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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승철 Nov 03. 2022

<서평> - '이명현의 별 헤는 밤'

- 천문학과 인문학의 만남 - 

<이명현의 별 헤는 밤> - 이명현(동아시아)


별에 취한 천문학자가 별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야기로 2014년 초판에, 이 책은 2021년 7월에 나온 8쇄다. 어릴 때부터 동경하던 별에 대해, 과학 통해 대중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한 화두로 생각하는 저자가 여러 잡지와 신문에 기고한 글을 모았는데, 단순한 별 이야기를 넘어 음악과 시와 그림과 에세이의 조화가 빛을 발한다. 천문학 지식과 인문학의 만남, 곧 그 둘은 하나가 되어 우주와 사람의 무늬가 어울린다. 지식, 감성, 상상의 융합되면 이런 글이 탄생한다. 별의 탄생 과정과 비슷해 보인다. 


COSMOS, UNIVERSE, SPACE로 나뉜 구성에 각각 11, 35, 21개의 소제목 하의 글이 달렸다. 시를 각 꼭지의 맨 앞에 둔 이유는 정현종 시인의 '밤하늘에 반짝이는 내 피여'의 시에서 드러난다. 시인은 별, 천문학자, 우리를 연결하는 커뮤니케이터이기 때문이다. 첫 장인 COSMOS는 Stevie Wonder의 'Ribbon in the Sky'로 시작한다. 내 휴대폰에 저장된 음원에서 그의 노래를 찾아 들으니, 스티비 원더의 굉장히 젊은 목소리가 들린다. 전곡을 다 들으면서 본문을 읽어 내려간다. 별은 우리의 발원지이자 고향이기에 우리는 과거의 사람들과 만나며 미래의 사람들과도 만날 수 있다. 우리 몸은 우주의 역사이고 증거이며 우리의 만남은 우주적인 사건이고, '별의 별짓'은 우리들의 모든 몸짓이기도 하다. 


유성(별똥별)은 혜성 혹은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돌조각이나 태양계를 떠돌던 먼지가 지구 중력에 붙잡혀 떨어지면서 대기와 마찰하여 불타는 현상이다. 원시지구에 쏟아졌을 혜성, 소행성, 별똥별은 물, 유기화합물, 박테리아 따위를 공급하는 우리 생명의 기원인 탓에 유성에 소원을 비는 행위는 얼마 간의 이유가 존재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존재의 근원에 희망을 찾는 건 종교나 신화의 뿌리이니까 말이다.  


지구에 생명이 자라도록 만든 건 태양이다. 질량이 커진 백색왜성이 폭발하는 것을 초신성 폭발이라 하며, 철보다 무거운 니켈, 구리, 망간, 텅스텐 등을 생성하는 결과를 낳는다. Ia형 초신성은 태양 밝기의 천억 배이며 며칠에서 한 달까지 밝기가 유지된다. 죽어서도 빛을 발하는 존재인 별, 사람으로 치면 예수, 만델라, 김대중, 노무현 등등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35꼭지가 나오는 'UNIVERSE'는 OneRepublic의 'Counting Stars'로 시작한다. 끈적끈적한 가수의 음색이 듣기 좋다. "별들에게는 옳고 그름이 없어. 그냥 거기 있을 뿐이야." 영화 '플래툰'에 등장하는 일라이어스 상사(윌렘 대포)의 대사다. 플레이아데스성단 9개의 별에 저자는 소녀시대의 멤버 이름을 붙인다. 10여 년이 지난 글이기에 지금 저자의 '최애' 걸그룹은 아마도 바뀌었을 것이다. 나중에 한번 물어봐야겠다(저자는 내 고교 동기 동창이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의 외발이 달 표면에 닿은 모습에 세상이 진동하는 충격을 받았다는 저자는 나중에 천문학자가 되어 뉴질랜드에서 오리온자리를 보면서도 느낀 벅참과 떨림을 글 쓴 당시에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밤하늘의 별을 잘 아는 남자에게 저자가 전하는 '연애 꿀팁' 하나! 여자는 별과 별 이야기에 약하니 그걸 이용하면 연애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저자도 성공한 방법이니 믿을 만한 내용이긴 하지만, 안타까운 건 오늘날 별 보기가 예전 같지 않음이라.  


