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에 반드시 좋은 날이 오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양성우 시인의 "가을에"를 수없이 되뇌며 기다림의 시간을 참고 견뎌 냈다.
한 달여 남은 교도관 생활......
아내의 병환으로 조금 일찍 마무리해야 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는 또다시 기다림의 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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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 양성우
슬퍼 마라.
우리 다시 기다림의 시를 쓰자.
가을은 이미 그릇에 넘치고
보아라, 새벽달도 바람에 기우는구나.
정든 사람들 모두 먼 길 떠났으니,
이 거칠고 마른 나이에
그 누가 아니 근심하랴.
꿈이 아님에도 오히려 내 땅에서
낯설고,
그러나 허리 굽혀 이삭을 주우며
우리 연가를 부르듯이
기다림의 시를 쓰자.
지금은 비록 아프고 괴롭다 하여도
새 그친 빈 들의 허수아비로
그 어찌 입술만 깨물겠느냐?
슬퍼 마라, 슬퍼 마라.
우리 다시 기다림의 시를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