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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Jan 28. 2024

잃어버린 아내 19

어떻게  한 번을 못 알아볼까?

  오늘도 아침이 열리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아내가 극도로 이상행동을 할 때 어떤 때는 화가 나고 욕이 나오고 안 좋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돌아서서 생각하면 아낸들 그러고 싶어 그러겠는가? 싶은 생각이 들며 아내가 불쌍한 생각이 들어 눈물을 흘리곤 한다.

  아내와 나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른다. 가끔 치매 아버지나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아들 얘기가 뉴스에 나온다. 난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자신이 치매 부모를 도저히 모실 수 없는 한계상황에 오면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아들에게 아빠가 엄마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엄마 요양원에 보내라! 아빠가 만약 엄마 같은 상태가 되거나 치매에 걸리면 요양원에 보내라고 한다. 그리고 기도한다. 아내보다 먼저 죽지 않게 해 달라고...,.


  아침에 아내를 차에 태우고 천변을 향해 가는데 아내가 잘 따르던 성당 자매님의 모습이 보였다. 아내가 자매님을 알아보기에 잠시 차를 멈추고 조수석 유리창을 내려 주자 자매님이 아내와 인사하며 "데례사 남편한테 잘해!"라고 말하자 아내가 남편 아니라며 강하게 부인한다. 자매님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내가 자매님께 사인을 보내자 자매님이 아내에게 "데레사 건강관리 잘하고 잘 다녀와 한번 놀러 갈게"라고 말하니 아내가 "예 형님"이라고 대답한다. 주변사람들은 다 알아보면서 세 달이 다되도록 어떻게 남편을 한 번도 못 알아볼까?


  밤 10시 30분경 잠자리에 들어 잠시 잠이 들었다 깨어 멍하니  누워 있으니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나를 휘감으며 잠을 이룰 수 없게 만들었다. 아내기 나를 몰라보는 상태가 지속되면 버티기 힘든데......

  그나마 아들이 있기에 버텨왔는데 아들이 시험에 합격하여 다른 곳으로 발령나 떠나게 되면 어떻게 하나? 견딜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나를 가라앉게 만든다. 한참을 침몰해 있다가 집 근처발령 날 거라는 기대감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근처발령 나지 않더라도 분명 내가 버틸 수 있는 힘을 주시리라 믿으며 앞날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곤 한다.

  아침에 일어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가 일어나서는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드리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저녁에 잠자리에 들면 또다시 두려움에 떨고......

오늘은 운동을 하며 굳어있는 몸을 풀고 냉장고를 채워야겠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은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아내와 함께 여행도 다니고 함께 미래의 삶을 설계하는데 내 인생은 무엇인가? 이런 생각을 하면 우울해지는데 이대로 허물어질 수는 없지 않은가? 내게 주어진 삶 기쁘게 받아들이고 무기력하게 지내지 말자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자 내 삶을 지켜주시고 이끌어 주시고 있분의 보이지 않는 큰 뜻이 있음을 믿고 오늘도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묵묵히 할 일 하자고 마음을 다잡곤 한다.


  천국의 열쇠를 읽기 시작했다. 천국의 열쇠는 청년시절에 읽었던 책인데 지금 다시 읽어도 감명 깊다. 젊은 날 내 정신세계를 지배했던 치셤 신부의 삶이 나를 부끄럽게 했다. 은퇴해야 할 노년의 나이에 본국으로 돌아온 치셤신부는 고향에 돌아와, 7살 난 고아인 꼽추어린이를 데려다가 기른다. 이 아이는 치셤신부가 한때 사랑했던 노라의 딸 주디가 낳은 아이다. 주디는 아이를 낳고 사망하여   치셤신부의 어머니와 같았던 노라의 어머니 폴리 아주머니가 키우던 안드레아로 치셤 신부는 이 아이를 돌보는 것을 그의 마지막 사명이자 봉사로 생각한다. "하느님이 나를 중국에서 여기로 오도록 하신 것은 오로지 이 아이 때문인 것이다."  버려져 학대받는 안드레아를 찾아 아이를 돌보기 위해, 어려서부터 자신과 너무도 다른 사고방식으로 물과 기름과 같이 지내온 안셀모 주교에게 아쉬운 부탁을 하는 치셤 신부, 남은 삶을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라는 치셤 신부의 모습에서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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