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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Sep 20. 2022

교도관의 비애

 교도관들은 사고에 매우 민감하다. 지나간 일이라도 자신의 근무시간에 사고가 났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은 4부제로 바뀌었지만 3부제 근무시 새벽 1시를 기점으로 선번, 후번으로 나뉘는데 선번 근무자는 저녁 8시부터 새벽 1시까지, 후번 근무자는 새벽 1시부터 6시까지 각각 5시간씩 근무하였다. 그 외 시간은 모두 근무에 투입되는 시간이다.


  침실에서 일어나 근무지까지 걸어가는 중간에 감시대가 있었는데 경비교도대가 근무를 서다가 수하를 하곤 했다. 경비교도대의 수하는 “누구냐?”인데 한 번은 우리가 교대를 하러 올라가는데 경교대가 졸았는지 “누구고?”라고 수하를 하여 한밤중에 한바탕 웃음바다가 된 적이 있었다. 경상도 출신의 경교대가 졸다가 자신도 모르게 사투리로 수하를 한 것이었다.


  2000년도로 기억하는데 사동에서 자살사고가 일어났다. 발견된 시간이 새벽 1시 10분, 후번 근무자가 근무교대를 한 후 바로 돌았다면 책임을 면할 수 있었을 텐데 0여분의 시간이 흐른 후 발견되어 후번 근무자는 선번 근무자 근무시간에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였고 선번 근무자는 자신의 근무시간에는 이상이 없다고 주장하였지만 두 사람 모두 징계를 받고 문책성 인사로 타소로 전출가게 되었다.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든 책임을 지던 시절이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4부제 근무체제에서 나와 가까운 곳에서 또 한 번의 자살사고가 발생하였다. 3부제 근무 때에는 당무 날 24시간 근무였지만 4부제로 바뀐 후에는 오후 4시 30분경에 출근하여 다음날 9시까지 근무하게 되었는데 내가 주간 당무를 한 후 퇴근하였는데 밤 10시쯤 나와 같은 근무지의 야간근무자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문득 낮에 들어온 신입 수용자 1명이 상태가 안 좋으니 잘 보라는 얘기를 하자 전화통화를 하던 야간 근무자가 나중에 통화하자며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 수용자가 있는 거실로 뛰어 올라간 것이었다. 30분쯤 지난 기다리던 전화가 오지 않아 혹시 무슨 일이 생겼나 궁금해서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 보안과에 전화해보니 수용자가 자살을 기도해 병원으로 후송시켰다는 것이었다. 바로 병원으로 옮겨 목숨은 건졌지만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내가 느낌이 안 좋다고 인계한 수용자였다.

  자살사고는 불과 몇 분 만에 생명을 잃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야간에 근무자가 순찰을 도는 시간을 파악해 시도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근무자의 순찰 주기가 통상적으로 30분 이상이기 때문이다.


  다음날 오후 4시 30분경 야간근무를 하기 위해 출근했더니 전날 사고가 발생한 사동근무자가 퇴근도 못하고 초췌한 모습으로 휴게실에 대기하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고맙다고 말해서 밤새 야근하고 아직도 퇴근 못한 거냐? 고 물어보았더니 청에서 조사 나와서 퇴근도 못하고 조사받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었다. 교도관의 비애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그때는 잘했든 잘못했든 사고가 발생하면 청에서 나와 조사를 한다고 직원들 퇴근도 안 시키고 조사를 하곤 했다.


  어떤 직원은 아내로부터 이혼 요구 편지를 받은 수용자 A가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여 같은 취업장 봉사원에게 A를 철저히 감시하라는 특명을 주었는데 며칠 동안 A를 잘 감시하던 봉사원이 사동에 입실하여 구매물을 나눠주는 틈을 이용해 A가 슬그머니 뒷문으로 나가 계단 난간에 러닝을 걸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였는데 마침 A의 거실 앞을 지나던 담당 직원이 봉사원에게 A 어디 갔냐? 고 물어보자 봉사원이 후다닥 뒷문으로 나가 A를 들어 올려 병원으로 옮겼지만 며칠 후 사망하였다.

  불과 5분 사이에 운명이 갈린 것이다.


  이런 사고를 당한 교도관은 한 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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