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을 읽고

멜랑콜리아

by 욘 포세

by 대니

‘빌어먹을 보라색 코듀로이 양복’ 아마도 많은 분이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은 라스 헤르테르비그의 시점에서 시작하는데, 내면을 묘사하는 문장들이 매우 반복적이어서 읽어가기가 쉽지 않다. ‘멜랑콜리아’라는 단어는 우울을 뜻한다고 하지만, 내가 느낀 것은 정신이상과 강박증이었다.


멜랑콜리아(Melancholia) 또는 멜랑콜리는 근심스럽거나 답답하여 활기가 없다는 점에서 기분이 언짢은 느낌 또는 반성과 공상이 따르는 가벼운 슬픈 감정을 말한다. 우울감과는 다르지만, 멜랑콜리한 감정이 오랜 시간 지속되어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가 되면 우울감과 같은 증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출처- 위키백과


1 심리적 의미 (우울):
깊고 오래 지속되는 슬픔, 우울함.
특히 원인을 뚜렷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슬픔.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우울증의 심각한 형태를 나타내는 용어.

2 문학·예술적 의미 (감성적 우울):
낭만적이고 철학적인 슬픔, 고독, 상실감.
예술가들이 자주 다루는 감정 상태로, 창작의 원천. 출처- Chat GPT


주인공의 내면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이걸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지?’ 나는 문학이라는 익숙한 동네에서 집에 가는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그때 윌리엄 포크너의 ‘고함과 분노’라는 책이 떠올랐다. 거기엔 발달 장애 때문에 세 살 수준의 지능을 가진 벤지의 시점으로 쓰인 글이 있다.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을 벤지의 시점에서 보았을 때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이건 허구가 아닌 거야. 어쩌면, 이건 멜랑콜리한 기질을 가진 사람들의 진짜 내면일지도 몰라’


나는 ‘멜랑콜리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라스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다. 친구와 커피 한잔을 마시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책을 읽다 보면, 읽어내기가 힘든 부분들이 있어, 그런데 책을 한 권 다 읽었을 땐, 그 힘든 부분이 꼭 필요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라스를 이해하긴 힘들지만 받아들이면, 읽은 후의 감동은 두 배가 될 것이다.


후반부는 라스의 누나인 올리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하고, 치매 때문에 단기 기억력에 문제가 생긴 노인의 내면 묘사가 이어진다. 라스는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올리네의 이야기는 오래 산 인간이라면 겪어야 할 숙명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라는 말이 감정적으로 읽어내기 힘들지 않았다는 말을 의미하진 않는다. 우리도 늙고 병든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정상인과 비정상인의 ‘공간적 분리’가 시작되었다. 푸코의 말처럼 ‘정신병 환자’와 ‘치매 노인’은 비정상인으로써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나는 이러한 공간적 분리가 정상인과 비정상인의 소통과 이해에 단절을 가져옴으로써 정상인이 비정상인이 됐을 때 더 강한 정신적 충격을 받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정상인이 비정상인을 바라보는 냉정한 시선은 정상인이 비정상인이 되었을 때, 같은 크기의 강력한 공포로 되돌아온다. 우리 사이의 분리된 공간은 넘어설 수 없는 심연 같은 게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비정상인에 대한 연민과 용서 같은 덕목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 봐야 한다.


나는 욘 포세가 노벨상을 받은 이유를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고작 몇 번의 시점 변화와 강박적인 반복을 통해, 나의 정상인과 비정상인 사이의 공간을 해체해 나갔다. 나도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마지막에 나에게 남은 것이라곤 우리는 둘이 아니라는 이해와 연민, 책의 표지를 장식한 라스 헤르테르비그의 ‘보르그외위섬’이라는 그림 한 점뿐이었다.


“생선 눈알. 그것은 무엇을 보고 있을까? 그녀의 영혼 깊숙한 곳? 그녀의 영혼 깊숙한 곳에서 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과연 생선 눈알이 그녀의 영혼을 꿰뚫어 볼 수 있을까? 어쩌면 라스가 생선 눈알을 빌려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닐까?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라스가 생선의 검고 뻣뻣한 눈알을 통해 그녀를 보고 있는 것일까? 그녀의 영혼을? 그녀의 깊숙한 영혼을? 그녀의 영혼 깊숙한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녀에게 내면 깊숙한 것이 있긴 할까? 그녀에겐 외면만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녀에게 진정 내면이라는 것이 있을까?” 멜랑콜리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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