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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Sep 22. 2022

당신들은 담배 있잖아?


  몇 년 전 법조비리와 공무원 비리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을 무렵, 아파트 주민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던 중 자연스럽게 매스컴을 통하여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공무원들의 비리가 화두가 되어 버렸다. 참석했던 사람들이 판사, 검사, 경찰, 시청 공무원 등 각계각층 공무원들의 다양한 비리를 입에 거품을 물고 성토하던 중, 내가 공무원이란 사실을 깨닫고 내 눈치를 살피며 하던 얘기를 거두어들이기 시작했다.


  나는 “괜찮아요. 저는 비리와는 상관없는 공무원이에요, 우리 교도관들은 깨끗해요.”라고 말했더니 현직 대학교수 한분이 “당신들은 담배 있잖아?”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오르면서 “그건 아주 먼 옛날 일이며 현재는 그런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를 교도관은 없다.”며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듣는 사람들이 내 말을 그대로 믿어주는 표정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 내 눈치를 살피며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지만, 한동안 “당신들은 담배 있잖아?”란 소리가 내 귓전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교도관들은 교도관들이 담배장사를 한다는 말을 들을 때 더 이상 할 말을 잃게 된다. “담배장사를 하는 교도관들은 극히 일부이고, 대부분의 교도관은 깨끗하다.”라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믿어주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들로부터 그런 말을 듣는 것은 근본적으로 우리 교도관들의 잘못이라 생각한다. 교도관들이 담배장사라는 오명, 일제 강점기의 간수, 형무소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떨쳐버리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아직까지 그런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교도관 생활 5년째에 접어들던 해, 세 들어 살던 주인집 남자의 직장상사가 교통사고로 내가 근무하는 교도소에 입소한 적이 있었다. 며칠 후 집주인 남자가 내게 특별면회를 한번 주선해 달라고 하였다. 내가 “특별면회 사유가 안 되는 것 같으니 일반면회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하자 집주인은 “다 알고 있다.”며 “특별면회 한번 하는데 얼마냐?”라고 물어보았다. 나는 난감한 표정으로 “그런 거 없다.”라고 말하며 관련 법령상 특별면회의 요건을 말해주었다. 그러자 집주인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에이, 내가 아는 사람이 한번 할 때마다 10만 원씩 주고 했다는데…….”라는 얘기를 하였다. 나는 얼굴이 후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돈 받고 특별면회해주는 것은 없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집주인은 내 눈치를 보며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친지 한분이 사업에 실패해 사기죄로 전주교도소에 수용되어 있을 때 나는 아내와 둘이 차를 타고 2시간을 달려 전주교도소에 도착해 일반 사람들과 똑같은 절차로 접수 후 30분을 기다려 유리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10분의 일반접견을 한 적이 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당연히 일반접견을 해야 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고 교도관인 나 역시 일반국민들과 똑같은 절차로 접견을 했기에 집주인의 말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며칠 뒤 집주인이 내게 “오늘 특별면회하고 왔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가슴속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 교차하는 것을 억누르며 “어떻게 하셨어요?”라고 물었더니, “아는 사람을 통해서 했다.”라고 말하였다. 순간, 나는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한방 얻어맞은 듯한 기분을 참으며 “잘하셨네요.”라고 말하며 아무 말 없이 집으로 들어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직장의 최고책임자와 함께 소장님을 찾아뵙고 사정 이야기를 한 뒤 교화 접견을 한 것이었다.


  웬만하면 일반국민들과 똑같은 절차로 국민이 겪는 고통, 서운한 마음을 느껴보면 좋으련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혹은 자신이 아는 사람의 지위를 이용해 특별한 대접을 받으며 과시하고 싶어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인 것 같다.

  교도소에 근무하다 보면 별의별 유형의 범죄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 공무원들도 주기적으로 들어오는데 대부분 직무와 관련된 뇌물을 받은 경우가 많다. 올해도 어김없이 과장급 서기관, 사무관, 그리고 부하직원들과 업자들이 구속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공무원으로 살면서 국민들 앞에서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살기란 참 힘든 것 같다. 내가 아무리 깨끗하다 할지라도 국민들의 공무원들에 대한 생각은 부정적이며 피해의식이 큰 것 같다. 몇 년 전 함께 식사를 하며 공무원들의 비리를 토로했던 사람들의 상당수는 자신들의 사업상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사람들이었음에도 자신들의 잘못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공무원들의 잘못만 성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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