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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효당 Apr 14. 2023

제주 2박 3일

오랜만에 제주에 다녀왔다. 5년 만이다. 제주 여행이 한, 두 번은 아니지만 매번 길어봐야 3박 4일 일정이었으니 그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몇몇 유명 장소를 찾아다니는 데 급급한 여행이었다. 제주 올레가 생긴 지 16년(1코스 개장이 2007년 9월이라고 한다)이 되었지만 올레길을 걸어본 적도 없고 한라산을 올라본 적도 없다. 어디 가서 제주 갔다 왔다고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여행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는 것 같다. 이곳저곳 불이 나게 쫓아다니는 것보다는 어느 한 두 곳에서 느긋하게, ‘멍 때리는’ 휴식 시간을 보내다 돌아오는 그런 여행이 하고 싶다. 하지만 이, 삼일 간의 단기 여행을 그런 식으로 보내기란 쉽지 않다. 가족 여행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요즘은 혼자서, 아니면 부부 둘이서만 한 달 살기다, 반년 살기다 하는 중장기 여행이 인기 있는 듯하다. 제주는 그런 여행지의 대상으로는 더없이 알맞은 곳인 것  같다. 쉬엄쉬엄 올레길을 걷고, 오름을 오르고, 바닷가를 거닐고, 섬에도 가보고, 자전거도 타고, 한라산도 올라 보고, 어슬렁어슬렁 마을길을 산책하고, 이도저도 귀찮으면 공상이나 하다가 잠 오면 자고······. 그러나 언감생심 나 같은 사람에게 가능한 일은 아닌지라 이번 여행도 별 수 없이 몸이 고단한 2박 3일의 여정이 되고 말았다. 사실 이번 제주 여행을 부추긴(?) 것은 『이 편지는 제주로 가는데 저는 못 가는군요』라는 책과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한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였다. 『이 편지는 제주로 가는데 저는 못 가는군요』는 한동안 제주 생활을 한 장정일 작가가 서울로 돌아온 후 제주에 사는 한영인 평론가와 주고받은 12통의 편지글을 모은 것이다. 편지는 두 사람이 제주에서 왕래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문학과 책 이야기, 정치적 · 사회적 이슈에서 오징어 게임, K-POP 등 대중문화와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 내용이 제주의 자연이나 풍물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책을 읽고 난 뒤 제주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의 제주 여행이라 내 딴에는 제주의 자연과 예술을 함께 느껴볼 수 있는 장소 선정으로 짧은 일정을 채웠는데 늘 그렇듯 아쉬움이 남는 여행이었다.      


유채꽃밭, 오조리포구


일몰日沒

어느 방송에선가 일몰을 ‘하늘이 그리움으로 물들었다’로 표현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데 제주 체류 첫째 날 광치기 해변에서 일몰을 구경했다. 일몰 명소로 잘 알려진 장소인 것 같다. 다행히 쾌청한 날씨여서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해가 산너머로 가라앉는 장엄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해가 수평선 너머로 잠긴 뒤 십오 분쯤 후의 노을이 더욱 장관이라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광치기 해변을 지나는 도로 이름이 ‘일출로’인 걸 보니 아마 이곳은 일출을 보는 명소이기도 한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성산 일출봉이 코앞이다. 이곳은 유채곷(성산유채꽃 밭)이 장관인 곳이기도 하다.  달력이나 사진에서 흔히 보는 (성산 일출봉을 배경으로 한) 유채꽃 밭이 바로 여기인 것 같다. 맑은 날씨지만 바람이 세다. 샛노란 유채꽃이 파도처럼 물결친다. 꽃밭 사이로 작은 길이 나 있다. 누가 그랬지, “우리 꽃길만 걸어요”,라고.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둘째 날은 서귀포 오조리 포구에서 일몰을 구경했다. 광치기 해변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구름 많은 하늘이어서 첫째 날만큼은 아니었지만 구름 속에서 잠깐잠깐 쏟아지는 황금빛 광채가 신비로웠다. 이곳 오조리는 올레 2코스가 지나는 길이다. 오조리 양어장 근처에 <모란동백>이라는 작은 책방(지금은 운영을 하지 않는지 문이 닫혀 있다)이 있고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이제하 갤러리>라고 표지를 달고 있는 작은 집이 있다. 역시 문이 닫혀 있다. 모란동백이라는 책방 이름과 갤러리 이름을 보아서는 시인이자 소설가이고 <모란동백>의 작곡자인 이제하 시인과 연고가 있는 곳이 맞는 것 같은데 아무도 보이지 않으니 확인할 길은 없다. 나무다리가 운치 있는 오조리 양식장은 1963년에 완공된 것으로 뱀장어, 숭어, 우럭이 주요 어종이라고 적혀 있다. 양식장을 구획지은 새까만 화산석의 둑을 딛고 건너편으로 가보려다가 그만두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위험해 보였기 때문이다. 물오리 몇 마리가 날이 어두워지는데도 한가롭게 놀고 있다. 물오리의 집은 어디인지?     


