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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Jan 27. 2024

잃어버린 아내 17

  성당 자매님이 오후에 우거짓국, 콩나물, 오이무침 등을 가져왔다. 교중미사 후 전신자식사를 해서 챙겨 온 것이다. 성당에 안 간지도 3년이 넘은 것 같다. 코로나19  전에는 아무리 힘들어도 주일 미사는 빠지지 않았는데 코로나19 발생 이후 집에서 TV로 방송 미사만 보고 있었는데 그것도 요즘엔 뜸해지고 있다.

희한하게도 아내가 성당자매님들을 알아보고 웃으며 인사를 한다. 같이 살고 있는 남편과 둘째 아들만 못 알아보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알아보고 있는 것이다.  어이없고 횡당한 현실이었다. 성당 자매님이 10분여간 아내와 얘기를 나누고 간 후 우거짓국과 콩나물, 오이무침을 먹고 싶다고 하여 차려주니 맛있게 먹는다. 집에서 만든 음식이라 그런지 더 맛있게 먹는 것 같다. 아내가 다 먹고 나서 맛을 보니 시장이나 마트에서 사다 먹는 음식보다 맛이 있었다. 아내가 아프기 전 요리를 할 땐 국 하나를  끓여도 온갖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 육수를 내서 건져내고 단계적으로 하나씩 하나씩 진행하는데 난 배고프니까 그냥 대충 하라고 해도 온갖 정성을 들여 순서대로 진행하였다. 난 아내에게 그렇게 해주지 못하고 있다.


  새벽 5시경 작은방 문을 슬그머니 열고 안방 쪽을 보니 활짝 열려 있다. 주방 냉장고 앞에 아내가 앉아 있어 밥을 먹을 거냐? 고 물어보니 먹었다고 한다. 사실은 안 었는데 먹는 시늉을 하며 먹었다는 것이다. 아내의 행동이 주기적으로 바뀌고 있다. 오늘은 남편과 주변사람이 죽었다며 아들과 내게 왜 죽은 사람 옷을 입고 있냐? 며 모두 벗으라고 하고 있다. 아들과 내게 누구냐? 고 물으며 나가라고 하고 있다. 아내가 내게 집에서 나가라는 말을 하고 아들도 밀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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