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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Jan 17. 2024

무엇을 찾고 있는 걸까?

  아내와 매일 아침 천변을 따라 드라이브하다 보면 80대로 보이는 어르신 한분이 카메라를 들고 무엇인가를 찾아 앵글을 들이대는 모습을 자주 본다.

  추운 날씨에도 작품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모르고 하천변을 따라 걷다가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곤 한다.

 말라비틀어져 누렇게 변한 풀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고 내가 보기엔 전혀 예술가치가 없는 황량한 들판을 따라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

  아마도 젊은 시절엔 사진작가였으리라 추측해 본다.  치매 아내를 태우고 같은 길을 매일 드라이브하는 나와 마찬가지로 어르신도 매일 카메라를 들고 같은 복장으로 같은 길을 걸으며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앵글의 초점을 맞추곤 한다. 아마도 치매에 걸리신 것 같다.


 안개가 짙게 낀 어느 날 나는 어김없이 아내를 태우고 천변길 드라이브를 하는데 어르신이 어김없이 검은 옷에 배낭을 멘 채 천변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다 무엇을 발견했는지 카메라를 꺼내 들고 하늘을 향해 앵글을 맞추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갯속 허공에서 무엇을 찍고 있는 걸까?


  나는 잠시 차를 멍추고 어르신의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어르신이 카메라에 담고 싶어 하는 게 무엇인지 무얼 찾아 헤매는지 모르겠지만 안갯속 허공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모습이 마치 나인 듯싶어 슬프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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