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교도소에는 종교단체와 각계각층 사회단체에서 소년수형자들의 교정교화를 위해 수많은 봉사자들이 방문하곤 한다. 한 번은 정문 앞에서 같은 종교 사람들 간에 다툼이 벌어졌다. 종교단체에서 신청이 많아 돌아가면서 순번을 정해 오는데 담당자가 스케줄을 잘못 잡아 다른 지역에 사는 두 그룹이 같은 날에 오게 된 것이다. 서로 자기들이 들어가겠다고 다툼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직원들이 웃으며 지나갔는데 좋은 웃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수형자들과 함께 생활하다 어려운 순간에 닥칠 때마다 외부사람들은 소년수형자들의 교정교화를 위해 저렇게 힘들게 교도소를 방문해서 소년수형자들을 잠깐 만나고 가는데 나는 그들과 함께 생활하니 얼마나 좋은 환경인가?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 잡곤 하였다.
소년교도소에는 배구, 농구 등 운동이 활성화되어 있는데 외부사람들이 운동장을 지나며 소년수형자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며 놀라곤 하였다. 운동선수 못지않게 체격 조건이 좋아 운동도 잘하고 얼굴도 준수하게 잘생겨 누가 봐도 범죄자의 얼굴이 아닌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취업장간 운동시합도 많았는데 내가 담당하고 있던 취업장은 배구와 농구를 잘하여 20여 명의 인원임에도 100여 명 정도 되는 취업장과 시합을 해도 승률이 90% 이상이었다. 그런데 영조장이 바뀐 후 어느 순간부터 타 취업장과의 배구시합에서 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내가 볼 때에는 영조장이 문제였다. 공격 성공률이 높지 않음에도 자신 위주로 경기를 하니 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영조장이 시합에 지기만 하면 대원들에게 분풀이를 하곤 했다.
하루는 시합에 지고 취업장에 들어와서 어디서 가져왔는지 몽둥이를 가져와 대원들의 엉덩이를 때리려고 하는 것이었다. 내가 하지 말라고 하였음에도 대원들을 나오라고 하여 몽둥이를 휘둘러 댔다. 나는 몽둥이를 빼앗아 반으로 부러 뜨러 연탄난로에 집어넣었다. 연탄난로는 연탄이 3개씩 두줄로 6개 들어가는 거라 화력이 좋아 몽둥이는 활활 타올랐다.
영조장도 대원들도 황당해하는 가운데 대원들 앞에서 창피를 당한 영조장이 잠시 후 나를 보자고 하였다. 당시 똘똘한 영조장은 웬만한 신규직원보다 끗발이 좋았던 시절이다. 나는 취업장 밖으로 나가 영조장에게 할 말이 뭐냐? 고 물어보자 대원들 앞에서 그렇게 망신을 주시면 취업장을 어떻게 이끌어 가냐? 며 너무 하신 다는 얘기를 하였다.
나는 내가 분명히 몽둥이 치우라고 말했음에도 네가 나를 무시하고 대원들에게 몽둥이를 휘둘렀으니 나도 너를 존중해 줄 이유가 없다. 앞으로도 나를 무시하는 행동을 하면 더 큰 망신을 당할 수 있다."라고 말하자 죄송하다며 앞으로 잘할 테니 대원들 앞에서 체면 좀 세워 달라고 하였다.
소년수형자들은 자존심이 매우 강하다. 자존심에 살고 자존심에 죽는다. 그들의 자존심을 뭉개 버리면 어떠한 짓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따로 불러서 조용히 얘기하면 예상했던 것보다 순한 아이가 많았고 말이 통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 그 사건은 영조장과 담당의 기싸움이었다. 몽둥이를 뺏아 영조장과 서로 옥신각신했다면 취업장 수형자들 앞에서 망신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연탄불에 넣어 버리는 바람에 순식간에 상황이 종료되었던 것이다.
그 친구는 출소하여 잘 살고 있을 것이다. 가족들의 면회가 많았고 출소하면 돌보아줄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년교도소 수용생활이라는 몸살을 앓고 난 후 건강하게 사회에 잘 적응하여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