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정을병 선생의 "육조지"에 이런 말이 나온다.
집구석은 팔아 조지고,
수용자는 먹어 조지고,
교도관은 세어 조지고,
형사는 패 조지고,
검사는 불러 조지고,
판사는 미뤄 조진다.
50여 년 전의 내용이지만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
미결이나 미지정 수용자들이 거실에서 하루 종일 지내다 보면 접견물이나 구매물을 사 먹게 되고 함께 거실에 있는 수용자들과 같이 먹게 되는데 돈을 많이 쓰는 수용자가 대접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지정 사동에 터줏대감들이 있다.
미지정 사동에서 지낼만하니까 스스로 공장에 안 나가는 수용자와 작업과에서 공장에 내보내면 다른 수용자와 싸우거나 작업을 태만히 하여 공장 분위기를 안 좋게 하거나 작업을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수용자들은 배제하여 장기간 미지정 사동에 남아있는 사람들이다.
전자에 해당하는 수용자 H를 공장에 내보내려고 계속 시도했음에도 본인이 이런저런 사유를 대며 출역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어느 날 H가 갑자기 공장에 출역하겠다고 하였다.
내가 그렇게 출역하라고 해도 안 나가더니 웬일이냐? 고 물어보았더니 거실 생활이 답답해졌다고 말하는데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 H를 들여보낸 후 같은 거실 수용자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H가 구매물을 많이 시켜 같은 거실 수용자들에게 나눠주니 수용자들이 H에게 형님이라고 부르며 깍듯이 대하며 모셨는데 어느 순간부터 H가 다른 수용자들 위에 군림하며 함부로 대하기 시작하더니 며칠 전 "야, 이놈들아! 내가 고아원 원장이냐?"는 말을 하며 거들먹거려 그 순간부터 거실 사람들이 H가 구매물을 줘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왕따 시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H가 거실 생활이 불편해지니 출역하겠다고 했던 것이다.
범털이니 개털이니 하는 말에 크게 귀 기울이지 않았는데 미결과 미지정 사동 담당을 하다 보니 교도소 안에서도 돈이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실감 나게 느꼈다.
돈이 없어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거실에 들어가면 자존심 상하고 무시당하니 혼자 있게 해 달라는 수용자도 있었다.
형집행법상에는 독거수용이 원칙이나 독거실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고 혼자 있게 해 달라는 수용자는 많아 답답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