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시작의 두 글자-몰입

by 김현우 ㄱ첨벙


순간순간이 몰입의 결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랑하는 아내와의 결혼도 연애기간 동안의 지극한 몰입의 결과였다. 처음 아내를 보았을 때 옅은 노란색의 긴 머리를 두 갈래로 묶은 채 청자켓을 입은 청순한 모습이었다. 착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몇 번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살아가는 흔적들을 대화로 공감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그녀에게 몰입하게 되었다. 몰입하는 순간에 듣는 발라드 노래들은 모두 나의 이야기 같았고 가장 감성적인 시간들이 흘러가기 시작되었다. 나와 관계된 시간들은 그녀의 일상에 맞추어진 생활로 단순화되기 시작하였고 사랑한다는 감정을 공유하게 되었다. 지금은 애인에서 아내라는 단어로 그녀를 대하고 있지만 그녀에 대한 몰입의 심정은 변함이 없다. 세월이 흐를수록 몰입의 강도는 믿음으로 인해 약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곁에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더욱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


회사생활도 매 순간 몰입의 과정이었다.

업무가 주어지고 혹은 부서를 옮기는 순간마다 몰입이 요구되었다. 당연히 몰입을 하여야 했다. 몰입을 하지 못하면 능력 없는 월급쟁이로 게으른 선배로 관심 없는 후배로 전락하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자존심이 나를 더욱 몰입하도록 부채질하였다. 때로는 몰입의 결과물을 받고 싶어 잠 못 이루기도 하고 다른 이와 비교하기도 하였다. 몰입을 하고 인센티브를 받고 혹은 받지 못하여 좌절하고 그렇게 지내온 시절들이다. 어느덧 나이 많은 선배급이 되어서도 변화되는 업무환경에 몰입하여야 한다.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몰입과정에서 느끼는 존재감과 심장의 두근거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기쁨의 일상이다.


군대시절이 회상된다.

갑작스러운 소집으로 마음의 준비 없이 논산훈련소로 입대하게 되었다. 입소날의 상실감은 그날의 정문 언덕이나 주변 환경, 하얀 구름의 파란 하늘이 지금껏 기억날 만큼 너무나도 충격이었다. 만 22세라는 늦은 나이에 비자발적으로 군인이 되었다. 자아를 잃은 채 명령에만 따르는 생각 없는 삶을 강요했던 군생활에서 그저 시간을 보내기에 급급한 주변 환경이었다. 처음에는 군에 입대하는 게 싫었지만 나중에는 사회로 나가는 상황이 두려웠다. 참 희한한 일이었다. 그토록 군에 있기 싫으면서도 어느덧 반복되는 머리 시원한 기계 같은 삶에 적응해 버린 것이다. 이렇게 멈추어 있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군 생활 기간에도 몰입하기로 하였다. 웅변대회도 나가고 정훈병사 선발대회, 조교능력 측정대회 등 대회라는 대회는 모두 응시하였다. 그 결과 많은 표창을 받게 되고 포상휴가도 가게 되었다. 심지어 병장 조기승진이라는 몰입의 결과도 얻었다. 하지만 가난하기만 했던 가정환경은 포상휴가를 나가도 찾아갈 곳이 없었다. 그 당시에 부대로 복귀하면서 준비하여야 하는 관습에 대한 비용을 감당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포상휴가를 양보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이젠 배려심 많은 모범병사로 선발되어 포상 및 포상휴가를 부여받았다. 휴가 나갈 비용이 없어서 사실은 휴가를 양보한 것인데 부대에서는 선한 영향력을 선물하는 우수 병사로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 시절, 어쩔 수 없이 휴가를 나오면 친구들을 찾아내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나를 위해 그들의 경제력을 발휘하도록 무언의 접대를 강요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감사한 시절의 친구들이다.


몰입하여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도록 몰입하여만다. 그래야 마음의 중심을 유지할 수 있다.

모두에게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

몰입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고 나 스스로도 이해할 수가 없다. 지금 이 순간도, 오늘 하루도 무언가에 몰입하려 한다. 담당하는 일에 주변 동료에 가족의 일상에 몰입해 나갈 것이다. 지금은 나의 점심을 몰입하여야겠다. 무얼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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