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함이 가르쳐준 세계

나에게 조용한 장소는 소중한 곳이였다

by 유리

숨을 곳은 어디서나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숨어도 도움이 되는 것은 없었다.








나에겐 중학생 때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수업을 빼고 복도에 있었던 날이 많았고 혼자 모든 걸 감당해 내려고 감정을 꾹꾹 눌렀던 날. 그 시절 나는 아마도 갈 곳을 잃었던 것 같다. 남들에게서는 내 망가진 내면을 감싸 보이지 않게 하고 싶었지만 상처투성이인 마음을 어른들 앞에서 숨기는 건 쉽지 않았다.

어린아이가 어른스럽게 굴지만 진짜 어른 앞에서는 어린아이가 되어 버리는 것처럼.


세상에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그 마음은 나도 잘 알았지만 어린 마음에 누구라도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혼자가 더 편하다고 생각해도 혼자 있으면 너무 외로웠던 날은 분명 존재했으니깐.






지금 생각해 보면 조용함은 단순한 ‘소리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마음이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였다. 그게 누군가에게는 불안할 수 있는 요소일 지도 모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자기 자신과 진짜로 마주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움을 느끼고 싶지 않다, 라는 생각이 들 때면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수련회 때는 책이 많이 있는 복도에 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고, 학교에서는 도서관 구석으로 가 편안한 공기를 느꼈다. 장소는 날마다 달라졌다.


조용함 속에서는 작은 소리들이 더 선명하게 들렸고, 생각도 깊어질 수 있었다. 그 안에서 나는 나만의 시간을 가졌고 조용함은 나에게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이 마음이 서툴거나 어색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거창하지 않아도 편안한 공간이 있으면 좋다는 마음인 거다.

누구에게나 각자 자신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은 있을 거다. 그 대상은 사람에 따라 장소와 시간이 각양각색일 거지만 편안한 장소가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또 다른 하루를 헤쳐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거라는 건 사실일 거라고 생각한다.

존재감이 없고, 말도 잘하지 않아 별 볼 것 없어 보이는 아이도 내면에 품고 있는 작은 공간이 있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