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초여름 직장 동료 2명과 함께 직장을 마치고 낚시를 하기 위해 아산의 유명 낚시터 ○○저수지로 출발했다.
좌대 낚시를 주로 하는 곳인데 도착해서 관리소에 전화하니 주말이라 좌대가 모두 나가고 없다며 다음에 오라고 하였다.
씨알 좋은 참붕어가 많은 곳이라 조사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사전예약 없이 무턱대고 와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된 것이다.
어둑어둑해진 저녁이라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고 세 사람이 의논한 끝에 일단 가방을 메고 낚시터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관리실에서 우람한 청년이 나오더니 "좌대 없다니까요!"라고 소리쳤다. 우리 일행은 청년의 말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걸어가며 바깥쪽에 앉아서 할 자리도 없냐? 고 물어보니 꽉 찼으니 다음에 오라는 것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는데 우리 쪽으로 다가선 청년이 우리를 보더니 "따라오세요"라고 말하며 앞장서서 배 쪽으로 걸어갔다.
어찌 된 일인지 영문도 모르고 청년의 뒤를 따라가던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씨익 웃기에 왜 그러나? 싶어 궁금해했는데 속삭이듯 H야 평택......
청년이 우리 쪽을 보며 "저 모르시겠어요?"라고 말하여 자세히 쳐다보니 몇 년 전 우리가 데리고 있던 소년수용자 H였다. 평택에서 조직생활을 하다 들어온 녀석이었는데 출소 후 마음잡고 산다는 소식을 듣긴 했는데 여기서 만난 것이었다.
매형이 운영하는 낚시터 일을 도와주고 있다는 H에게 자리 없다지 않았느냐? 고 물어보자 회사 사장님과 유명 탈랜트 한 분의 전용 좌대가 있는데 마침 오늘 비어있으니 그곳에서 하시라며 혹시라도 오늘 온다고 전화 오면 비워주면 된다고 말하였다.
낚시하던 중간에 배를 타고 좌대로 와 자신을 담당했던 직원들 안부도 물어보고 필요하신 것 있으면 말씀하시라며 신경을 써 주었다.
H가 안내해준 좌대에선 씨알 좋은 참붕어들이 심심찮게 입질을 해줬고 우리 일행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소년교도소 근무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기억중 하나이다.
지금도 아산 Y저수지를 지날 때마다 그 친구 생각이 난다. 지금은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미고 어엿한 가장이 돼 있으리라.....
그 친구의 행복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