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의 끝에는 바다가 있어

단편 소설

by 유리
삶은 후회의 연속이지만 쉽게 놓을 수도 없어


지하철 의자에 있는 열다섯 살 소년과 노숙자로 보이는 남자. 목적지를 두고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 두 사람의 조합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소년도 지금 이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남자는 소년이 집을 나왔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노숙이라도 할 건가?"


남자는 웃으면서 말을 걸었지만, 소년은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처럼 경계심을 품고 있었다.


"신경 꺼요, 그쪽이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

"글쎄... 어쩌면 상관이 있을지도 모르지. 운명은 알 수 없는 거니깐."


처음 보는 사람이 갑자기 말을 걸면 누구나 상대를 경계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소년의 시선은 계속 남자에게 가 있었다.

오래 지낸 친구보다 몇 번 보지 않은 상대방에게 마음에 담긴 말을 꺼내는 게 더 쉽다고 하곤 했다. 소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저희 집에는 아빠가 없어요, 그렇다고 돌아가신 건 아니에요."

"..."

"제가 다섯 살 때 집을 나가셨대요."


남자는 조용히 소년의 말을 들어주었고, 소년은 담담하게 말을 있어갔다.


"전 그게 싫었어요. 친구들이 아빠 없는 아이라고 놀리는 것도, 미안하다고 하는 엄마의 행동도."

"그렇구나."


남자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나는 가장의 무게가 버거워서 도망친 거란다."

"네?"


그저 평범한 노숙자인 줄만 알았던 한 사람도, 사실은 하나의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아내와 어린 아들에게 큰 책임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조차 잊어버리게 되었어. 희생을 당연시하게 여기고 살았는데, 어느 순간 터져 버린 거야."

"아..."

"그저 하찮은 겁쟁이였던 거지."


실없이 웃는 남자의 표정은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후회, 미안함, 그리움으로.

소년은 가만히 지나가는 열차를 바라보았다. 탈 생각은 없었지만 무언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가끔은 그냥 다 버리고 사라지고 싶었어요.”


남자는 잠시 소년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계속 끝을 향해 나아가면 언젠가는 더 이상 후회하지 않게 될까?"


누구에게 전하는 말인 걸까.






지하철 의자에 있는 열다섯 살 소년과 남자는 각자 삶의 후회를 가지고 있었다. 그건 바쁘게 지하철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일이었다.


목적지를 두고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 두 사람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 속에는 아직 세상에 서툰 소년과, 가장의 무게에 짓눌려 도망친 아버지가 있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