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와 사랑 May 08. 2024

교도관생활 하면서 가슴 아팠던 사건 2


  "수용자가 직원을 폭행하고 있습니다. 기동순찰팀  ×사로 출동 바랍니다." 일근 근무를 하던 내게 들려온 TRS 무전기 소리는 사태가 매우 다급함을 알렸고 내일 저녁에 근무할 조사, 징벌 사동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다음날 저녁 근무지에 들어가서 어제 직원을 폭행한 수용자가 누군지 확인해 본 나는 어이가 없었다. 그 당시 직원을 폭행한 수용자는 수갑 등 보호장구를 사용하였는데 저녁식사를 위해 수갑 등 보호장비를 풀고 몸 상태를 확인해 보니 60대 초반에 말이 어눌하고 한쪽 팔이 조금 부자연스러워 보여 자세히 보니 뇌경색을 앓았는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폭행을 당했다는 직원은 무술 유단자였고 기동순찰팀에 근무했던 경력도 있는 직원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수용자한테 맞았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사 맞았다 하더라도 방심해서 한 대 맞았을 건데 그걸 가지고 기동순찰팀까지 출동시켜 수갑 등 보호장비까지 착용시켜야 했는지?

  이 수용자가 조사수용된 경위를 확인해 보니 나름대로 근무를 잘한다고 자부하는 미지정사동 담당이 자신의 말(지시사항)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꼬투리를 잡아 조사수용 시킨 것이었다.

  교도괸들 사이에 근무를 잘한다는 직원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는데 수용자들을 강하게 휘어잡고 지시에 따르지 않는 수용자들을 가차 없이 조사수용시키는 사람들은 자칭 수용자들에게 밀리지 않고 근무를 잘한다고 자부하고 있으나 다른 직원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그 사람이 보낸 문제수용자는 다른 직원이 떠안게 되고 결과적으로 그 직원은 자신의 말을 잘 따르는 수용자들만 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직원이 조사수용 시킨 수용자 P가 조사, 징벌 사동 직원이 조사거실에서 허용되지 않는 물품을 보관하려 빼내려고 하자 P가 자신의 물건이라며 거부하였고 이 과정에서 직원이 수용자에게 한 대 맞은 것이었다. 나는 P를 당장 풀어주고 싶었으나 금요일 저녁이라 그리할 수 없었다. 의료과 진료를 받게 하고 최대한 느슨하게 집행하였지만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가슴 아픈 순간이었다.


  친하게 지내던 교도관 선배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 선배는 사리에 밝고 수용자들에게 엄격하게 대하기로 소문났으며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이었다. 퇴직하기 1년 전 내게 "나름대로 수용자들한테 밀리지 않으며 근무 잘한다고 자부했는데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보니 큰 놈들은 건드리지 못하고 만만한 놈들만 잡은 것 같아 부끄러워", "그래도 선배님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잘하셨어요"라고 말했지만 그 선배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칭 수용자들을 잘 잡는다는 선배들 중에는 수용자가 관규위반을 했을 때 가족관계 등 신상부터 보는 사람도 있었다. 거기에 따라 대하는 강도가 달라 후배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보면 나도 그 현장에 있었고 그 선배들과 다를 바 없었다. 가슴 한편에 아쉬움으로 남아있는 순간들이 많다.

작가의 이전글 교도관생활 하면서 가슴 아팠던 사건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