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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Nov 09. 2022

공든 탑이 무너졌으나 새로운 탑을 쌓아 올리다

  미지정 사동 담당이었던  어느 월요일 아침, 출근해보니 미지정 사동 청소부 A가 조사실에 가 있었다. 사유는 일요일 새벽에 출소하는 수용자가 사동청소부 A에게 토요일 낮에 사동 사람들과 함께 먹고 싶다며 라면 수십 개를 온수기에 끓여 달라고 부탁을 하여 A가 담당 직원 허가 없이 끓여 줬다가 사동팀장이 순시 돌 때 걸린 것이었다. A는 평소에 수용자들의 사적인 부탁을 안 들어주기로 소문났는데 그날따라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됐다.

  온수기가 놓여있는 곳에 가보니 한쪽 구석에 플라스티 양동이에 가득 담긴 라면이 퉁퉁 불어 있었다. 나는 먹는 음식을 이렇게 버렸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규정상 팀장이 분명 옳은 것이겠지만 운용의 묘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어차피 끓인 라면이니 엄중 훈계하고 먹이면 될 것을 아까운 음식을 버리고 굳이 징벌까지 받게 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더군다나 사동청소부 A에게 부탁한 수용자는 이미 출소한 상태 아닌가?......

  조사실에 간 A는 남은 징역이 3년 이상 되며 이전 징역에서는 수용자 폭행, 싸움 등을 많이 한 문제수용자였으나 지금은 마음잡고 생활을 잘하고 있었다. 이런 수용자가 징벌을 받게 되면 과거의 생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기에 나는 관구실로 달려갔다. A를 조사실로 보낸 팀장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팀장에게 A의 선처를 청했지만 팀장이 내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이미 소장, 과장에게 보고하여 자신도 어찌할 수 없다고 하였다.  A는 징벌을 받았고 징벌 종료 후 작업이 취소되어 미지정 사동으로 돌아왔다. 동료 수용자들이 A가 징역을 막 살 것 같다는 걱정의 말을 내게 했지만 두 달 후 다른 소로 이송 가기 전까지 사동에서 별 사고 없이 지내다 갔다. 만약 징벌을 받지 않았다면 타소로 이송 가지 않고 잘 살 수 있었던 수용자였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28살의 나이에 전과 4범인 M은  운동을 좋아하여 어디서든  틈만 나면 운동을 했는데 손톱깎이 공장에서 작업시간에 담당 직원의 말을 무시하고 운동을 하다 조사 수용되어 징벌을 마친 후 미지정 사동에 왔다. 이전  징역에서 직원 폭언 및 폭행 건이 몇 건 되고 도저히 통제가 안 되는 수용자였으나 지금은 마음잡고 생활하겠다며 출역을 간절히 희망하였으나 전력이 화려해 아무도 그를 받아주지 않아 몇 달째 미지정 사동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경상도 사투리에 무뚝뚝한 말투가 공격적이어서 더욱 호감을 주지 못하였다.

  미지정 사동에서 몇 달 동안 M과 같이 생활하다 보니 M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게 되었고 남자대 남자로 약속을 하고 다시는 사고를 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M의 작업장 출역을 추진하였으나 쉽지 않았다. M을 포용할 수 있는 직원이 있는 곳이라면 생활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운동을 좋아하는 직업훈련 선생님한테 M에 대해 설명을 해준 후 M이 사고 치면 내가 책임지겠다는 각서를 써주고 출역을 내보냈는데 직훈 선생님과 잘 맞아 직훈 선생님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공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여 직훈 선생님이 내게 M을 추천해줘서 고맙다는 말까지 하여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궁합이 맞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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