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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May 05. 2022

입실거부 그리고 교도소에 들여 보내달라는 사람

 수용사동을 돌아보니 수용정원 6명의 거실에 8명씩 꽉 차 있다.  견디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초임때 한여름에 잠을 안자는 수용자들에게 왜 안자냐며 빨리 자라고 다그쳤던 기억이 부끄럽게 떠오른다.

 가만 있어도 더운 한여름에 선풍기도 없는 좁은 거실에 칼잠을 자야할만큼 붙어자야 했던 그들이 잠을 못자고 깨어 앉아 있어야 했던 고충을 몰랐던 것이다.

 입실거부하고 조사,징벌실(독거실)에 가는 편이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한 여름에는 관규를 위반하는 수용자들이 많이 발생한다.


  미결팀 사무실에 가보니 입실거부 수용자가 있었는데 사유가 보통의 수용자들과는 사뭇 달랐다. 오래전 어머니와 여동생이 덤프트럭에 치여 끔직하게 사망했는데 그 트라우마로 순간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라 여러 사람과 함께 생활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기결팀 사무실에 가보니 거기에도 입실거부 수용자가 한명 나와 있었다. 어려서 어머니가 자살했는데 어린 나이에 부검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아버지는 술때문에 돌아가셨는데 시신이 부패해 눈,귀,코, 입에서 흘러나온 피를 보고 인생의 덧없음을 알았고 그 트라우마로 마음이 심란하면 어떤 사고를 칠지 몰라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하기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독거실이 많으면 좋은데 한정되어 있다보니 독거실에 수용해야 할 사람들을 혼거실에 수용하는 경우도 많아 웬만한 입실거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왔는데 두 사람의 경우는 특이한 것 같아 마음이 짠 했다.


  희한하게 같은 날에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날도 그랬던 것 같다.


  몇 달 전에는 밤에 미결 쪽에 싸움이 발생해 처리하고 기결 쪽에 갔더니 거기서도 싸움 건이 발생해 있었다.   두 건을 다 처리하고 나니 밤 11시쯤 되었는데 외정문 근무자로부터 술 취한 사람이 교도소에 들여보내 달라며 아무리 설득해도 집에 돌아가지 않고 계속 떼를 쓴다는 연락이 왔다.


  어떤 사연인지 들어보기 위해 가봤더니 벌금을 못내서 노역을 살아야 하는데 검찰청에 가서 말했더니 아직 벌금낼 기한이 남아 있어 안된다고 해서 교도소로 직접 왔다는 것이었다.

  형편이 어려워 벌금을 못내니 미리 살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벌금이 자꾸 신경이 쓰여 생활이 안된다며 지금 당장 노역을 살게 해달라며 억지를 부려 한참을 실랑이 한 끝에 집에 돌려 보내긴 했지만 마음이 영 개운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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