 듣자 하니,
그게 시장님의 '기억 제거 프로토콜'을 되돌릴 유일한 해독제래.
그게 있으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고…."
듣고 있던 족제비가 침을 꼴깍 삼켰습니다.
그가 주위를 살피더니, 더욱 은밀하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그게 어떻게 생겼다고?"
"기밀문서에 그려진 걸 슬쩍 봤는데, 웃기게도…
그냥 '도토리 모양으로 깎은 돌멩이'처럼 생겼다더군."
도토리 모양의 돌멩이.
그 단어가 루칸의 뇌리에 박히는 순간,
그의 눈앞에서 세상이 번쩍이는 것 같았습니다.
토리가 자주 품속에서 꺼내 손에 올려놓고 보았던,
… 매끈하게 닳아 반짝이던,
영락없는 도토리 모양의 돌멩이.
'어릴 적 친구 솔이가 준 마지막 생일 선물'
이라며 아련한 얼굴로 미소 짓던 토리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무심히 지나쳤던 그 기억의 파편이,
이제는 천둥처럼 루칸의 머릿속을 강타했습니다.
리나와 동료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그들은 지금, 그저 '남편이자 동료'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작전을 계속하고 있을 터였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정황상, 분명
카르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만약 알았다면,
이 도시가 지금처럼 어설프게 소란스러울 리 없을 테니까.
'맙소사….'
루칸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심장이 처음으로, 추격의 공포가 아닌
진실의 무게감으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토리는 그냥 단순한 인질이 아니었습니다.
이 모든 전쟁의 핵이 토리의 품 안에 있었습니다.
만약 토리에게 있는 '숲의 심장'이 카르의 손에 넘어가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희망의 구출이 아닌, 종말의 시작이 될 터였습니다.
루칸의 눈빛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롭게 빛났습니다.
지금까지는 살아남기 위해 숨었지만,
이제는 알리기 위해 달려야만 했습니다.
그의 목표는 더 이상 생존이나 탈출이 아니었습니다.
'리나 대장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루칸은 썩은 들보 위에서 소리 없이 몸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이제, 시간과 경주하는 하나의 절박한 화살 같았습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지붕을 따라가며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카르는 아직 몰랐습니다.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는 '숲의 심장'이,
자신의 군단이 '밤 소지죄'라는 하찮은 죄목으로 잡아들인,
순진한 다람쥐의 품 안에서 조용히 온기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다음 편 '그림자 동맹과 반격의 서막'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