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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Jun 10. 2022

양촌보 쫑 낚시

  대전에서의 3년 생활을 마치고 천안으로 복귀할 날도 얼마남지 않은 어느날 친구녀석이 쫑낰시를 하자고 해서  이틀간 날을 잡아 양촌보로 항했다.
  찌는듯한 폭염에도 불구하고 낚시대를 펼질때 저녁놀이 양촌보에 비단을 펼쳐놓은듯 아름답게 물들어 있었다. 나와 친구는 낚시대 펴느라 정신없는데 아들 녀석이 좋았던지 사진으로 남겨 놓았다.

  낮부터 낚시를 하고 있던 영감님이 작년, 재작년에는 재미를 많이 봤는데 올해는 물이 너무 맑아서 그런지 입질 한번 못 받았다는데 삐꾸에 무언가 담겨있어 쳐다보니 골프공보다 큰 우렁이 잔뜩 들어 있었다.
  영감님이 아들에게 이 힘든걸 왜 이렇게 일찍 배웠냐?며 한마디 던져 나를 머쓱하게 했다.
  예전에 어느 대학교수가 세상에 최고 한심한 놈들이 낚시하고 장기, 바둑 두는 놈들이라며 할일이 얼마나 많은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물고기나 속여 잡으며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장기, 바둑 두면서 시간을 허비하느냐며 심하게 질타했는데 나는 아들에게 둘다 가르쳐 줬으니 얼마나 얼 빠진 아버진가?....
  친구와 아들녀석은 밤새 입질 한번 못받았는데 나는 시원스럽게 찌를 올려주는 준척급 세수를 건져 올렸다.
희한하게도 4칸대에서만 간간이 입질이 왔다.

  다음날 아침 찌는듯한 무더위에 철수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는데 친구녀석이 물속에 들어가 "야, 만약에 이 세상에 천국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 여기일거야"라는 말을 하며 나도 들어 오란다. 내가 주저하자 대둔산에서 흘러내려오는 1급수니 안심하고 들어오란다. 낮낚시 하기 힘든 날씨라  나와 친구는 몇차례 물속을 들락거리며 더위를 식히며 아들에게도 물속에 들어갔다 오랬더니 잠깐 물만 적시고 나왔다. 어느덧 해질녁이 되었는데 내내 입질이 없자 친구가 아들이 손맛을 봐야 하는데 큰일났다며 한걱정한다. 이상하게도 아들과 출조한 세번 모두 조황이 민망할 정도로 최악이었다. 세번 모두 신경써서 잡은 포인트었음에도 희한하게 물고기의 이동을 비껴 나갔다. 다행스럽게도 아들이 분워기 자체를 좋아했지만 친구와 내 마음은 영 게운치 않았다.

  친구 아내가 애써 준비해준 닭백숙이 아까울 정도로 쫑낚시가 꽝낚시가 되어 아쉬움을 남겼는데 둘째날 낮에 둑위에 올라가 양촌보를 둘러보는데 눈물이 나왔다.
천안가면 낚시를 다닐수 없고 친구와 줄거웠던 낚시도 이게 마지막이구나! 양촌보도 다시는 못 올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나왔다.

  젊었을땐 눈물이 나와야 할 순간에도 나오지않을만큼 메말랐었는데 요즘엔 왜 이렇게 눈물이 잘 나온지 모르겠다.
  둘째 군입대할때는 웃는 모습으로 보내려 했는데 포옹하고 대열에 합류하러 가는 녀석을 보내는데 눈물이 쏟아졌고, 노래를 듣다가도 눈물이 나오고 TV에 슬픈 장면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다.

  관사에서의 자유로왔던 시간이 사라지면 친구와의 좋았던 순간들이 다시는 오지 않을수도 있다는 생각과 땡볕에서의 고통이 겹치자 갑자기 울적해지며 우울증이 오는듯 했다.
  그러다 하늘의 구름, 양촌보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며 볼수 있다는 것,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수 있다는것, 말할수 있고 느낄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이며 은총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녀석 말대로 이 순간이 천국일수도 있다. 마음 한번 돌리면 여기가 천국이라는 말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친구녀석이 토요일에 일정이 있어 일찍 철수해야 하는데 아들과 친구가 이틀째 입질 한번 받지 못해 밤11시까지 버텼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아쉬움을 남긴채 철수하는데 친구녀석이 아들에게 계속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아들은 낚시터 풍경과 분위기 자체가 좋다고 했지만 내 마음도 개운치는 않았다. 아들을 예뻐하는 신부님께서 낚시대 7대를 포함해 가방과 찌, 바늘까지 통째로 주셨는데 내 낚시대보다 훨씬 좋은 낚시대였다.(친구 표현에 의하면 아들건 차로 따지면  그랜저, 친구건 아반테, 내건 액센트란다.)
그 좋은 낚시대로 개시를 해야하는데 입질 한번 못 받은 것이다.

  집에 와서 씻는데 낚시터에서부터 뜨겁고 간지러웠던 얼굴과 목부위가 빨갛게 익어 있었다. 내 평생 이런 적이 없었는데 너무 방심했던것 같다. 평생 기억에 남을 쫑낚시였다.
  친구는 대전에 있는동안 함께 놀아줘서 고맙다고 하는데 나는 꿈속에서도 가고 싶었던 낚시를 원없이 하게 만들어 준 친구가 너무도 고맙고 친구에게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기만 하다.

  아들과 함께 유료낚시터에 한번 가서 제대로 손맛 한번 보여주자는 친구 말에 동의했지만 그런 날이 올지 모르겠다. 아내가 아프고 내가 밤낚시 가면 병이 날정도로 싫어하기 때문이다. 친구와 함께 할수 있었던 대전에서의 3년 세월이 이제는 평생 그리워할 추억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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