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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Sep 15. 2022

난 글쟁이 싫어해

  사동 팀 사무실에서 팀장과 얘기하고 있는데 상담실에서 수용자 한 명이 나오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누군가 확인해보니 15년 전 친구와 함께 같은 중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을 성폭행해 우리 소에 수용되어 울면서 불안해하여 상담을 해주었던 수용자 K였다.  


  그동안 여섯 차례 입, 출소를 거듭하며 청송교도소를 거쳐 30대 중반의 노련한 수용자로 성숙해 있었다. 교정관계 법령과 지침 규정 등을 연구하며 직원들을 약점을 잡아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진정을 하고 소장, 과장 면담을 수시로 신청하며 수용생활을 편하게 하는 도구로 이용하고 있었다.

  교도관은 안면 장사라고 직원들을 적대시하는 K가 처음 교도소에 왔을 때 거실 앞에서 긴장을 풀어주며 상담을 해 주었던 나를 기억하며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K가 신청한 소장 면담 건에 대하여 보안계장이 대리 면담을 실시하면서 놈이 제기한 문제를 대화로 잘 풀었는지 표정이 좋았다. 보안계장이 K에게 농담을 하다가 "난 글쟁이 싫어해! 다음부터는 안 만났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하는데 나를 쳐다보며 웃으며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언짢으면서도 빙그레 웃어 주었다. 보안계장이 K에게 말하면서 빈정대듯이 내게 말한 것이었다.

  내가 내부 게시판에 제도개선안을 많이 올리고 불합리한 정책을 본부에 자주 전달하고 불합리한 행정을 지적하는 말과 글들을 자주 올리니까 집행부와 다툼이 벌어지기도 하였는데 많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나는 속으로

  "글쟁이가 세상을 바꾸는 거야

  글쟁이들이 없었으면 세상이 바뀌지 않아

  구태의연한 교정행정이 개선되지 않았을 거야

  후배들이나 동료들이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피해를 보고 국민들이 불편을 겪는데도 외면하며 자신의 밥그릇만 챙긴다면 발전이 있을 수 없잖아"라는 말을 하며

  K가 그동안 제기했던 문제들을 보니 나름 수긍이 가는 내용이 많았다.


  받아들일만한 것은 받아들이고 얼토당토않은 것이면 당당하게 대응하면 되는데 문제를 제기하는 그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다.


  어제도 나는 교정본부에 교정행정의 불합리한 부분 몇 가지에 대해 글을 올려 드렸다.

  내가 쓴 글에 대해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불의와 불합리한 점에 대해 침묵하는 사람보다는 불평하는 글쟁이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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