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거두는 아이

단편 소설

by 유리
삶이 너무 힘든 사람은 겉으로 티가 나지 않아, 상처에 익숙해져서


너무 높아 가로등마저 빛을 주지 못한 학교 옥상에는 두 아이가 있었다. 난간 밑으로 떨어질 듯 흔들리는 그들의 발 밑에는 끝이 보이지 않아 보이는 어둠이 있었다.


소년은 난간에 앉아서 너무 많아 다 세어낼 수 없는 별들을 바라보면서, 곁에서 책을 읽고 있는 소녀에게 말했다.


"죽은 사람은 하늘의 별이 된다는 거, 진짜려나?"

"그건 갑자기 왜?"

"그냥, 저기 수많은 별들이 다 죽은 사람들이라면 우리는 왜 저기 들어가지 못한 걸까."

"뭐... 이유는 네가 가장 잘 알잖아."

"알긴 하는데, 그래도."


소녀가 관심을 끄자 소년은 고개를 내렸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에 희망을 걸어도 남는 건 절망밖에 없다는 건 소년이 제일 잘 알았다.


"여기 학교를 다니던 활발하고, 친구도 많았던 열일곱 살 소년이 있었어."

"....."

"많이 밝았는데 그 아이는 열여덟 살 때 여기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어."


소녀는 책을 덮었다.


"그 애는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더 무서웠나 봐."

"그래?"

"활발하게 웃는 얼굴과 달리 내면은 깊은 상처로 썩어 들어가고 있었거든."


차가운 바람이 옥상 위를 스쳐 지나가자, 낡아빠진 철제 난간이 약하게 흔들렸다. 소년은 쓸쓸한 눈빛으로 흔들리는 난간의 밑을 바라보았다.


"많이 불안정했구나."


소녀의 담담한 말에 소년은 옅게 웃었다.


"응... 많이 불안정했나 보다. 나중에 발견된 소년의 다이어리에는 힘들다는 내용이 많았거든."

"여기 다녔던 그 애도 네가 말했던 소년이랑 비슷했어."


소녀가 난간에 위태롭게 기대어 있어도 소년은 담담한 표정으로 소녀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래?"

"그냥 흔한 이유야, 성적을 중요시하던 소녀 부모님의 위로를 가장한 폭언을 견디다 지쳐 팔을 그었대."

"흔한 이유가 어디 있어, 다 아픈 이유인데. 그 소녀는 죽고 싶어서 팔을 그은 거야?"


소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살고 싶어서."

"....."

"그 소녀는 죽고 싶지 않아 했어. 단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기 때문이지."


소녀가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리자 소년은 별을 향해 손을 뻗어 보았다.

별들에게 닿기에는 너무 짧은 소년의 팔이였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소년은 너무 멀리 있는 희망을 바라보았다.






"이제 가자, 우리 바쁘잖아."


소녀가 난간에 일어서며 소년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 주었다.


"응, 이제 가자."


소년은 검은 후드를 뒤집어쓰고는, 소녀를 향해 살짝 웃었다.



스스로 생을 포기한 영혼은 저 하늘의 별이 되지 못한 채 사신의 삶으로 새로 태어나 남들의 죽음을 가까운 곳에서 바라보았다. 그들 중에는 손목에 그은 상처가 너무 많은 소녀와, 낡고 작은 다이어리를 한 손에 꼭 쥐고 있는 소년도 있었다.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아 녹이 슬고, 너무 낡아진 철제 난간은 두 아이의 죽음을 막아주지 못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