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은 눈처럼 내린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by 아르망

아침이 오면
우리는

저마다의 어둠 하나씩

발밑에 끌고 나온다


처음에는
햇살 아래 찍힌

새의 발자국만큼

짧다

깃털처럼

가볍다


하루가 자라날수록
그림자도 함께 길어진다

저녁이 되면

등 뒤에

기나긴 하루

서 있다

발치에

길게 누운

검은 나무

한 그루


말하지 못한 한숨들

가지 끝에서

조금씩

잎을 틔운다


달이

가만히

내려다본다


무거운 나무 하나씩

지고 잠든

우리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조금씩

제 몸을 깎아


작은 빛의 알갱이들

꿈속으로

가만가만

떨어뜨린다


그날 밤

어떤 마음은

조금 덜 무겁고


어떤 눈물은

조금 늦게

떨어진다


날이 갈수록

달이

조금씩

야위어 간다


둥글던 어깨가

반쯤

사라지고


반달

초승


마침내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가느다란 숨 하나

밤하늘에

걸려 있다


그때

가만히

지켜보던 별들


하나


자리를 옮겨

앉는다


작은 빛들 모여

비어 버린

달의 마음

채운다


조용히

아주 조금씩


마치

부서진 그릇

빛으로

이어 붙이듯


별이 닳으면

달이

채우고


달이 비면

별이

모인다


어떤 밤에는

별이

유난히

넘쳐흐르고


어떤 밤에는

달이

참으로

깊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빛으로

밤을

이어 붙이며

살아간다


오늘도

작은 달빛

조금씩 떼어

세상으로 보낸다


소복

소복

지붕 위에

나무 가지 위에

잠든 이들 마음 위에

잘게 부서진 달빛

하얀 꿈으로

천천히 쌓인다


달빛 하나
힘들었지

달빛 둘
괜찮아

달빛 셋
다 알아

달빛 넷
꼭 안아줄게


달빛이

눈처럼 오는 밤이면

잠결에

아무도 모르게

작은 미소 하나

하얗게

피어난다


고단한 꿈길 위

어디선가

아주 조용히


어둠이 깊어질수록

빛은

더 많은 마음에

스며든다



밤하늘을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달은 조금씩 닳고
별들은 흩어졌다가
다시 모여들었습니다.


그 고요한 움직임을 바라보다가
문득 알게 되었습니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빛은 더 또렷해진다는 것을요.


어쩌면 어둠이 짙어질 때마다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는
작은 빛 하나가
다시 태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에는 말없이
서로를 채워 주는 빛들이 있지요.


우리가 잠든 사이에도
밤새 밤하늘을 밝히는 달빛과 별빛처럼요.


혼자서는 이겨낼 수 없는 긴 밤을,

서로의 어깨를 빌려주며 기어이 환한 아침으로 이끄는 빛의 손길들.

달이 야위면 별이 다가오듯,

누군가의 시린 빈자리를 가만히 끌어안는 별 같은 마음들이 우리 곁에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일도 그와 같겠지요.

혼자 밝히는 빛은 외롭지만,

서로가 함께 밝히는 빛은 결코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저마다의 밤을 지나

서로의 빛으로

서로의 어둠을
조용히 밝혀 주며

다시 아침으로

걸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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