1771년에 발표된 '메시에 천체 목록'인 M1~M103(지금은 M110까지)은 프랑스 천문학자인 메시에(1730~1817)가 작은 망원경으로 관측 가능한 은하, 성운, 성단 목록이다. 지금도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관측은 지속되며 그들이 게임처럼 하는 것을 '메시에 마라톤'이라고 불린단다. 봄의 초저녁 무렵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북두칠성의 국자 손잡이부터 목동자리의 아크투르스, 처녀자리 1등성인 스피카로 이어지는 길을 '봄의 대곡선'이라 부른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북두칠성만 보았던 모습이 창피해진다. 


혜성은 어느 날 느닷없이 나타나는데, 태양계 가장 바깥 영역에 있는 얼음이나 먼지 알갱이(오르트 구름)가 태양 인력으로 태양계 안쪽으로 진입한 것을 말한다. 혜성은 지구와 충돌 과정에서 물을 공급하고 유기화합물도 전해주었으니 지구 생명의 씨앗과 다름없다. 별이 반짝거리는 것은 대부분 지구 대기의 흔들림 때문에 교란된 탓이라니, 눈에 보이는 모든 천문 현상은 정도 차이가 있을 뿐 여러 이유로 왜곡되는 모양이다. 진실은 언제나 표피나 포장을 벗기거나 장막을 벗겨야 만날 수 있는 것! 


1990년 4월 24일, 허블우주망원경이 발사되었지만, 3년에 걸친 보정장치를 개발하여 1993년 12월에 장착된 이후에야 기대했던 사진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 독수리성운과 허블딥필드 관측 결과에 큰 충격을 먹은 저자다. 케플러, 뉴턴, 아인슈타인, 허블... 천문학자들의 놀라운 발견이나 성과에는 늘 실패가 감추어져 있기 마련이다.  


마지막 'SPACE'는 Green Day의 'Last night on earth'가 울려 퍼진다. 흐느적거리는 목소리가 독특하다. 1961년 4월 21일, 27살인 유리 가가린(1934~1968)은 첫 우주비행에 성공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지구는 푸른빛이다. 멋지고, 경이롭다." 1969년 7월 20일,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은 저자나 내가 국민학교 입학 한 해 전에 맞이한 사건이었다. 특히 저자는 그 순간의 사진이 표지로 실린 국어 공책을 애지중지했다고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공책에 글을 눌러 박았던 어린아이는 나중에 천문학자가 되었다. 


1960년, 프랭크 드레이크는 외계 지적생명체 탐사 세티(SETI, Search for Extra 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우주에 송신하고 수신하려는 전파메시지는 외계생명체와의 소통 노력이다. 과연 외계인은 존재하는가. 만약 그들과 소통할 수 있다면 서로 주고받는 전파메시지는 아마도 '유서'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생존 연령을 보면 그렇긴 하지만, 외계인은 혹시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 산다면 유서가 아닐 가능성도 있긴 하겠다. 정말로 외계인이 존재하거나 우주에 지구와 비슷한 물체가 존재한다면 우리의 인식 체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빅뱅'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천문대에 가고 싶다. 얼마 전 그리스에 갔을 때 아테네의 밤하늘에 떠 있는 많은 별들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 물론, 그 하늘의 별도 어릴 때에 보던 것보다는 훨씬 적었지만 말이다. 50 언저리에 쓴 책에서 저자의 어릴 때 모습을 본다. 아직도 꿈과 희망에 부푼 모습 그대로 살 수 있는 건 오로지 우주의, 별의 존재 때문일 것이다. 우주를 동경하는 이유는 우리의 뇌가 상상하는 영역이 우주처럼 광활한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모든 시름에도 잊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어쨌든, 별에 대한 나의 동경이 나를 세상의 어느 곳으로 곧 데려갈 것 같다. 저자를 만나면 세상에서 육안으로 가장 별 보기 좋을 곳을 추천 좀 받아야겠다. 진지하게 대답해 주길 바란다. 대답을 듣는 다음 날 나는 짐을 쌀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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