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먼 유럽

by 나봄

탑승 시간이 십 분, 이십 분씩 몇 차례 지연되더니, 1시간 지연됐다는 안내 방송.

아! 힘들다…….

아무렴 비행기 지연됐다고 다시 명절 준비하러 집으로 돌아갈 일은 없겠지만, 명절 탈출이 쉽지 않다.
자정이 한참 지나서야 탑승한다. 그래도 비행기에 탄 게 어디냐. 그나저나 산유국 부자 나라 비행기라 그런지 고급스럽다. 그런데 공항에서 50분 지연하고 겨우 탔는데, 비행기 안에서 1시간째 앉아 있다. 또 지연이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2시간 채워라. 여행자 보험에서 지연 보상이라도 받자.”
남편의 말에 주변 사람들도 수군거린다. 다들 본인들도 해당하는지 숙덕인다. 남편의 바람대로 아슬아슬하게 2시간 3분 지연 끝에 이륙한다. 두바이 라운지 이용은 물 건너갔다.
아놔!!! 유럽 가기 왜 이리 힘드냐.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두바이에 도착했다.
부자 나라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여기저기 로렉스 시계가 걸려 있다. 하다못해 화장실 앞에도 걸려 있다. 할 수만 있으면 떼서 오고 싶다.

드디어 프라하행 비행기에 탑승한다. 또다시 기내식으로 사육을 당한다. 그래도 처음이라 먹을 때마다 맛있고 신기할 따름이다.
유럽 가는 비행기는 승무원들도 하나같이 예쁘다. 젊은 남자 승무원을 보는데, 뽀얗고 여리여리한 게 군에 간 아들이 생각난다. 함께 오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다시 올라온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하늘은 구름도 둥글둥글 예쁘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파릇파릇한 육지의 모습도 예쁘다. 한참을 가다 보니 이젠 사방이 모두 달콤하고 푹신푹신한 솜사탕 같은 구름 위에 비행기가 폭 안긴 모습이다. 어쩜 이렇게 예쁠까? 피곤한 줄 모를 정도다.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프라하 바츨라프 하벨 공항에 도착했다.

기대와 다르게 아주 작은 공항이었지만, 그래도 내 마음은 두근두근 설렜다. 입국 절차를 위해 줄을 섰는데, 옆 기계에 가서 뭘 해오란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그저 딸과 남편만 따라다닐 뿐이다.

유럽에서 입국 시스템이 전자식으로 바뀌며 시범 운영 중이란다. 이제 여권에 도장 찍히는 낭만도 없어진다니 아쉽다. 아들이 함께 왔다면 유럽의 마지막 입국 도장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또다시 미안함이 올라온다.


등록하고 입국하는 줄을 선다. 나중에 알았지만, 전자 입국 등록을 하면 그냥 나가도 됐는데 몰랐던 거다.

핸드폰 검색을 해가며 체코어를 연습해 본다. 입국 심사관에게 웃으며 체코어로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싶어서다. 연신 “도브리 덴”을 중얼거린다. 참 줄은 잘 선다. 딱 내 앞 두 명 앞에서 입국 심사관 교대 타임이다. 게다가 교체된 여자 심사관은 왜 이리 굼뜬지, 얼른 일을 시작하면 좋을 텐데, 딱히 하는 것도 없이 옆 사람과 수다 떠느라 정신없다. 모두가 짜증이 나서 인상이 찌그러질 때쯤, 오라는 신호를 준다. 앞 사람들이 인사를 하는 것 같은데, 이 무표정한 여자는 인사를 받아주는 것 같지 않다. 할까? 말까, 고민하다 내 차례에 아주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네 본다. 역시나 안 받아주네. “도브리 덴, 이 네 글자를 얼마나 연습했는데… 아이고, 한국 같으면 진짜 고객만족도 빵이다.” 궁시렁거리며 입국장을 빠져나온다.


공항버스를 탔다. 앉을 곳이 없는데도 콩나물시루처럼 사람들을 계속 태운다. 게다가 예의 없는 중국인 가족 때문에 짜증스러웠다. 선입견을 품으면 안 되는데, 쉽지 않다. 게다가 프라하로 가는 길 첫인상은 솔직히 실망이었다. 소똥 냄새인지 뭔지 모를 꿉꿉한 냄새와, 가는 내내 변두리 주택가와 같은 모습을 보며, 내가 생각했던 고풍스러운 건물들의 낭만적인 프라하의 모습이 아닌가 보다 하는 실망감이 올라왔다. 얼마나 달렸을까? TV에서 봤던 모습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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