소천지, 올레길에서 만난 집


올레 6코스

10시 40분에 6코스 출발점인 쇠소깍 다리를 출발했다. 소금막 정자, 게우지코지, 보목포구와 구두미포구, 소천지, 검은여 쉼터, 서귀포 칼호텔을 지나 제주올레여행자센터에 이르는 길이다. 제주올레 홈페이지의 안내에 따르면 총길이 11km에 소요시간은 3∼4시간, 난이도는 별 하나다. 구두미포구를 지나 나지막한 산속 좁은 숲길을 지나는 짧은 구간을 빼고는 코스 내내 해안가를 왼쪽에 두고 걷는 평탄한 길이다. 쾌청한 날씨에 알맞게 바람이 부는 선선한 날씨라 걷기에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출발지인 쇠소깍은 효돈천(한라산 백록담 남벽과 서벽에서 생겨나 해안으로 이어지는 하천)이 바다와 맞닿아 끝나는 곳에 위치한 하천 지형이라는데 쇠는 ‘소(牛)’, 소는 ‘웅덩이’, 깍은 ‘하구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라고 한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이곳은 수심이 깊고 기암괴석과 울창한 소나무숲이 절경인데 옥빛의 물색깔이 신비롭다. 손으로 줄을 당겨 이동하는, 세상에서 가장 느린 교통수단이라는 ‘태우’가 관광객을 싣고 떠다닌다. 지명이 모두 제주 방언이라 코스 곳곳에 세워진 안내판을 보고 그 유래와 의미를 알아보는 것도 올레길을 걷는 재미 중 하나일 것 같다. 소금막은 옛날 소금이 귀하던 시절 바닷물을 가마솥에 끓여 소금을 생산하고 저장했던 곳이고, 마을에서 보면 아래쪽에 위치한다 하여 ‘알수물’이라는 명칭이 붙었으며, 형상이 전복 내장(‘게옷’이라고 부른다) 같은 모습이어서 ‘게우지코지’라 한다고 적혀 있다. 또 ‘생이들’은 철새들이 쉬는 두 개의 커다란 암석을 말하며(‘생이’는 새의 제주어),  '배내듯개/배는듯개'는 파도가 잔잔하여 배를 대기에 유리한 곳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보목포구를 지나 송산동으로 접어들자 바위에 새겨놓은 시 한 편이 눈길을 끈다. 한기팔 시인의 「자리물회」라는 시다. ‘가장 고향적이고도 제주적인 음식 먹어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안다‘는 구절이 발걸음을 망설이게 했지만 다음 일정을 고려해 시식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구두미 포구에 이른다. 이제 반 온 셈이다. 숲 속 오솔길을 넘어가니 소천지가 보인다. 백두산 천지를 축소해 놓은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소천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날씨가 맑고 바람이 없는 날에는 소천지에 투영된 한라산의 모습을 촬영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행운을 누리지는 못했다. 웅장하게 솟아있는 서귀포 칼 호텔의 입구에서는 기존의 올레길과 호텔 내부 우회로로 갈라지는데 잘 꾸며 놓은 연못과 정원을 끼고 걷는 우회로를 택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소小정방폭포라고 이름 붙인 작은 폭포를 구경하고 ’소라의 성‘이라는 아름다운 건축물을 통과한다. 독특한 모양의 이 건축물은 바다와 해안과 숲으로 이루어진 주변 풍경과 아주 잘 어울린다. 설계자가 누구인지 확실하지는 않으나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가 김중업의 작품이라는 의견이 다수인 것 같다. (그런데 무얼 하는 건물인지?). 소라의 성을 지나 정방 폭포 안내소를 거쳐 이중섭 거리와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 입구를 지나면 코스의 종점이다. 출발한 지 3시간이 지났다. 이로써 제주 올레길의 데뷔는 끝났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 코스를 기약하며 근처 식당에서 보말 칼국수로 늦은 점심을 해결한 후 택시를 타고 쇠깍지 주차장으로 간다.      


