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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Dec 14. 2022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교도관들이 야간근무를 하면서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것이 수용자들의 생명과 관련된 응급상황이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자, 응급환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해 살리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인다. D교도소에서 근무하는 3년 동안 내가 속한 야간팀에서 유난히 응급환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자들이 많았다. 3년째 되는 해에는 상반기에 전국 교정시설에서 6명이 사망했는데 내가 근무하는 D교도소에서 5명이 사망했는데 그중 4명이 우리 팀 근무 날에 발생한 환자였다.

  사망사건이 발생하면 문책이 따르는데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발견하여 사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문책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살아있는 상태로 병원으로 후송하여야 한다. 우리 팀에서 발생한 사망  4건은 모두 병원에 나가서 응급조치 및 치료를 받다 사망한 사건이었다.  

 

  그중 가장 안타까운 건이 심근경색 환자였다.

201*년 00월 00일 밤 10시경 5사 하층 근무자가 TRS(무전기)로 비상상황을 알렸고 CC-TV에 근무자가 두 팔을 위로 올려 긴급한 상황임을 알려 다른 근무자가 스트레쳐카를 밀고 들어가고 인근 근무지 직원들이 5사 하층으로 달려가 거실문을 열고 수용자를 스트레쳐카에 옮겨 놓은 후 직원 한 명이 수용자의 몸 위에 올라가 심폐소생술을 하며 100여 m를 달려 구급차를 향해 달려갔는데 그때까지 의식이 있던 수용자가 답답하니까 심폐소생술을 하지 말라고 하여 직원이 잠시 멈추자 가슴을 들썩이며 가쁜 숨을 쉬어서 심폐소생술을 계속하면서 병원으로 후송하였는데 병원에 도착한 직원으로부터 제세동기를 사용하고 있으나 담당의사가 가망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몇 시간 후 수용자가 소생했다는 연락이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안타깝게도 며칠 후 사망하고 말았다. 그 수용자는 평소 심근경색 환자가 유사시 혀밑에 넣는 "니트로 글리세린"이라는 약을 가지고 있었는데 증상이 나타나자 한알을 혀밑에 넣었는데도 효과가 없자 한 개를 더 넣었는데도 효과가 없어 비상벨을 눌렀다는 동료 수용자의 말이 있었다.

  연초에 그런 일을 겪은 후 7월에 천안으로 복귀하여 야간1팀장을 하는데 11월엔가 일요일 주간 근무를 하기 위해 출근하는데 구급차가 경광등을 켜고 급하게 병원 쪽으로 나가고 있었다. 응급환자가 발생했다는 생각을 하며 야간3팀장으로부터 인계를 받는데 구급차에 실려간 수용자가 갑자기 거실에서 쓰러져 바로 병원으로 후송했다는 얘기를 하였다. 나는 야간3팀장에게 내가 수습을 할 테니 퇴근하라고 했으나 야간3팀장은 느낌이 안 좋다고 하기에 설마 죽기야 하겠냐는 얘기를 했는데 1시간쯤 지난 후 병원 근무자로부터 사망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아침에 일어날 때까지 멀쩡했던 사람이 갑자기 쓰러져 그렇게 됐으니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가족으로 누나가 왔는데 1년 사이에 교도소에서 가족을 2명이나 잃었다는 말을 하여 무슨 얘기냐? 고 물어보니 연초에 D교도소에서 남편이 심근경색으로 사망하였고 이번에는 동생이 그렇게 됐다기에 확인해보니 내가 D교도소에서 야근할 때 응급으로 후송하였던 사람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세상에 희한한 일도 있다는 생각이 들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수용자를 극적으로 살린 사건도 있다. 병사에서 수용자가 아침 10시쯤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 근무자가 발견하여 TRS로 응급상황임을 전파하며 비상벨을 눌러 CC-TV로 뛰어가 보니 거실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이 보여 오늘 병사 근무자가 누구며 자살기도 수용자가 절대로 죽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만약에 죽는다면 그동안 직원들이 힘들게 근무한 시간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고개를 흔들며 제발 죽지 않게 해 달라는 간절한 기도를 올리며 사고 현장으로 뛰어갔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의무과 직원이 휴대용 산소 호흡기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 보이고 의무과장(의사)이 현장에 서있는데 자살을 기도한 수용자는 거실에 뉘어진 채로 축 쳐져 숨을 쉬고 있는 건지 안 쉬고 있는 건지 분간할 수 없었고 담당근무자는 불안한 모습으로 수용자만 쳐다보고 있었다. 의무과장에게 수용자의 상태를 물어보니 다행히 숨이 돌아왔다고 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수용자의 벗겨져 있는 가슴을 유심히 쳐다보니 육안으로는 숨 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없어 얼굴에 손을 대어보니 온기가 있고 코에 손을 대어보니 숨결이 느껴졌다. 여전히 불안한 기색으로 수용자 곁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담당근무자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지며 눈물이 핑 돌았다. 담당근무자는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직원이었는데 나를 보더니 거실 안으로 따라 들어오라고 하여 들어가 보니 수용자가 목을 매었던 화장실 창틀 상단에 걸려 있는 관복을 가리키며 자살기도 수용자를 발견했을 때의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어제 꿈자리가 하도 뒤숭숭해 출근하기 싫어서 휴가를 내려다 아침에 갑자기 휴가를 낼 수 없어서 설마 아무 일 없겠지 하는 마음으로 출근했는데 근무를 하면서도 왠지 불안한 마음에 수시로 왔다 갔다 하며 시찰을 하던 중 거실에 있어야 할 수용자 한 명이 보이지 않아 화장실 안을 자세히 쳐다보니 수용자가 창틀에 매달려 있어 황급히 거실 문을 열고 들어가 수용자를 들어 올려 바닥에 내려놓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상황을 전파했다는 말을 들으며 2m 20cm 높이의 화장실 창살에 매듭지어져 걸려있는 관복을 보니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담당근무자의 얼굴을 보니 입술이 바짝 말라있고 탈진한 모습이 역력했다. 고생 많았다는 말을 전하며 보안과에 전화를 걸러 담당근무자가 탈진해 있으니 교대자를 좀 보내달라는 말을 한 후 보안과로 내려오는 동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병사 담당 근무자처럼 자살기도 수용자를 바로 발견하게 되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하여 수용자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다면 성실하게 열심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겪게 될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생각하니 교도관으로서 비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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