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변해야할 우리의 교육 방식

이제는 달라질 때가 되었다

by 이루다니

챗GPT가 세상에 나온 지 벌써 3년.

세계는 지금 거대한 변화의 파도 위에 서 있다. AI는 이미 텍스트 요약과 정답 찾기 능력에서 인간을 넘어섰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 현장은 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인재 양성에 갇혀 있으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모든 학생들이 의대 아니면 명문대라는 좁은 문을 향해 달리면서 선행 학습의 연령은 급기야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대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아이들을 이렇게 몰아가고 있는 걸까? 미래를 준비한다는 이름 아래 우리는 어쩌면 아이들의 지금을 잃고 있는지도 모른다.





네덜란드 교육에서 찾은 희망

한국을 떠나 먼 나라에 올 수 있었던 용기를 준 것은 바로 우리나라 교육이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지금의 교육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교육을 내 힘으로 바꿀 수 없기에 적어도 내 아이들에게는 다른 세상의 배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첫 등교 날,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딸아이는 울면서 엄마를 붙잡았다. 그런데 하교 후 만난 아이의 표정은 완전히 달랐다. "엄마, 학교 완전 좋아! 내일 또 가고 싶어!"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1년을 지켜보니 답이 보였다.


네덜란드 초등학교의 중심에는 성적이 아니라 놀이가 있었다. 공식적인 교재나 시간표가 없기에 선생님은 아이들의 흥미를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이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주어진 과제를 만들고 학부모 앞에서 자신이 배운 것을 발표하며 성취감을 느낀다.


초등학교는 공부의 시작이 아니라 사회성과 호기심을 배우는 시기였다. 시험마저도 'Cool Test'와 'Hot Test'로 나누어 배움의 성장을 확인하는 도구가 될 뿐, 아이들을 재단하는 잣대가 아니었다. 학교가 학습할 수 있는 태도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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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를 바라보는 관점

이러한 교육 철학의 근본적인 출발점은 대학 입시를 대하는 태도에 있었다. 네덜란드도 대학 입시가 존재하지만, 우리처럼 모든 아이가 한 곳을 향해 달리는 구조가 아니다.


우리는 초등 시절부터 입시 준비가 본격화되지만, 네덜란드는 공교육에 대한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와 다른 길을 걷는다. 우리처럼 주소지에 따라 정해진 중학교로 진학하는 것이 아니라 전환시험이라 불리는 Doorstroomtoets시험을 바탕으로 교사의 평가, 학부모와 학생의 의견을 종합해서 아이에게 맞는 중등 교육 과정을 선택한다. VWO(대학 진학), HAVO(응용과학대학), VMBO(직업학교) 세 가지 과정이 있다.


전환 시험은 입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진로 전환을 위한 참고 자료가 된다. 점수 경쟁이 아닌 아이의 성향과 가능성을 살피는 과정이다. 여기서 핵심은 교사의 의견이다. 초등학교 시절 내내 아이를 지켜본 교사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선생님의 판단에 따라 3곳 중에 한 곳으로 진학을 하게 된다. 선택한 과정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본인의 노력에 따라 중간에 변경할 수 있다.


세 과정 중 VWO 경우에만 우리나라 대학 입시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나머지 학교의 학생의 경우 방과 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클럽 활동을 하며 학교 생활을 즐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대학 입시에 덜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차이에서도 비롯된다. 한국에서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느끼는 사람을 많지 않다.


반면 네덜란드는 직업 간 위계가 낮고 높은 인건비와 복지 덕분에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존중받으며 생계 걱정을 덜 하게 된다. 성공의 잣대가 사회가 아니라 자신에게 있기에 사람들은 스스로 삶을 주도할 힘을 갖는다.


또한 교육의 목적이 대학 입시에 있지 않기에 모든 평가는 절대평가이다. 교육은 경쟁이 아닌 성장에 초점을 맞추며 학생의 발전 과정을 세밀하게 평가한다.


반면 한국은 여러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결국 대학 입시가 중심에 있기에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순간 상대평가로 전환되면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다. AI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협력과 소통의 힘을 기르기 어려운 구조다.


이곳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한국에서 자녀가 자사고를 다니다 1년간 유학을 왔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올해부터 고교학점제를 시행한다고 하지만, 여기처럼 절대평가를 하지 않으면 제도 변화의 의미가 미비하다."고 했다.


학생이 스스로 진로와 적성에 맞게 과목을 선택하고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고교학점제의 취지이다. 하지만 여전히 상대평가라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거나 흥미보다는 점수를 잘 받을 과목을 선택하게 되어 제도가 가지고 있는 본래 목적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도 입시 경쟁이 중심에 있는 한 교육의 본질은 달라질 수 없다.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대학 입시 구조에 있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한국 교육은 제도적 변화를 반복해도 제자리걸음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





AI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역량

우리는 이제 근본적인 뼈대를 바꿔야 할 때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AI가 더 잘하는 것들을 가르치고 있다. 빠른 암기, 정확한 계산, 정답 찾기. 이건 마치 자동차 시대에 말을 더 빨리 달리게 훈련시키는 것과 같다.


교육학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은 AI를 통솔하여 하나의 프로젝트를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십, 비판적 사고, 관찰력, 의사소통, 그리고 실패 후 다시 일어나는 회복탄력성이라고.


대학 입시가 바뀌어야 교육이 바뀐다. 정답을 잘 찾는 교육이 아니라, 질문을 하고 스스로 길을 찾으며 함께 이끌어가는 힘을 배우는 교육으로 돌아가야 한다.


AI 시대를 제대로 맞이하려면 부모의 모습도 달라져야 한다. 아이에게만 공부를 강요하지 말고, 부모도 함께 배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AI 시대에는 부모의 학습이야말로 아이의 미래를 여는 열쇠다.


부모가 걸어왔던 과거의 방법으로 미래를 살 아이들을 가두지 않았으면 한다. 부모가 초조함과 불안함을 내려놓을 때 아이들은 비로소 자신답게 성장할 수 있다. 익숙한 길이 가장 안전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오히려 익숙한 길이 가장 어려운 길이 될 수 있다.


싫든 좋든 AI와 함께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며 배우는 그 순간에 아이마다 다양한 에너지가 피어날 수 있다. 어떤 모습으로 자라날지 모르는 아이들을 부모가 가진 틀 안에 가두지 않았으면 한다.


공부는 좋은 대학을 가거나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닌 평생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좀 더 멀리 바라보며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아이들이 자신의 호기심을 따라 자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