갤러리 뒤 언덕에서 바라보는 마을 풍경과 김영갑 사진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사진작가 김영갑에 대해 안 것은 2010년이었다. 『그 섬에 내기 있었네』(초판 2004.1.27, 2판  2010.1.18.)와 김영갑 5주기를 추모하여 낸 『김영갑』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앞의 책은 김영갑의 개인사와 1985년 제주에 온 후 어렵게 정착한 과정, 그리고 말년의 투병기 등의 글과 사진을 담은 것이고, 뒤의 책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5주기를 맞아 생전에 그와 가까이 지냈던 사람들의 글과 그의 유고 작품 사진 69점을 실은 것이다. 김영갑 작가는 2005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내가 그를 안 것은 그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책에 실린 그의 파노라마 사진들을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이 잊히지 않는다. 제주의 바다와 오름, 들판, 나무, 돌담 등을 담은 사진들은 숭고함 같은 것을 느끼게 했다. 특히 제주 중산간 벌판의 사진들은 어떤 영적인 세계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같은 장소가 날씨와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주었다. 그의 사진에는 빛과 구름과 바람과 공기가 담겨 있었다. 그의 사진들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나무였다. 넓은 들판 양쪽 가장자리에 서 있는 한 그루 또는 두 그루 나무들. 장엄한 풍경 속에 마치 어린아이처럼 서 있는 나무들. 작가의 사진 작품에는 제목이 없다. 제목을 붙임으로써 감상자의 상상력을 제한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했다. 작가의 글 가운데서 인상적인 문장 몇 개를 적어본다.

“일출과 일몰 사진을 통해 내가 감상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것은 둥근 해가 떠오르고 넘어가는 과정의 풍경뿐만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그 감동까지 함께 나누고 싶다” “나의 사진 속에는 비틀거리며 흘러 보낸 내 젊음의 흔적들이 비늘처럼 붙어 있습니다. 기쁨과 슬픔, 좌절, 방황, 분노·······내 사진은 내 삶과 영혼의 기록입니다.”     

김영갑 작가가 사람들에게 더욱 애틋하게 기억된 것은 루게릭병이라는 희귀병으로 고통을 겪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 극심한 고통과 좌절  속에서도 폐교를 임대해 갤러리로 가꾸는 데 온 힘을 기울인 작가의 말년은 안타까움과 함께 그 불굴의 의지와 예술 투혼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10년도 더 전에 그의 존재를 알았으면서도 그의 갤러리를 이제야 가 보았다. 제주에 가는 사람들에게 두모악에 가보라고 권하면서도 정작 나는 이제야 가보는 것이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은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3년 전인 2002년, 폐교된 초등학교 교실 여덟 칸을 개조해서 문을 연 것이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두모악 갤러리 마당에 작가의 뼈가 뿌려졌다. 작가의 작품과 함께 작가의 손길을 떠올릴 수 있는 아름다운 정원도 구경할 수 있다. 올레 3-A 코스가 지난다. 한 마디 보탠다. 김영갑 5주기 추모집에는 중앙일보 권혁재 기자가 찍은 김영갑의 사진이 있다. 김영갑의 얼굴이 참 맑고 깨끗하다(책 표지를 장식한 사진도 권혁재 기자의 사진이다).     


다랑쉬 오름 정상 분화구,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다랑쉬 오름(月郞峰)     

제주 말로 ‘오름’이라고 부르는 산 같은 언덕은 ‘측화산’ 또는 ‘기생화산’으로, 큰 화산의 주 분화구 등성이에 생기는 작은 화산을 뜻한다고 한다. 제주도에는 이런 오름이 380 여 개가 존재한다. ‘오름’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은 산굼부리, 일출봉을 비롯해서 우도 · 차귀도 · 비양도 같은 섬도 다 오름이라고 한다. 다랑쉬 오름은 한라산 동부에 있는 측화산을 대표하는 오름인데 높이가 382.4m로 동부지역 오름 중에서 가장 높다. 오름의 밑지름이 1,013m, 전체 둘레가 3,391m로 오름 위에 깔때기 모양의 넓고 깊게 파인 굼부리의 바깥 둘레가 1,500m에 달한다고 설명서에 적혀 있다. 다랑쉬오름은 ‘오름의 여왕’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오름이다. 다랑쉬라는 이름은 순수한 제주어로 ‘달’(다리의 축음으로 넓은 들을 뜻한다), ‘안’(內, 가운데 쪽이라는 말), ‘쉬’(소의 제줏말로 ‘쉐’가 변화한 것)를 합한 것으로 ‘달안쉬 -> 다랑쉬’로 변했다고 한다. 가파른 나무 계단길과 좁은 산길을 쉬엄쉬엄 올라도 30분이면 정상에 도달한다. 산길 양쪽으로 철쭉이 무성해서 5월경이면 만개한 철쭉꽃으로 굉장한 볼거리가 될 것 같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오른편으로 파노라마처럼 광활한 풍경이 펼쳐지는데 아쉽게도 흐린 날씨 탓에 경관이 뚜렷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멀리 성산일출봉과 은월봉의 모습은 확인할 수 있었고 가까이로 아끈다랑쉬 오름은 그 모습이 뚜렷했다. 그 주변으로 초록색 밭들과 숲과 나무들, 그리고 집들이 이루는 풍경이 평화로워 보인다. 다랑쉬 오름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섬들, 한라산과 그 품속에 안긴 오름 군락들의 경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감탄을 자아낸다고 적힌 안내판의 설명이 빈말이 아니리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정상에 ‘망곡望哭의 자리’라는 안내판이 있다. 조선 때 이름난 효자 홍달한이라는 분이 국왕(숙종)의 승하를 슬퍼하여 이곳에 올라와 애곡 하던 자리라고 한다. 군사부일체의 왕조 시대를 산 한 선비를 떠올리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분화구 앞에 붉은 용암이 용솟음치는 사진과 함께 ‘다랑쉬 오름은 지하 깊은 곳에 있던 마그마가 분화구에서 공중으로 폭발하면서 분출된 화성쇄설물이 주변에 쌓여 만들어진 화산체로 이러한 화산체를 분석구라고 한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분화구의 깊이는 110여 m라고 한다. 바람이 많이 분다. 몸을 가누기 어려울 만큼 세차게 분다. 큰 나무가 없어 벌판이나 마찬가지라 속수무책으로 바람을 맞을 수밖에 없다. 정상에서 30분쯤 쉬어 가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사진 몇 장만 찍고 서둘러 내려간다. 오름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외줄기 도로가 보인다. 나른하게 보이는 풍경이 딴 세상처럼 보였다.


