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완벽한 사람은 없는데,
왜 우리는 이 당연한 사실을 잊어버리는 걸까
"형의 인생을 빼앗고 싶어요."
꿈에서만 방문할 수 있는 작은 서고에서 중학생으로 보이는 소년은 지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앞에는 서고의 사서인 한 남자가 있었다.
"왜?"
남자가 웃으며 되묻자 소년은 고개를 들었다. 밤을 새운 것인지, 눈 밑으로 짙게 드리워져 있는 그림자, 남자는 쉽게 소년의 뒤에 찐득하게 붙어 있는 열등감이라는 어둠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는, 평생 비교당하면서 살아왔어요."
소년의 입이 열리자, 남자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눈을 빛냈다.
"… 몇 분 더 일찍 태어난 제 쌍둥이 형은 뭐든 잘했어요. 늘 부모님의 자랑거리였죠. 그에 비해 저는 감정 쓰레기통 취급을 당했어요. 형보다 못하다는 이유로."
"그래? 많이 힘들었겠네."
"많이 힘들었냐고요?"
소년의 눈빛이 어느 순간 깨진 유리조각처럼 날카롭게 빛났다.
"제가 한 과목에서 백 점을 맞아 오면, 형은 전교 일 등을 차지했어요! 엄마는 저를 창피해하셨고, 아빠도 저를 외면했다고요!"
"…"
"그냥… 저는 이 집에서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존재예요, 부모님은 형만 자기 아들로 바라보겠죠."
소년의 고개가 다시 내려갔다. 남자는 담담히 소년의 말을 들어주다가, 손뼉을 탁 쳤다.
"이제 슬픈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본론으로 들어갈까? 네 형의 인생을 빼앗고 싶다고 했지?"
남자는 빙긋이 웃으며 책장에서 책 한 권을 끄집어냈다.
"여기, 네 형 이름이 적힌 책이야."
소년의 눈이 커지자 남자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설명했다.
"간단해, 여기 표지에 네 이름을 받아 적으면 돼! 물론 네 형의 이름은 네 책에 적으면 되는 거고. 어때?"
남자가 두 권의 책을 소년에게 안기자 소년은 잠시 망설였다. 이건 마치 빨간 약과 파란 약을 고르라는 것 같잖아…
"… 제가 이름을 바꿔 쓰지 않으면요?"
"넌 그대로 그 열등감 안에서 살아야지."
"…"
"평생 형 그림자 밑에 가려지고 싶어?
웃고 있는 남자의 눈빛과 달리,입으로 나오는 말은 날카롭고, 서늘했다. 소년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기에 충분했다.
"할게요."
소년은 결국 인생을 바꾸는 것에 동의했다.
"후회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남자의 말을 끝으로 소년은 어둠 속에 잠겨 버렸다.
첫날, 소년은 자신의 모습이 형으로 달라져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하지만 형이 지금 소년의 몸에 들어가 있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에게 비교당하는 형의 당황한 표정을 보자 소년은 기쁨에 가득 차 웃었다.
이튿날, 소년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형의 인생이 완벽할 거라고 여겼던 자신의 생각과는 너무 달랐다. 형은 늘 부모님 몰래 신경안정제와, 수면제를 달고 살았던 것이었다. 소년은 잠시 당황했다. 단단한 바위 같았던 형인 줄만 알았는데.
사흘이 지나자 소년은 혼란스러워졌다. 형이 늘 괴로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형이 된 소년은 완벽해져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려 부모님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완벽할 줄만 알았던 형도, 사실은 소년과 같았다. 형은 부모님의 자랑스러운 인형이었다.
소년은 뒤늦게 다시 돌아가려고 했지만 방법을 몰랐다. 이제 소년은 형의 인생을 이어받아, 부모님의 자랑거리인 인형이 되어 버렸다.
"비교 대상이나, 비교당하는 대상이나… 결국에는 물어뜯기 좋은 사냥감에 불과한 거지. 형제자매는 부모님의 사냥감으로 평생 열등감과 강박감에 시달려야 하는 운명이려나."
책을 정리하던 남자는 책 표지를 바라보며 쓸쓸하게 웃었다. 그런 남자의 뒤로 딸랑거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저… 안녕하세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소녀가 쭈뼛거리며 들어오자, 남자는 잽싸게 이름이 뒤바뀐 두 형제의 책을 책꽂이에 꽃아 넣고, 환하게 웃었다.
"결정했어?"
"네…"
소녀는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고, 몇 번 우물쭈물하다 이내 입을 열었다.
"이름을 바꿀게요."
오늘도 어김없이 아이들은 비교의 제물로 전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