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길을 걷고 싶은 나.
나는 어느 날 익숙한 한국을 떠나 낯선 네덜란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여기 오기 전까지 길은 주어진다고 믿었다. 40년 넘게 그렇게 살아왔다. 어릴 때부터 들었던 말들이 있다. "말 잘 듣고, 하지 말라는 것 하지 말고, 좋은 대학 가서 좋은 직장 잡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거야.", "주식투자 그런거 하지말고.", "사업도 절대 하지 마라.", "대기업이나 공무원이 제일 안정적이다."
그 말들을 정설처럼 받아들였다. 의심하지 않았다. '왜'라는 질문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았다. 그래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고, 17년 동안 지방 공무원으로 일했다. 주어진 길 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만 했다. 왜 모두가 같은 길을 가는 지에 대해서는 반문하지 않았다.
그러다 삶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시작은 작았다. 점심 후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는 대신 뒷산을 걷기 시작했다. 음악만 듣기 심심해서 우연히 유튜브를 검색했는데, 생각보다 유익한 강의가 많았다. 그 전까지 유튜브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었는데.
걸으며 듣다 보니 어느새 도서관에서 대출증을 만들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책을 읽어본 적이 별로 없어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몰랐지만 그냥 읽기 시작했다. 녹슨 엔진에 기름이 스며들듯 조금씩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무렵, 뜻밖의 인사 발령으로 수원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왕복 세 시간을 출퇴근하게 되었다. 불편한 시간은 오히려 기회가 되었다. 지하철에서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것이다. 점점 더 많은 기름을 치니 새로운 시선이 생겼다.
책 속 사람들은 내가 걸어가는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달랐다.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스스로 길을 만들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꿈'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나도 그들처럼 살고 싶어졌다.
책 속의 내용을 하나씩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는 미라클 모닝부터, 출근 전까지 다섯 가지를 했다. 명상을 하며 차를 마시고, 독서를 하고, 아침일기를 쓰고, 가볍게 운동을 한 후 출근하는 삶을 장착했다. 일상을 블로그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주어진 길만 따라 걷던 내가 나만의 길을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었다. 블로그 방문자도 늘어났고 하프마라톤에도 도전해서 완주했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는 나를 발견했다.
나도 그들처럼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해외 석사 과정 프로그램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가족이 함께 2년간 해외에서 살아야 했다. 처음에 나는 완강히 반대했다. 내 꿈을 한국에서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다른 곳은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때의 나는 여전히 길을 만든다고 하면서도 사실은 조직 안에서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어 했다. 내 길을 찾고 싶으면서도 남이 만들어 놓은 길에서만 답을 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가지 않고도 내 삶을 살 수 있을까? 미라클 모닝으로 삶을 다졌지만 가시적인 성공은 보지 못했는데, 과연 나만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까?
불안하고 두려웠지만 지금까지 걸어오던 길을 내려놓고 나만의 길을 가기로 결정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익숙한 길을 따라가는 대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직접 만들기로 했다.
내가 시작한 미라클 모닝은 결국 나만의 새로운 길을 만드는 일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시작한 명상은 앞으로 걸어갈 길을 그려보는 일이었다.
내가 시작한 차 마시기는 길 위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일이었다.
내가 시작한 아침 일기는 길 위에 새긴 나의 나침반이었다.
내가 시작한 운동은 길을 힘차게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내가 시작한 독서는 길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한 뿌리였다.
조직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서기보다 내 삶을 내 방정식으로 풀어내고 싶어졌다. 그렇게 길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현재 네덜란드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아무것도 내 손에 잡히는 것은 없지만 내 꿈을 믿어보기로 했다. 남은 내 삶은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이 아닌 내가 만든 길을 걸어가고 싶어졌다.
그 길 위에서 나는 두 가지를 동시에 바라본다. 하나는 낯선 나라에서 새롭게 겪는 나의 삶이고 다른 하나는 그 경험을 통해 다시 보게 된 한국의 모습이다.
공무원으로 살아온 지난 시간도, 네덜란드에서 쌓아가는 오늘의 일상도, 모두 내 여정의 일부이다. 비슷한 것보다 다른 면이 더 많은 한국과 네덜란드의 삶을 통해 느낀 점과 나의 변화된 모습을 하나씩 꺼내 놓으려 합니다.
아직 진행 중인 여정이지만, 그 길에서 얻은 작은 이야기들을 지금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