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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May 08. 2024

교도관생활 하면서 가슴 아팠던 사건 1

  "형님! 사는 것이 힘들어 아파트 위쪽으로 올라와 뛰어내리려 했는데 막상 뛰어내리려니 너무도 무섭고 두려워 차마 뛰어내리지 못하고 형님께 전화드렸습니다."

퇴직 후 아내를 캐어하며 거의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고 몸이 불편한 아내의 식사, 세면, 용변 등을 돌보다 보면 다른 사람들과 전화통화하기가 힘들고 전화를 못 받을 때가 많아 점심때 걸려온 전화를 못 받았는데 저녁에 받은 교도관 후배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아내와 딸 생각해서 마음 굳게 먹고살아야지 왜 그런 생각을 하냐? 고 말하자 형님은 형수님 돌봐주시지만 저는 눈도 실명 상태에 가까운 데다 뇌경색까지 와서 아내 도움 없이는 생활을 못합니다. 아내가 딸 생각해서 열심히 살자고 하는데 자꾸 안 좋은 생각만 든다는 말을 한다.


  10여 년 전 내가 타기관으로 전출 간 후 후배는 직장에서 어떤 일을 계기로 기관장과 대립하게 되었고 그 사건이 확대되면서 직원들마저 적대관계에 서면서 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해 있었고 내가 3년 만에 돌아와 점심식사 하러 직원식당 같이 가자고 했더니 자신과 함께 다니면 찍힌다며 직원들에게 피해 안 주려고 직원식당에서 식사하지 않고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닌다고 했다.

  

  그 친구의 사건은 비리나 부정부패가 아닌 윗사람과의 갈등에서 빚어진 것으로 주변 직원 대부분이 혹시라도 윗분들 눈밖에 날까 두려워서인지 이 친구를 멀리 하였고 이 사람의 허물을 들춰내는데 일조하였고 중재에 나서는 사람들 없었다. 이 친구가 믿고 따르는 선배들은 나를 포함하여 모두 승진하여 타 기관으로 전출 간 상태였고 내가 복귀하였을 때는 이미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어 두 달여 지나 중징계를 받고 먼 곳으로 전출가게 되었다.


  박사학위도 있고 열정적이고 진취적인 친구였으나 전출 후 소청, 소송에 집착하였고 다른 사건까지 겹쳐 교정현장에서 떠나게 되었다. 박시학위가 있어도 중징계로 퇴임하여 취업도 안되고 몇 년간 징계, 소청, 소송건으로 신경 쓰느라 가뜩이나 안 좋았던 시력이 실명상태에 이르렀고 뇌경색까지 와서 아내의 도움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상태가 되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게 되었고 내게 전화를 한 것이었지.


  선배님이 사모님을 24시간 돌보듯이 제 아내도 저를 돌보고 있다고 말하며 최근에 수용자에게 돈을 빌려 처벌을 받게 된 후배 직원이 불쌍하다는 말을 하여 "당신은 연금도 나오고 빚은 없지 않으냐?"라고 말하자 그렇다고 대답하여 그럼 마음 굳게 먹고살라는 말을 하며 옆에서 보채는 아내의 불편함을 해결해 주기 위해 전화를 끊었다.


  비리건이 아니고 직원들과의 갈등에서 빚어진 사건들은 중재만 잘하면 좋게 될 수 있는데 이 친구처럼 윗사람들과의 갈등에서 빚어진 사건은 일방적으로 흘러가기 쉽다.


  현직에 있을 때 희한하게도 징계를 받을 위험에 처한 동료나 후배들이 곁에 있었고 그들 편에 서서 도와주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러다 불이익을 받은 적도 있으나 중재를 잘하여 징계를 받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된 사례도 있었지만 이 친구처럼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아 가슴 한구석에 맺혀있는 사례도 있다. 퇴직한 후에도 이 친구처럼 가끔 전화로 넋두리하는 후배들이 있는데 아무런 힘도 되어주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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