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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Jan 27. 2024

잃어버린 아내 18

처녀귀신 내려온다

  오전에 짧은 시간이지만 드라이브도 하고 아내의 상태가 괜찮았는데 집에 들어와서 갑자기 눈에 보이지 않는 할아버지와 얘기를 주고받는다. 아내가 할아버지 얘기를 하는 날은 망상이 심한 날이다.

  점심식사 후 안방에서 갑자기 큰소리가 들려 문을 열고 보니 아내가 귀와 입, 코, 눈을 막아야 한다고 소리를 치며 이상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어제 오후에도 그런 행동을 했는데 통상적인 행동이라 생각했는데 아들이 오늘은 정도가 심한 것 같다고 말하기에 안방에 들어가 아내를 살펴보고 있는데 아내가 웅크린 자세로 침대에 얼굴을 처박은 채 손으로 귀와 눈 코 입을 막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왜 그러고 있냐?"라고 물어보니 처녀귀신이 온다며 빨리 귀, 눈, 코, 입을 막으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빨리 코하고 입을 막아라!"라는 말을 큰소리로 울부짖으며 반복하고 있었다. 내가 왜 그러고 있냐? 고 재차 물어보니 "너도 코하고 입 막으란다 이년아!"라고 한다. 누가 그런 말을 했냐고 물어보니 "처녀귀신이 온단다. 빨리 코하고 입하고 막아라"라고 말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한 시간 넘게 그런 말과 행동을 계속하는데 무당들한테 신이 내릴 때 이렇게 내리나 보다는 생각이 들며 무섭기도 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던 와중에 이런 상황을 주치의 선생님께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다가 아내를 향해 "예수님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사탄아 물러가라"라는 말을 반복했다. 아내는 "처녀귀신 내려온다. 귀 막고 코 막고 입 막으란다. 이년아! 너도 막아라"라는 말을 울부짖으며 반복하고 있었다. 안 되겠다 싶어 작은방에 가서 작은 십자가를 들고 왔다. 되든 안되든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었다. 십자가를 들고 아내를 향해 "예수님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사탄아 물러가라! 주님 우리 데레사를 지켜주세요"라는 말을 반복했는데 한참 동안 침대에 얼굴을 처박고 "처녀귀신 내려온다 코하고 입을 막아라!"는 말을 반복하던 아내가 갑자기 "처녀귀신 저녁에 온단다."는 말을 하였다.

  아내에게 처녀귀신이 내려오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나는 십자가를 든 채 아내를 향해 "예수님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사탄아 물러가라! 주님 우리 데레사를 지켜주세요"라는 말을 계속했는데 아내가 갑자기 "처녀귀신 저녁에 안 온단다. 이 집에 먹을 것이 없단다."라는 말을 하며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아내가 악령에 의해 지배받는듯한 행동을 할 때 “예수님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사탄아 물러가라!”라는 말을 몇 번 한 적이 있지만 별 반응이 없었는데 오늘은 아내가 장난을 치는 것으로 느낄 정도로 태도가 달라진 날이었다. 아내를 지배하는 못된 영에 의해 농락당한 기분이 들며 못된 영이 아내를 통해 나를 가지고 논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령이 아내의 정신과 행동을 지배하며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았다. 처녀귀신 소동이 끝난 후 희한하게도 아내의 망상과 이상행동이 수그러들기 시작하여 저녁에는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2023년 5월 1일은 내게 평생 잊을 수 없는 날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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