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고 말할 수 없을 때

그때 난 상처가 많았다

by 유리

괜찮다고 말하면 상황을 넘길 수 있었다.

그 뜻이 속마음과 달라도.






누구나 그런 순간이 있다. "나 너무 힘들어!"라는 말보다 "아직까진 괜찮아."라고 말해야 하는 날.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 또는 마음을 숨기고 싶어서라는 이유로 괜찮다는 말로 포장된 마음이 무너지고 할퀴어져 있어도 남들에게 보여지지 않게 하려 괜찮다고 말해야 하는 날.

사람들은 모두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긁히고, 찔려도 내색하지 말아야 하는 세상. 조용한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은 마치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 같았다.


세상에 상처 하나 없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아프다고 밖으로 내 마음을 보여도 결국 나만 더 아파지는 일이다.

혼자인 게 더 편하다고 늘 마음을 다잡았지만 누군가와 같이 있으면 내 다짐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괜찮지 않았다.



평범하게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었다. 혼자 있기 싫었다. 혼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가족이나 친구가 중요했지만, 사교성이 없는 나에게 친구관계를 맺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였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분명 그렇게 생각했는데.

겨우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누구보다 빨리 세상의 냉정함을 겪었다. 그 사실을 느낀 날은 아마도 어린 아이에 불과했던 날이였을지도 모른다. 말을 하지 않는 아이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내가 가진 세계가 너무 좁다고 말했던 어른들. 다듬어지지 않은 말들은 방어할 줄도 모르던 아이에게 쏟아졌다.






정말로 괜찮다고 말할 수 없을 때 나는 내 마음 속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리듯 내가 받은 상처를 생각 밖으로 잊어버리려고 했다. 크게 받은 상처가 치유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괜찮다는 말 한 마디로 포장할 수 없을 정도인 상처는 그냥 날려 버렸다.

목적지 없이 바람을 타고 가볍게 날아다니지만, 언제 떨어질지 몰라 위태로운 종이비행기처럼 사람의 인생도 종이비행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생각을 전부 날려 버리고 싶었다.


괜찮다고 말할 수 없을 때는 말을 아끼게 되었다. 입을 열면 마음이 새어 나올 것 같아 감정을 꾹 누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언제든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그날까지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아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