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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Sep 23. 2022

미지정 사동 유능한 근무자

과밀수용

  총무과와 보안행정 근무를 오래 한 내가 미지정 사동 담당으로 간다고 할 때 일부 직원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드센 수용자들, 고질적으로 직원을 괴롭히는 수용자들, 상습규울위반자들,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수용자들을 어떻게 감당할수 있을까? 중도하차할 거라는 얘기도 들렸고 CRPT(기동순찰팀)에 근무하는 후배 한 명은 "형님! 여차하면 전화해요, 바로 달려올게요"라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나는 6개월 동안 CRPT를 거의 부르지 않았다.


  내가 미지정 사동을 무난히 이끌어 갈 수 있었던   것은 수용자 거실 지정을 내가 직접 했기 때문이다. 거실 지정 담당을 했던 경험을 살려 다툼이 일어날만한 수용자들을 미리 파악해 사고를 예방했다. 신기한 것은 사고를 많이 치고 잘 싸우는 수용자도 마음이 맞는 수용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수용자들이 원하는 그대로 해주진 않았다.


  거실 지정 담당을 할 때 공장 담당이 요청한 전방이 있었는데 안된다고 했더니 내게 큰소리로 화를 내며 오늘 당장 전방해주지 않으면 큰 싸움이 일어날 거라고 얘기하기에 공장으로 가서 자료를 보여주며 몇 달 전 일어난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를 가해자의 방에 넣어주는 것이어서 안된다고 했다고 설명해주니 몰랐다며 미안하다고 하며 전방을 요청했던 수용자들을 불러 혼낸 적이 있다. 자료 분석 없는 거실 지정은 낭패를 보기 쉽다. 나는 자료를 미리 보았기 때문에 실패하는 적이 거의 없었다.


  거실 지정 후 수용자들에게 반드시 당부하는 말이 서로 마음이 안 맞아 싸움이 일어날 것 같으면 내게 미리 말하라는 것이었다. 교정 선배들로부터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말 중   수용자를 잡는 것은 수용자라는 말이 있다. 거실에서 다른 수용자들 위에 군림하는 수용자들에게는 더 센 수용자를 넣어주면 기가 꺾이곤 했다.


  그러나 과밀수용이 되면 싸움 발생의 위험성이 매우 높아진다. 어찌한 도리가 없게 된다. 교정사고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과밀수용이다. 예를 들어 5명 수용 거실에 7 ,8명이 들어가게 되면 잠잘 때도 조금만 뒤척이면 옆 사람의 몸이 닿아 잠을 설치게 된다. 코 고는 사람, 잠꼬대하는 사람, 잠자다 화장실을 자주 가는 사람 등 아무리 조심해도 거실 생활은 불편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수용자 간 다툼이 자주 일어나게 되고 싸움으로 발전하기까지 한다. 5,6명의 비위를 맞추는 것보다 한 명의 비위를 맞추는 게 쉽다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수용자와 둘이서 생활하겠다고 자원하는 수용자도 있었다.

  갖가지 사유를 들어 독거실을 요구하는 수용자들이 많고 독거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혼거실에 수용하면 입실을 거부하여 조사실에 수용되어 징벌을 받고 징벌 종료 후에 다시 입실 거부를 반복하는 수용자들도 있다.


  하루는 징벌 종료하고 미지정 사동으로 오는 수용자 K가 있었는데 독거실을 요구하여 입실 거부하며 수차례 징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수용자인데 독거실이 없어 혼거실에 배방해서 입실을 거부할 거니 CRPT(기동순찰팀)에 바로 연락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오후에 K가 사동에 왔는데 오자마자 독거실을 달라는 것이었다. 독거실은 없으니 혼거실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더니 입실 거부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K를 담당실로 데려와 일단 의자에 앉으라고 한 후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나누었는데 말투가 삐딱했으나 책을 많이 읽었는지 나름대로 논리 정연한 주장을 하였다.

  한때 꽃동네 봉사자로 활동도 하였다는 얘기를 하여 그렇게 훌륭한 일을 하던 분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냐? 고 물어보니 인생이 꼬이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하여 나도 천주교 성직자가 되려고 했었는데 인생이 꼬이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하며 함께 웃었다. 만기가 한 달도 안 남았는데 나랑 같이 있다 나가라고 했더니 웃으며 자기 말 들어줘서 고맙다고 하며 혼거실에 들어갔다. K는 출소할 때까지 거실 생활을 잘하다 나갔다.

  잠시 후 CRPT에서 전화가 왔는데 K가 입실 거부 안했냐? 고 물어보아 그냥 혼거실에 들어갔다고 하자 "그럴 리가 없는데 희한한 일이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의사소통이 안 되는 수용자들은 어찌할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수용자들은 해결방법이 나오기도 했다. 지능적으로 직원들을 괴롭히는 수용자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K는 교정행정에 대해 불신감이 팽배하여 지능적으로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수용자였지만 나와는 의사소통이 잘 되어 출소할 때까지 거실 생활을 잘하다 나갔다.


   미지정 사동의 유능한 근무자는 두 가지 타입인 것 같다. 수용자들의 말을 아예 무시해 버리고 강하게 눌러 버리는 근무자와 피곤하지만 일일이 얘기를 들어주며 해결해 주려는 근무자, 희한하게 전자의 경우 수용자들이 근무자에게 적응하여 일체의 요구를 하지 않는다. 얘기해도 무시당하기 때문이다. 대신 다음 근무자가 힘들어진다.

  전자는 직원들에게 인정받고 후자는 직원들에게는 인정받지 못하고 수용자들에게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수용자들이 믿고 따른다. 어느 쪽이 유능하다 말할 수는 없다. 개개인의 내공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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