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독서의 '젠더화'

by 나승철

독서 분야에서 사회적 '젠더화'가 진행 중이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책을 많이 읽는다. 특히, 중년 이상의 세대에서는 그 차이가 더 심하다. 중장년들이 많이 참여하는 독서 모임을 가 보아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독서는 모든 공부의 기본이다. 그렇다면 중년 이상 세대의 공부 역시 여성이 더 많이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내 주변을 보아도 책을 취미로 삼고 있는 친구들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10%가 채 되지 않는다. 20, 30대로 내려가도 여성이 더 책을 많이 읽는다. 학창 시절을 벗어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운 후 여유로운 시간이 찾아오면 책을 더 많이 잡는 쪽은 여성들이다. 왜 그럴까? 한 가지 이유를 들자면 남성들이 직장에서 정년까지 유지하는 비율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 때문에 독서를 취미로 하는 경우가 드물고 정년 이후에도 그런 습관은 이어진다.


2011년부터 2023년의 통계청 조사를 보면 매년 2~5% 정도 여성 독서인구 비율이 높은데, 체감상 그 비율은 더 높아 보인다. 남성보다 여성이 책을 더 많이 읽고 학창 시절을 지난 이후에는 더 많이 공부한다는 사회적 현상은 무얼 의미하는 걸까? 여성이 남성보다 더 감성적이어서 그럴까?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대목이다. 독서를 바탕한 공부를 많이 하면 자연스럽게 깊은 사고를 한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숙고 능력은 올라간다. 신자유주의와 온갖 차별과 혐오가 득세하는 현실에 흔들리는 민주주의, 지역과 이념으로 분단된 사고와 행동, 기후위기를 비롯한 환경 파괴 문제 등에서 우리는 냉철한 판단과 실행을 요구받고 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사고의 양극화를 조장하며 사회와 공동체를 분열시킴은 물론, 포퓰리즘의 성행과 가짜 뉴스를 양산하여 사람들 간의 소통을 막는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 획일화와 편향된 사고를 피할 길이 없다. 뉴스 메이커들이 클릭수를 늘리기 위해 현실과 사실을 자극적으로 가공하여 거짓에 가까운 결과물을 내놓더라도 그 어떤 저항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알고리즘은 왜 그렇게 편향된 정보와 뉴스만을 보게 할까? 돈이 되는 까닭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짜릿한 자극과 함께 분노를 느끼게 하여 구독자가 그 사이트에 오래 머물면 광고 수입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내가 보고 듣고 있는 것이 한쪽 방향으로만 쏠려 있는 것인지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알고리즘은 정교하게 움직인다. '냄비 안의 개구리'는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씩의 변화에 무감각해지다가 결국은 위험에 처한다. 알고리즘에 갇힌 인간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독서는 사실 이해뿐만 아니라 추론과 상상 및 비판적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책 읽기는 정보와 이론을 바탕하여 다양한 상상과 추론을 하게 하며 습득한 정보와 이론이 무엇이며 어떤 목적을 갖고 있고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에 대한 다면적이고 심층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는다. 책에 길이 있다거나 독서가 사람을 만든다는 명제를 무시하고도 책 읽기의 가치는 분명하다. 남성보다 여성이 책을 많이 읽는 사회적 현상, 즉 독서의 젠더화가 지속될 경우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예단하기 어렵다. 독서 양만 가지고 사고의 깊이를 판단할 수 없는 문제도 있고, 남성의 분발이 이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서의 젠더화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고, 이후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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