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책을 선택하다>
이 세상에 천국이 존재한다면 그곳은 바로 도서관일 거다. 사회적인 문제라고도 볼 수 있는 고독, 외로움, 소외 같은 감정이 도서관에서는 오히려 마음의 평정을 이루는 요소로 작용한다. 도서관이 없었다면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나는 책을 선택할 수 있었을까. 쾌적한 환경의 열람실이나 디지털자료실 등은 물론이고, 풍성한 자료 구비와 더불어 신간도 빠른 시일 내에 들어오는 요즘 주위의 도서관은 언제든 나를 환영하며 평생 무료로 사용하라고 권한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겨울이나 기후 위기의 증거를 보여주는 한여름의 폭염 시기에 도서관을 가보라. 장소 자체가 삶의 피난처가 된다. 치열한 경쟁과 각박한 세상살이에 지친 영혼들을 품는 도서관은 마음의 평온을 선사하며 쫓기듯 빠르게 돌아가는 시간을 여유로움으로 바꾸며 잠시 쉴 틈의 여유를 제공한다. 이처럼 안전하고 평화로운 장소가 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그것도 '완전 무료'로 말이다.
요즘 새롭게 탄생하거나 리모델링한 도서관은 예전과는 훨씬 나아진 모습이다. '북카페' 같은 아늑함과 친밀함을 느끼게 하고 다양한 전시실도 마련하여 도서관이 책만 읽는 곳이 아닌 정신적 영양분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넓고 청결하며 깔끔한 서가에는 책을 고르면서 언제든 앉아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탁자와 의자를 배치하였고, 책을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여러 대의 컴퓨터와 빌린 책을 소독할 수 있는 소독기도 마련되어 있다. 정기간행물실이나 디지털자료실 역시 한번 들어가면 금방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충분한 볼거리와 편안함을 선사한다. 독서를 놀이처럼 즐길 수 있도록 신경 쓴 어린이자료실에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만족시킬 만한 시설이 가득하다. 아이들은 여러 가지 모양의 의자와 소파 같은 곳에서 마음껏 책 세상에 빠진다. 어린이책을 읽기 위해 나는 어린이자료실에도 자주 간다. 사실 어린이만 볼 수 있거나 보는 '어린이책'이란 이 세상에 없다. 어른에게 무익한 어린이책이란 없기 때문이며, 어른이 오히려 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책이 어린이들이 주로 보는 책이기도 하다.
책을 빌리는 과정에는 '예약'이나 '상호대차'라는 제도가 있다. 베스트셀러나 인기가 많은 신간은 빌리려는 사람들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 '예약'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어떤 책들은 예약 가능한 인원이 다 차있기에 수시로 예약할 수 있는지 웹이나 앱을 통해 살펴야 한다. 대부분의 책들은 당장 빌리지 못해도 예약을 통해 길지 않은 시일 내에 빌릴 수 있다. '상호대차'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도서관에 타 도서관의 책을 이동시키는 제도다. 협약된 도서관끼리 서로 소장된 책을 주고받는데, 대개는 같은 도시나 구에 한정된다. 흩어져 있는 도서관들의 책 중에서 대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직접 그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원하는 도서관에서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국가가 나에게 해준 게 뭐가 있어?'라는 말을 유행처럼 입에 달고 살았던 시대(나의 학창 시절, 1970~1980년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공공 도서관 이용 때문이라도 그런 말은 함부로 할 수 없다. 시대가 참 많이 변했다.
혹서기나 혹한기의 도서관은 그야말로 지상낙원이다. 4계절 내내 적정 온도가 유지되는 바람에, 최고로 추울 때나 더울 때 모두 따뜻하고 시원한 곳에서 편안하고 안정된 마음으로 책을 읽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도서관의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이용자들을 지원하고 배려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 일반 도서관 외에도 여러 종류의 '작은 도서관'의 존재는 도서관을 좀 더 가깝고 친밀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일반 도서관보다는 작지만 접근성이 좋고 신간 보유도 크게 떨어지지 않기에 책을 빌리는 용도로는 불편함이 없다. 작은 도서관에서는 지역 특색에 맞게 '동아리 활동'이나 '기획전' 같은 것도 자주 열린다. 전철 역사 내의 스마트 도서관은 또 얼마나 유용한가. 무인으로 운영되는 스마트 도서관은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또 다른 책방이다.
시대의 요구에 발맞추어 점점 진화하는 도서관은 각 지역의 문화생활을 주도하는 모임을 갖게 하는 커뮤니티 역할도 감당하면서, 독서 문화 활성화를 위한 독서 동아리를 지원하고 저자나 작가 초청 강연회와 교양 강좌 및 기획 전시회까지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한다. 도서관과 친해지면 저절로 문화시민이 될 수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는 사람들의 눈빛을 한번 보라. 지적 호기심의 발현과 그에 따른 만족감이나 성취감이 눈빛에서 드러난다. 평온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인간미가 독서하는 모습과 자세에서 풍겨 나온다. 학생들의 학과 공부나 공무원 시험 대비 같은 공부를 하는 청년들의 열기에서 어떤 안타까움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도서관은 책을 보는 곳이기는 하지만 공부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사서를 비롯한 도서관에 종사하는 직원들은 도서관이 공부를 하는 곳이 아니라 책을 읽는 곳이라 항변하기도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 도서관에서는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책은 읽지 않고 자신만의 목표를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책이 좋으니 어딜 가도 책이 있는 도서관만 보이면 마음이 설렌다. 도서관은 언제든 나를 따뜻하게 환영한다. 보고 싶은 책이 있다고 말만 하면 척 대령해 주기도 하고, 없는 책은 좀 기다리면 새로 구매를 해서라도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유토피아'라는 말의 본래 의미는 '세상에는 없는 곳'이지만, 나는 세상에 '있는' 도서관을 유토피아로 생각한다. 학벌 또는 사회적 지위나 남녀노소 등 그 어떤 자격도 도서관을 이용하는 데 필요하지 않고 사용료 역시 완전한 무료다. 현재는 사용 적정 인원을 충분히 수용하고도 남을 만큼의 도서관이 우리 주위에 포진되어 있다. 책을 멀리하는 시대적 환경 탓에 도서관에는 오히려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다. 책을 가까이하고 도서관 이용을 많이 하라는 캠페인이 무색하게 이용 인원은 줄어들어 도서관 이용 환경은 더욱 쾌적해지다니, 이 무슨 아이러니일까? 언제나 변치 않는 마음으로 묵묵히 존재하며 맞아주는 도서관은 나에게 천국 같은 곳이고, 나는 그곳에 정착해 있다.
이제는 도서관을 집이나 사무실처럼 여기며 책을 읽은 만큼의 뭔가 밖으로 내세울 게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