조지 시걸 <우연한 만남>


아라리오 뮤지엄(탑동)    

서울에 있는 아라리오 뮤지엄(옛 공간 사옥)을 구경하고 블로그를 쓴 적이 있다. 그 글에서 작가(씨킴)이자 아라리오 미술관을 운영하는 김창일 회장에 대한 이야기는 한 적이 있으므로 이번에 구경한 제주 탑동의 아라리오 뮤지엄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적는다. 탑동의 아라리오 뮤지엄은 버려진 극장을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하여 개관한 것이다(2014). 제주에는 이 밖에도 동문모텔을 리모델링하여 미술관으로 운영 중이라고 한다(각 방마다 매니아적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는데 나는 구경하진 못했다). 탑동 아라리오 뮤지엄에도 김창일 회장이 수집한 국내외 현대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지하 1층에서 지상 4층까지 총 5개의 전시실에 국내, 외 작가 34명의 작품 55점이 전시되어 있다. 현대 미술의 특성상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들이 많은데 작품마다 친절한 설명이 붙어 있어 꼼꼼히 읽고 작품을 보면 그 의미가 가깝게 와닿는 것 같다. 작가의 국적은 다양하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서양 작가들도 있고 인도와 중국, 그리고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있다. 서울의 아라리오 뮤지엄에서 본 적이 있는 작가의 작품들도 있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들, 예를 들면 앤디 워홀, 백남준, 키스 해링의 작품도 있다. 회화와 조각, 설치 미술 등 작품의 형태와 형식도 다양하다. 전시실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거대한 작품(예를 들어 수보드 굽타의 작품), 소가죽을 재료로 한 거대한 인체 형상(장환의 작품)은 낯설면서도 뭔가 압도하는 듯한 충격을 준다. <벼룩시장 상인>이라는 제목이 붙은 인물 조각,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인물(다프네, 프로메테우스)을 추하게 왜곡해서 표현한 마르크스 루퍼츠의 조각들, 마치 옛날 미국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조지 시걸의 <우연한 만남>, 그리고 씨킴의 작품들. 뭔가 낯설면서도 발걸음을 떼기 어려운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작품들로 여러 층을 두세 번이나 오르내리며 구경했다. 내부 골재와 콘크리트 벽면이 그대로 노출된 전시 공간도 작품들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전시장을 나와 뮤지엄 건물을 보니 건물 또한 하나의 미술 작품처럼 보였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동문 모텔 전시관을 가보아야겠다.신문에 난 기사를 보니 얼마 전에 서울 아라리오뮤지엄 옆 건물에 아라리오갤러리를 재개관했다고 하는데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지 그 또한 궁금하다.


(블로그에 두 번에 나누어 실었던 글을 하나로 합쳐서 싣는다. 특별히 새로운 내용도 없이 길기만 한 글을, 그것도 사진은 거의 빼버리고 '재수록'하는'후안무치'가 민망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기록으로 모아놓고 싶었다. 제주에 다녀오고나서 29개의 제주 올레 코스 전부를 걸어 보고 제주의 자연과 역사, 말과 풍물과 인물을 함께 녹여낸 '제주 올레 답사기'를 써보고 싶은, 그러나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꿈을 꾸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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