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창문에 비친 두 사람
골목마다
노란 가로등 불빛
잘 익은 과일처럼
밤의 가지마다 맺혔다.
긴 정적의 단내
서서히 번져갈 무렵,
버스는 가로등 아래
잠시 고여 있다 흩어진
빛의 자국들 밟으며
아직 마르지 않은
밤의 골목 가로질러
집으로,
혹은 더 깊은 고독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그때,
창문이 나를 먼저 불러 세웠다.
차창 투명한 피부 위로
내려앉은 그림자 하나.
뒤엉킨 빛의 파편들
흩어지는 그 사이,
오래전 길 잃은
어린 눈동자 고여 있다.
얇게 고인 밤의 호수 위
겹쳐진 얼굴의 뺨,
가만히 손끝으로 문질러본다.
그곳에는 무거운 외투 입은
내가 있고,
끝내 제대로 적어두지 못한
빛바랜 문장 속 아이가 있다.
노란 불빛들
혜성처럼 스쳐 갈 때마다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묻듯
아주 잠깐 겹쳐졌다가,
이내
서로가 갈 수 없는 시간의 반대편으로
다시 멀어져 간다.
아직,
그곳에 있었구나.
닿지 않을 안부
인사라는 말에
꾹꾹 눌러 담는 사이,
버스는
한 정거장 더
기억을 태운 채 흘러간다.
덜컹이며 멈춰 선 차창 밖.
환상은 흩어지고
컴컴한 정적 위에
주머니 안
작은 손 하나
아직 따뜻하다.
잉크처럼 번져 버린 밤의 길목
한참이나 지켜보다가
오늘의 나에게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늦은 밤, 집으로 향하는 버스 창가에 기대어 앉아 있었습니다.
덜컹이는 차창 밖으로 무르익은 불빛들이 흘러가던 시간이었지요.
가끔은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이 너무 낯설어,
손끝으로 몇 번이나 그 윤곽을 문질러 보게 되는 밤이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그 낯선 얼굴 뒤편으로,
영영 따라 읽지 못할 줄 알았던
어린 날의 눈동자가 조용히 고여 있는 것을 발견하곤 하지요.
노란 불빛이 웅덩이처럼 고인 길을 건너며,
저는 주머니 속에 오래 숨겨두었던 마음들을 더듬어 봅니다.
납덩이처럼 가라앉은 생각들이
낡은 동전처럼 서로 부딪히면서 위로의 소리를 내기도 하고,
등 뒤에서는 무슨 말인지도 모를
순수한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밤을 두드립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비눗방울처럼 날아가 터지는 투명한 기쁨들이
잠시, 이 밤을 환하게 흔들어 놓습니다.
그 눈부신 가벼움에 마음을 기대다 보면,
어느새 버스는 제가 놓쳐버린 시간의 골목마다
마음을 멈춰 세우곤 하지요.
이 시는 닿을 수 없는 시간의 반대편에 서 있는 어린 날의 저에게,
아주 짧은 안부를 건네고 싶었던 어느 밤의 기록입니다.
노란 불빛으로 번지는 창가에서,
오늘은 마음 하나쯤
한 정거장 더 태워 보내도 괜찮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