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인생의 두 글자-시간

by 김현우 ㄱ첨벙

시간이 지나간다.

가끔은 거꾸로 흐르는 시간을 기대하면서 과거는 추억이 된다. 지금도 시간이 흐른다는 것에 강박을 느낀다. 어떤 시간은 빨리 흘러가기를 소원하기도 한다.

특히, 퇴근 시간 직전의 한 시간은 왜 이리 더디거 흘러가는지 답답한 마음은 세월이 지나도 한결같다. 어떤 가수의 노래처럼 그녀를 만나기 몇 분 전의 시간의 흐름과 두근거림은 아직도 아득한 기억거리이다. 멋지게 빗어 넘긴 머리에 요리 저리 고민한 옷 가지들로 마음을 가리고 시계를 자꾸만 쳐다보면서 장소로 향하던 그날의 기억을 어떻게 잊을까!


홍대입구역 부근 어느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한 그녀는 나의 두근거림과 달리 오랜만의 만남이어서인지 많이 세월이 지나간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설레고 반가운 마음과 함께 아쉬운 마음이 혼재되는 시간이었다. 물론 그녀의 마음도 똑같을 수 있지만 그 마음까지 헤아릴 여유는 없었다.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하는 시간이 계속 지나갈수록 그 예전처럼 다시 예쁜 마음이 모락모락 피어났었다. 꽤 오랜 시간의 대화를 나누고 헤어지면서 그 아쉬운 마음이란 지금도 내 마음 주머니 어느 곳에선가 소중하게 숨겨져 있다. 시간이 많이 흐른 후 홍대입구역을 지나가다가 무심코 그 레스토랑을 돌아보았지만 그 자리는 팝업스토어로 바뀌어 많은 젊은이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레스토랑 이전에는 이곳의 누구의 시간이 되어 있을까?


시간이 모여 하루가 되고 하루가 모여 일주일이 된다.

금요일이면 휴일로 인해 기대가 되어 기쁘고, 일요일 밤이 되면 월요일의 출근으로 인해 아쉬움만 생겨서인지 뒤숭숭하다. 어린아이 나이는 아닐 텐데 세월이 반복되어 흘렀건만 변함없는 일상이다. 월요일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도 휴일에 그다지 특별함이 없는데도 무언가 규제받지 않고 나름의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이토록 기쁜 일일까?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설렘을 유지하다가 인천공항을 향하는 긴 다리 위에서의 두근거림과 기쁨이란 무엇과도 교체하기 싫을 것이다. 비행기가 한국 땅에서 힘차게 이륙하면서 내는 굉음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모른다. 물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의 시간은 침울함과 한국 땅에 도착하여 캐리어 가방을 질질 끌면서 향하는 귀국하는 내 모습은 그 어떤 것보다도 큰 우울함이었다.


그래 휴식시간은 영원히 좋더라.

여행을 떠나서, 푹 쉴 수 있어서, 못 봤던 이들을 만나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읽고 싶었던 책과 만나서, 나란히 손 잡고 쇼핑을 해서, 운동을 할 수 있어서 등 휴일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월요일은 항상 낯설다. 휴가를 마치고 출근하는 날도 항상 낯설다. 어쩌면 아주 예전에 휴일이 거의 없던 시절에는 이런 차별성도 없었을까? 그냥 매일 출근이었고 야근이었으니 이런 기쁨을 몰랐을까? 어느덧 일요일 깊은 밤이다. 잠은 오지 않고 휴일에 하고 싶었던 일과 중 미루었던 일을 실행하다가 내일 늦잠 자면 안 되는데 하는 불필요한 걱정을 한다. 평화롭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감사한다. 그냥 이런 모습들이 행복하다. 일요일 밤이다. 불을 꺼야겠다. 스마트폰을 내려놓아야 한다. 눈을 뜨면 아침이라는 시간이 되어 있으리라.


어느새 50대가 되었다.

예전에 그리 많게만 느껴졌던 50대라는 시간을 저항 없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영원한 삶을 꿈꾸는 어떤 권력자도 저항하지 못한 시간이라는 무기 앞에 많은 생각들이 교차한다. 50대의 감사함이 있다. 일단 대충 세상살이 돌아가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의 건강상태를 알게 되었으며, 포기할 수 있는 자신감으로 인해 나에 대해서건 타인에 대해서건 많이 너그러워졌다. 내 몸을 알기에 젊었을 때의 호기를 부리지도 않고 살살 어루만져가면서 잘 사용하기 위해 가능한 것에만 도전하게 되고 그로 인해 성취욕을 느낄 수 있어서 또한 감사하고 기뻐질 일만 생긴다.


시간과 함께 나도 흘러가고 지워지고 있다는 피로감보다는 마주할 시간들을 축복이자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이려 한다. 앞으로는 마음을 숨기는 시간으로 헐! 대박! 미친!이라는 젊은이의 단어를 연발하면서 공감의 시간에 집중해야겠다. 시간의 즐거움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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