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버린 색깔과 새로운 여정
세상은 너무나 넓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온통 무채색이었습니다.
결국 색깔은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색을 아무리 입혀도 눈앞에 보이는 곳도, 저 멀리 보이는 곳도
온통 무채색뿐인 세상이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설렘으로 잠들지 않았습니다.
내일도 끝없이 색을 입힐 생각을 하니 한숨이 나왔습니다.
이제는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이 되자, 색깔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다시 색을 입히러 다녔습니다.
이제는 마음에 아무런 감동과 기쁨도, 설렘도 없었습니다.
그저 습관적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닐 뿐이었습니다.
지친 어느 날 오후, 색깔은 길을 가다가 물소리를 들었습니다.
눈을 들어 보니 저 앞에 강물이 흐르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색깔은 흐르는 강물 옆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자신이 처음에 어떻게 태어났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렇게 매일 세상에 색을 입히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을 생각에 잠겨 앉아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물 흐르는 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들이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고개를 들어 강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바로 그때, 흐르는 강물에서 물방울들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색깔은 깜짝 놀라며 물었습니다.
'너희들은 어디로 가니?'
물방울들이 설레는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응, 우리는 저 위에 하늘로 가고 있어.'
'왜 하늘로 가는데?'
'맨날 흐르는 물로만 다니니깐 지겹고 심심해.
저 하늘로 가면 경치도 좋고 여기서 볼 수 없는 것들을 많이 볼 수 있대.
아마 환상적인 곳일 거야! 그래서 가는 거야.'
그렇게 물방울들은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하늘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색깔은 하늘 높이 날아가는 물방울들을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문득 색깔은 지금까지 땅으로만 다니며 색을 입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늘도 온통 무채색이었지만 눈앞에 보이는 땅에만 색을 입히러 다니느라
위를 올려다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좋아, 그럼 나도 가볼 테야. 그럼 그동안 나도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을 거야.'
색깔도 용기를 내어 한 번도 생각지 못하고 보지도 못했던 하늘을 향해
올라가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3편 : 끝없는 도전과 뜻밖의 발견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