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책을 선택했다 2>
책 속에 빠져 글이 펼쳐내는 세상 이외에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 다음 내용이 너무나 궁금하여 빛의 속도로 책장을 넘기고 싶을 때, 눈으로만 읽어 넘기기에는 너무나 아쉬울 정도로 글의 내용이 내 혼을 끌어당길 때, 아무리 두꺼운 책이나 대하소설 같은 세트 물도 쉽게 읽어낼 수 있다. 시간은 화살처럼 흐르고 때를 놓친 끼니도 허겁지겁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책 속으로 들어간다. 하루나 이틀 혹은 그 이상의 날도 책에 몰입 가능하다. 모든 책 읽기가 이처럼 시공간을 사로잡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나 같은 '책벌레'도 모든 책을 그렇게 읽을 수는 없다. 관심이 가는 책이어서 마음먹고 골라 읽지만, 정말 필요하고 중요한 내용을 담은 책이라도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없는 책도 많다. 내용이 너무 전문적이어서 이해에 필요한 배경지식이 부족하거나, 어려운 단어나 용어 때문에 문장을 이해하기 어렵고, 긴 문장의 연속이나 복문의 중복이 이어지면 책 읽기는 정말 고통스럽다. 그런 책이 분량까지 많거나 시리즈물이라면 읽는 시간은 무한정 늘어나는데 진도는 나가지 못하여 중간에 읽기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책 읽기가 독해의 어려움 때문에 고통의 영역으로 접어들면 그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나는 '병렬 독서'를 한다. 해당 책을 쉽게 설명하거나 '입문서' 비슷한 형태의 책을 한두 권 골라 병행해서 읽는다. 그런 책은 비교적 얇거나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쓰여 있어 읽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한 권의 두껍고 어려운 책과 한두 권의 쉽고 얇은 책 두세 권을 동시에 읽는 경우에는 하루의 독서 시간을 각각 이분의 일 또는 삼분의 일씩 나누어서 배분한다. 그렇게 읽으면 원래 목표로 했던 책을 다 읽을 때까지 가벼운 책 한두 권도 함께 완독 할 수 있다. 하루 종일 어려운 책만 붙들고 있으면 몸의 진액이 다 빠지듯 정신적인 고갈 상태가 되지만, 양념처럼 중간중간에 어려운 내용을 풀어서 쉽게 쓴 가벼운 책으로 여유를 부리며 읽으면 힘든 책을 읽을 때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병렬 독서는 내가 꼭 읽어야 하는 책이지만 너무 어려워 쉽게 읽을 수 없는 책인 경우에만 선택하는 독서법이다. 난도와 관계없이 무조건 두세 권 혹은 그 이상의 책을 병렬로 읽지는 않는다. 어렵고 분량이 많아 2, 3일 동안 온전히 몰입하기 어려울 때에만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런 식의 어려운 책 읽기법으로 나는 그 어렵다는 철학이나 사상 또는 자연과학 책을 무수히 읽어왔다. 이제는 한글로 된 책은 그 어떤 책도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독서 전문가 중에는 병렬 독서에 대한 장점을 강조하면서 한 권을 읽는 것보다는 아예 처음부터 여러 권을 읽는 게 훨씬 독서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책에 따라 병렬 독서를 할 수는 있지만 모든 책을 그렇게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책 읽기에 완벽함은 있을 수 없다. 내가 어려운 책을 얼마나 이해하고 읽었는지는 나중 문제로 생각했다. 일단, 끝까지 읽기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완독'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 를 중요시했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읽은 책이 더 많을 것이다. 그래서 아직도 나의 독해 수준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목표인 '평생 독서'는 이해 정도를 어느 정도는 무시한다. 평생 도달하지 못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뿐이다. 한 걸음 한 걸음씩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