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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Sep 14. 2022

가짜 스님 구명 운동

"스님을 석방하라!" , "우리 스님은 죄가 없다."

법원 앞에서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던 스님의 석방을 요구하던 몇몇 신도(아주머니)들이 교도소 밖에까지 와서 웅성거리며 스님의 결백을 주장하였다.


  법원 출정을 마치고 돌아온 스님을 불러 "마약 안 팔았어요?"라고 물어보니 "알고 지내던 친구가 몸이 아파서 그런데 마약 좀 구해달라고 하도 사정해서 조금 구해다 줬어요. 전에 마약 때문에 징역을 살은 경력이 있어 다시는 이런 짓 안 하려고 했는데 어찌나 사정하던지 중생 구제 차원에서 한 일입니다."라고 대답하여

 "마약을 팔긴 팔았구먼! 얼마 남겨 먹었어요?"라고 물어보니 자긴 그냥 중간에서 심부름만 했다고 한다.


  말이 스님이지 교도관 입장에서 보면 교도소 몇 번 들락 거린 고객인데 어떤 과정을 거쳐 스님 행세를 하고 있는지? 아주머니들은 어쩌다 이 사람에게 푹 빠져 이 사람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며칠 후 사람에게 마약을 샀다는 수용자가 출정에서 돌아와 스님 행세를 하는 수용자가 말의 사실관계가 궁금해 마약 얼마 주고 샀냐? 고 물어보니 스님행세를 하는 수용자가 말한 금액보다 5백만 원이 많았다. "그 사람이 원가로 줬다며? 중간에서 심부름만 했다고 하던데......."라고 말했더니 "원가는 무슨 원가예요? 5백만 원이나 남겨 먹었는데......" 처음엔 자신도 가짜 스님이 심부름만 해 준 줄 알고 고맙게 생각했는데 재판 과정에서 가짜 스님에게 마약을 공급한 사람의 진술을 듣고 속은 것을 알았다며 완전 사기꾼 새끼라며 격앙되어 목소리를 높인다.  


  가짜 스님 구명 운동을 하고 있는 아주머니들에게 사실관계를 말해줄 수도 없고 답답한 마음에 말해 주고 싶어도 가짜 스님을 철석같이 믿고 신봉하는 아주머니들에게 내 말이 제대로 들리지도 않을 것이라 오히려 봉변을 당할 수도 있어 모른 체 하고 지나갔는데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믿고 행동한다는 것을 느끼게 한 사건이었다.   

  나 역시 그런 오류를 범할 수도 있고 이미 범한 일들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잘못되었음에도 진실을 모르고 내 생각이 옳은 것이라 믿고 주장하였던 순간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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