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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모험 이야기 4편

그날, 붉은 노을이 참 아름다웠던 날

by 아르망


심상찮은, 이상한 구름이 색깔 쪽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색깔은 덜컥 겁이 나서 눈을 질끈 감아버렸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친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어요.


'색깔아! 우리 아까 그 물방울들이야! 여기 하늘에 올라오니 이렇게 변해버렸어!

넌 여기 어떻게 온 거야?'

색깔은 눈을 떠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앗, 너희는 물방울들이었구나! 모습이 완전히 바뀌었네!'

색깔은 새롭게 변한 물방울들의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계속 지켜보니 물방울들은 처음 바람과는 달리 바람에

이리저리 밀려다니며 무서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으악, 도와줘!!'

'물방울들아 괜찮아?' 색깔은 걱정하면서 물었습니다.


'여긴 너무 무서워'

'맞아, 저 밑에 있을 때는 강물만 따라서 가면 큰 바다가 나와서

얼마나 편했는지 몰라. 그런데 여기 올라오니깐 우리 마음대로 못 움직이게 되었어.

바람이 이리저리 어떻게 불지 몰라 어디로 가게 될지 불안하고 무서워.'


그 말을 들은 색깔은 땅에 있을 때 지치고 힘들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여기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아까 물방울들이 새로운 곳을 찾아 설레는 표정으로

올라갔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세상에 더 나은 곳이라는 건 없는 거구나..'


색깔은 자신과 같은 마음으로 두근거리며 힘겹게 올라왔을 물방울들이

갑자기 가엾게 느껴졌습니다.

색깔은 구름 곁으로 다가가 꼭 안아주었습니다.

그러자 폭신한 구름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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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계속 안고 있으니 두 손의 끝이 색깔 자신에게까지 느껴져

마치 자신을 안아주는 것 같았습니다.

바로 그때, 알 수 없는 기쁨과 두근거림이 색깔에게 찾아왔습니다.

안고 있던 구름이 점점 붉게 물들었습니다.


'와, 어떻게 한 거야? 우리 진짜 멋지게 되었네!'
'이제 힘이 나는 거 같아. 정말 고마워'

'지금까지 색깔이 입혀준 색 중에 제일 멋지고 아름다운 거 같아!'


아름다운 색깔로 변한 물방울 구름들은 즐거워하며 소리쳤습니다.

하늘로 올라오기 전에 설레었던, 기뻐하는 표정으로 다시 바뀌었습니다.


색깔도 자신이 어떻게 했는지 어리둥절해졌습니다.

'내가 어떻게 한 거지?'


지금까지 색을 입히던 자신의 모습과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습니다.

가슴에 뜨거운 무언가가 들어온 것만 같았습니다.

그 순간, 색깔은 마음 가장 깊숙한 곳에서 나온 색을 방금 입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 이거구나! 이런 것이었구나!'

드디어 색깔은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더 나은 곳은 없어도

마음만은 세상보다 훨씬 더 넓고, 깊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색깔은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부러워하며 쳐다보는 수많은 구름들이 보였습니다.

색깔은 천천히 다른 구름들에게도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온 마음을 담아 가장 따뜻하고 다정하게 꼭 안아주었습니다.


지금까지 늘 무채색이었던 하늘은, 그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붉게 물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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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모험 이야기 마지막 편입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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