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와 사랑 Feb 17. 2022

죄 없는 자가 이 여인을 돌로 쳐라



  교도소 내에서 수용자 간 다툼 사건을 처리하면서 느낀 점은 수용자 사회나 일반사회, 정치인들의 모습이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무리를 형성하여 대립하며 사이가 좋지 않은 상대방을 처벌받게 하기 위해서 상대방의 잘못을 신고하고 상대의 잘못을 부각하여 동조하는 사람들이 상대편에 불리한 증언을 하곤 하는데 거기에 말려들어 일방의 의견만 듣고 처리하는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신중하게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오히려 신고한 사람들이 잘못한 더 큰 경우도 많았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팀의 한 작업장에서 세 그룹으로 나뉘어 상대방을 음해하는 투서가 계속되어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내가 담당한 후에도 그런 일들이 발생하여 서로 이해하고 감싸주며 화목한 분위기를 만들자고 수없이 말을 해도 효과가 미미했다.


  며칠 전에도 나이 어린 수용자 A가 아버지뻘 되는 수용자 B 때문에 힘들다며 처벌해 달라며 신고를 하였다. 거기에 젊은 친구들 몇 명이 가세하여 나이 많은 수용자가 문제가 많으니 조사 수용시켜 달라고 하였다.

  신고당한 B를 불러 얘기를 들어보니 젊은 사람들이 직원 몰래 못된 짓들을 해서 잔소리를 하고 그런 짓을 하면 신고해서 처벌받게 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녔고 그러다 보기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큰 잘못을 감추기 위해 상대방을 제거하려 했던 것이다.


  다툼이 있었던 작업장의 수용자들을 모아놓고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이 여인을 돌로 쳐라"라는 성경 말씀을 들려 준후 예수님 앞에 모였던 사람들은 그나마 양심이 있어 하나, 둘씩 사라져 아무도 남지 않았는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셨다면 그때 모였던 사람들처럼 물러나지 않고 여인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말을 하였다. 돌을 던지는 사람들이 죄가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죄, 자신들이 속한 집단을 합리화시켜 자신들은 죄가 없는 양 상대를 단죄할 것이며 여러분도 자신과 한편인 사람들은 더 큰 잘못을 저질러도 눈감아주고 상대의 잘못은 조그마한 것도 들춰내어 처벌해 달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여러분 누구도 처벌받지 않기를 바란다. 동료를 비난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화합하기 바란다고 말하며 노인수용자와 손자뻘 되는 나이 어린 수용자가 한방에서 생활하며 일어났던 문제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관규에 따라 순번을 정해 설거지를 하던 중 노인수용자가 설거지를 잘 안 하고 지저분하게 한다고 구박하여 다툼이 일어났는데 손자뻘 되는 수용자가 노인수용자가 관규를 위반했으니 처벌해 달라고 우기기에 "너는 집에서 할아버지하고 순번 정해서 설거지하냐?"라고 물어본 후 앞으로 노인수용자가 설거지는 하지 않았느니 지저분하게 했느니 트집 잡지 말고 노인수용자 순번에 네가 다하라고 했다는 말을 하며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냐? 고 물어보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교도소도 사람 사는 세상이고 그들이 사는 모습도 일반사회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상식선에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다 보면 그들의 마은이 움직이고 거부감 없이 따라옴을 느낄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학부모와 부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