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을 읽고

테드 창

by 대니


테드 창은 하드 SF를 쓰는 작가라고 한다. 하드 SF란, 과학적 정합성과 논리를 중요시하는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의 하위 장르를 말한다. 영화와 비교하자면, 킵 손 교수가 참여해 과학적 고증에 충실했다던 인터스텔라와 비교하면 될까? 글쎄, 인터스텔라와는 조금 결이 다른 것 같다. 그의 작품에선 좀 더 상상력이 느껴진다. 분명히 그의 작품은 과학적인 사실을 바탕에 두고 있다. 하지만, 그의 글은 도대체가 종잡을 수 없다. 분명 시작은 과학이었지만, 그 끝은 언제나 상상 밖이었다. 그래서 그의 책을 읽으면, 이런 생각이 매번 든다. ‘이번엔 어떤 주제로 글을 쓴 걸까?’


특히, 그의 글에는 테드 창만의 ‘감성’이 숨어있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이공계 감성’ 정도면 될까? 아마도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아시리라 믿는다. 이번 책에서도 그러한 면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책의 마지막 부분의 ‘창작 노트’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몰리 글로스는 자신이 어머니가 된 일이 작가인 자신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연설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자식을 키운다는 행위는 내게 ‘상당히 거창한 문제들을 깊게, 불가피하게, 일상적으로’ 짚고 넘어가게 만들었다. ‘사랑이란 무엇이며 어디서 오는가? 왜 세상에는 악과 고통과 이별이 존재할까? 어떻게 하면 우리는 존엄과 관용의 정신을 함양할 수 있을까? 권력을 가진 자는 누구이고, 왜 그것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갈등을 해결하는 최상의 방법은 무엇일까?’


테드 창은 바로 이 어머니의 ‘문제’들을 AI에게 적용했다. 나는 테드 창이 ‘AI도 어머니들이 아이를 기르는 것처럼 가르치고, 키워가야 한다’라고 말하려고 했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들은 인간보다 많은 정보를 순간적으로 처리한다. 많은 철학자, 과학자, 사회학자들의 저작을 순식간에 검토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AI가 위의 질문들에 올바른 답을 내리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테드 창처럼 생각해 보면, 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일종의 어머니의 ‘사랑’ 같은 게 아닐까? AI는 우리의 육아법대로 성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 제목이자 책 속의 단편인 ‘숨’의 감상과 나만의 해석을 써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솔직히 나도 이게 뭔 소린가 하며 읽었기 때문이다. 몇 장을 넘어간 후에야 ‘아 이게 열역학 제2 법칙 얘기구나! 와 이걸 가지고 이런 글을 쓴다고?’라며 감탄할 수 있었다. 나도 요즘 SF소설을 써본다고 개폼 잡고 있지만, 이야기꾼들의 상상력은 정말 ‘넘사벽’인 것 같았다.


어쨌든, 내가 보기에 열역학 2 법칙은 일종의 ‘균형’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이런 질문을 해보고 싶다.


“당신은 세계, 아니 우주가 잘 균형 잡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내 생각은 ‘아니요’다. 내가 지금까지 알아 온 바에 의하면, 역동적인 세상은 균형이 아니라 ‘불균형’에서 온다. ‘숨’에서 주인공이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압력 차이’ 때문이고,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도 ‘높이 차이’ 때문이고, 스마트 폰을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전위 차이’ 때문이고,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이유도 미토콘드리아에서 ‘전위 차이’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사회적으로 생각을 확장해 보아도 ‘계급 차이’는 역동성을 만든다. (너무 급진적인가??) 모두가 평등하고 똑같은 세상은 과학적으로(열역학적으로) 죽은 상태이다. (열죽음 상태) ‘열죽음’ 상태(big chill), 그러니까 엔트로피가 최대인 상태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온 우주의 소립자들은 모든 공간에 균일하게 흩어져 버린다.


뭔가 허무주의적인 결말이다. 세상이 결국 저런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결말은. 그래서 재미가 있었다. 이런 소재를 활용해 테드 창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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