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잠은 어떡하든 필요한 만큼 자야 한다.

<어느 날 책을 선택했다 2>

by 나승철

책 읽기와 잠은 너무나 밀접한 관계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고른 영양섭취와 더불어 적당한 운동 및 스트레스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이지만, 질 좋은 수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인 것처럼 책 읽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면 책 읽기 어렵다. 책에 집중하게 하는 맑은 정신은 충분한 수면에서 나온다. 잠이 부족하면 일단 눈이 침침해지면서 눈앞이 흐리고 정신 집중이 안 된다. 글자는 뿌연 연기처럼 보이며 한 문장을 제대로 읽기 힘들다. 그런 상태에서는 침대에 눕든 책상에 엎어지든 눈을 감고 잠을 자야 했다.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몸을 학대하며 의지로 버텨봐도 책 읽기는 불가능했다.


나의 학창 시절(70~80년대)에는 흔히 '3당 4락' 혹은 '4당 5락'이라는 말을 참 많이 했다. 하루에 3(4)시간 자면 입시에 붙고 4(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의미였지만 정말로 그런지 과학적으로 또는 통계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다. 어쨌든, 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공부하는 절대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모두들 생각했다. '떠도는' 말이라도 입시라는 관문 앞에서는 약해진 마음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잠부터 줄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어른들도 공부하는 학생은 잠을 덜 자도 된다고 생각했다. 일생일대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시험을 앞둔 시점이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잠이라도 줄이려고 노력했다.


글을 읽는 건 모든 공부의 시작인 까닭에 독서와 공부의 메커니즘은 비슷하다고 본다면, 잠을 충분히 자야 글을 읽는 데 집중이 잘 될 뿐만 아니라, 읽은 내용에 대한 오랜 기억이 가능하여 독서 능률이 오르고 공부도 잘할 수 있다. '장기 기억'으로 가는 통로가 질 좋은 수면이라고 한다. 집중과 장기 기억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만큼의 수면 시간은 반드시 지킬 필요가 있다. 나는 하루에 7~8시간을 자야만 제대로 책을 읽을 수 있다. 잠자는 절대 시간을 정해놓은 후에는 밤에 자지 못했으면 낮에 자면서 보충한다. 희한하게도 밤에 4시간 낮에 3시간 등, 정해놓은 절대 시간만 자면 책 읽기가 가능하다. 한 번에 긴 시간 동안 숙면을 취하지 않아도 절대 시간만 채우면 책을 읽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잠깐씩 조는 형태인 '쪽잠'도 큰 효과를 발휘한다. 하루동안 잠의 총량을 채우지 못하면 쪽잠으로라도 채운다. 나의 학창 시절에 가장 미련했던 것 하나는 바로 잠을 자면 '공부한 내용이 날아가 버린다'라는 생각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후회막심이다. 잠은 읽은 내용을 장기 기억 속에 저장하기에 기억하는 데에는 큰 도움을 준다. 잠은 눈의 피로까지 해소시킨다. 정신적인 또는 육체적인 활동을 많이 할수록 잠은 충분히 자야 한다. 책을 읽을 때 졸음이 몰려오면 자연스럽게 방치하여 일부러 잠깐의 수면 상태에 빠진다. 이런 '기술'은 어릴 때는 물론 책을 선택하기 전까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교실에서 꾸벅꾸벅 졸거나 책을 보다가 자연스럽게 잠이 드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무리 졸려고 해도 졸 수가 없었고, 졸리면 책상에서 고개를 떨구며 조는 게 아니라 엎드리려 자거나 아니면 누워야만 잠을 잘 수 있었다.


책을 많이 읽고 싶은 욕망은 늘 꿈틀대지만, 그렇다고 잠을 줄이면서까지 독서 시간을 늘릴 생각은 없다. 잠을 충분히 자면서도 책 읽는 시간에 좀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수면만큼은 몸이 원하는 대로 따른다. 책에 집중이 가능한 수면 시간을 유지하다 보면 건강도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책을 잘 읽기 위해 수면 시간을 지키면 건강도 담보할 수 있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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