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발굴하는 하루

한 사람의 시간 고고학

by 아르망

일곱 밤의 고단함이 퇴적물처럼 눌어붙은 방.

이 두터운 지층 아래,

고요히 잠들어버린 나만의 유적지.


낡은 탐사복 단단히 여미고

잊혀진 시간을 발굴하는

고독한 고고학자.


청소기는 웅웅거리는 탐사 장비

지층의 균열 샅샅이 훑어내고,


먼지떨이는 유물 다루는 붓

묻혀있던 계절 드러낸다.


무언가를

덜어낼수록
자꾸만 멈추는 손.


먼지 쌓인 잔해 사이

사진 한 장
걸려오고


빛바랜 웃음은
그 사이에
화석처럼 남아 있다.


소파 밑 어둠 속

짝 잃은 양말은

돌아오지 못한 어느 오후의 조각.


우뚝 선 스웨터 한 벌은

추운 겨울을 견뎌낸

문명의 깃발.


무너진 성벽의 잔해처럼

서로 어깨를 기댄 채

고요히 잠들어 있는 빨래들.


빛이 닿지 않는 서랍의 밑바닥

누렇게 바랜 영수증

고대 파피루스처럼 바스러질 때


잊혀진 왕조의 비밀을 엿보듯


나는

잠시

그 자리에 멈춘다.


창틀에 눈송이처럼 내려앉은 먼지는

긴 여행 끝에 닿은

어느 사막의 모래였을까.


흐릿했던 창문은 상형문자판처럼

이 순간의 햇살을 정성스레 받아 적고,

그 너머로 일렁이는 세상은

방금 눈을 뜬 신대륙처럼 눈부시다.


영원처럼 묻혀 있다

마침내 드러나는 마루의 얼굴.


오늘,
나는 끝내
잊혀진 나를 발굴해냈다.


어제의 먼지를 털어낸 자리마다

비로소 시간은 숨을 쉬고,


시간이 닿는 자리마다

오늘이

제 자리를 찾아 앉는다.


이제야,

제 이름으로.



일주일의 피로가 퇴적물처럼 쌓여갈 때,

제 자신도 깊은 아래층으로

가라앉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먼지는 사물 위에만 쌓이는 것이 아니라

시간 위에도, 마음 위에도 가만히 내려앉는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 먼지에 가려졌던 소중한 것들을

다시 드러내기 위해

발굴복을 입은 고고학자의 마음으로

집안 구석구석을 훑으며,

묻혀 있던 지난 웃음과 애틋한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 보았습니다.


먼지를 털어낼수록 지나온 날들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고,

그 길의 끝에서

저는 다시 '오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청소란 소중한 것들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온화한 복원 작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발굴 끝에 남은 것은

깨끗해진 집만이 아니었으니까요.


지나온 계절의 먼지를 털어낸 자리에,

막 드러난 얼굴을 한

오늘이

어느새 조용히,

곁에 와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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