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엄마를 만나러 가다 (1)

아동학대의 두려움을 맞서다

by 이하니
2024년 10월

두 달이 지나면 나는 한국 나이로 50세가 된다.

4살부터 20년 가까이 새엄마와 아빠에 의해 정서적 학대와 방임을 겪었고

그 후 30년 가까이 내 안에서 불행은 지속되었다.

그렇다.

직접적인 학대 후에도 오랫동안 나는 아동학대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그 보호자의 태도로 여전히 나를 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두려움의 실체를 마주하기 위해, 분명한 메시지 하나를 전달하기 위해

새엄마가 홀로 살고 있고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누워 계셨던 하동으로 내려가기로 마음먹었다.

전화를 걸기까지도 한 달이 걸렸다. 마음이 불안하여 피하고만 싶었다.

휴대폰이 개발되고 나서 그것으로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일 자체가 태어나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실제로 통화는 덤덤하게 약속 날짜를 잡고 간단하게 끝냈다.

엄마도 덤덤하게 오라고 하면서 오는 길에 대해 재차 알려주셨다. 별다른 느낌은 전해지지 않았다.


휴~ 한고비 넘겼다.

엄마는 전화 통화 후 당황스러움을 뒤늦게 느꼈던 모양이다.

이유는 작은 숙모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왜 오는지 아냐고 물어봤다.

또 다른 이유는 하동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한 날 엄마를 마주했을 때 내 얼굴 쳐다보지도 않고 인사도 없이 무슨 화난 일이 있는지 아니면 흥분을 한 것인지 씩씩거리며 부산하게 행동을 할 뿐 내게 아무 말도 걸지 않았다. 내가 느끼기엔 엄마가 불안해 보였다.


약속 날짜까지 남은 기간 동안 나에게 별 일이 다 생겼다.

서로 인사하며 지내고 맛있거나 좋은 음식이 있으면 나누어 먹던 이웃 간에 다툼으로 경찰을 부르고

절친과 기한 없이 당분간 절연을 하고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

2년 전 절박한 심정으로 심리상담을 시작하였는데

상담 선생님이 "그렇게 불안하면 안 가면 안 돼요?"라고 넌지시 물어보셨다.

나의 대답은 확고했다.

"아니에요. 선생님 그래도 가야 해요. 무서워도 한 번은 가서 내 마음을 정리하고 싶어요."


나는 오은영 박사의 TV 시리즈를 애청한다.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을 주로 빼놓지 않고 보는데,

결혼지옥 [맞불부부] 편에서 부부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보다가 오은영 박사가 심각하고 단호하게 일러주었다.

"아동학대는 중대한 범죄이고 처벌의 대상이다. 주변인들은 이 아이들을 반드시 분리시켜야 한다."

부부의 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인데, 정말 심각한 문제는 부부보다 그 가운데 희생되는 아이들이었다는 것이다.


아동학대는 중대한 범죄이다.

나는 이 말을 지금껏 간절히 기다려왔다. 이 말을 듣기 전까지는 혼란스러웠다.

우리 친가에서는 새엄마의 연기에 속기도 하고 학대임을 알고서도 별도리가 없다거나 집안의 평화를 위해 묵인해 왔다. 집안의 그 누구도 아동학대는 잘 못된 것이라고 얘기하지 않았고 나더러 원래 그런 것이니 잊으라고 했다.


내 나이는 곧 50세를 바라보지만 그건 아니라고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어른의 처분이나 구원을 기다리는 아이였다. 그래서 집안의 큰 어른이나 심판자가 심판해 주길 바랐다. 50 먹은 아이는 고통에서 구원해 줄 누군가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래 이건 아니잖아! 잘못된 거 맞잖아!!

죄의식 없어 보이기도 하고 오히려 가족의 지지를 받으며 사는 새엄마에게 이제는 내 목소리로 말하고 싶었다.

'엄마 그건 아동학대였어요. 중대한 범죄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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