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 한 것이 아니라 수줍음이 많아서일지도

- 마음의 자유와 말의 자유를 꿈꾸며(2)

by 거북이

옆에 직원 H도 어지간히 바빴나 봅니다.


저를 포함 세 명의 팀원에게 말도 없이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메일에는 이런 글이 적혀있었습니다.

‘앞서 공지사항으로 전체 부서에 알리기는 했지만

누락된 항목이 있으니, 업무관련 부서들에게 이 메일을 안내해서

본인에게 자료를 제출 할 수 있게 해달라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미 공지사항을 본지라,

‘분명 누락된 항목이 없었는데 왜 그러지?’ 라고

속으로만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기분도 나빴습니다.

같은 평직원으로, 나나 저나 바쁜 건 매한가지인데

별말도 없이 메일 한 통 달랑 보내놓고는

“관련 부서들에 메일을 안내해달라” 라고 한 것이 못마땅 했습니다.

나이 많다고 유세라도 하는건지 원...

(사실 나보다 나이가 서너살 많을 뿐인데도, 별 걸 다 연결시킵니다)

‘너무 바빠서 다른 동료의 손을 빌릴려면

공손하게 부탁해야 하는거 아닌가, 왠 명령조?’

제 마음속은 직원 H를 비난하느라 내내 분주했습니다.

다음날, H는 자료가 넘어오지 않자

메일을 관련부서에 보내지 않았느냐고 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민망하기도 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H는 곧바로 관련 부서들에 전화를 걸더니

‘자료가 제대로 전달 안된 것 같다. 급하니 자료를 즉시 작성해달라’며 말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저는 또 마음속으로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아니, 일을 시키려면 똑바로 시키던가!

그렇게 긴급하고도 중요한 자료였으면

편지만 달랑 보내놓기만 할 것이 아니라

강조하고 또 설명도 했어야지?!’ 라면서요


사실, 저에게도 원인과 책임이 있었습니다.

메일을 받고서 이상하다고 느꼈음에도

‘기분 나쁨’이 저를 사로잡고 있었기 때문에

메일에 대해 더 이상 신경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다고 느꼈다면, 곧바로 H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 볼 수도 있었는데

물어보지도 않았으면서 H탓만 한 것입니다.

(나중에 H와 이야기를 하면서 알았습니다.

H는 공지사항으로 올린 파일을 바로 회수하고

새로운 공지사항 (파일)을 다시 올렸다고 합니다.


- 결론적으로, 새로 올린 공지사항 파일에는 제가 이미 보았던 자료가 진짜로 누락되게 되었고

관련부서에 이를 알렸어야 옳았습니다. 처음 공지사항에는 자료가 누락되지 않았으나,

다시 자료를 올리면서 제가 보았던 자료가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엑셀파일을 정렬하면서,

하나를 맞추면 다른 하나는 빠져버리는 뭔가 애매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또 하나는, 제 마음속에 욕망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상대방에게 ‘대우와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

‘부탁하는 말을 듣고 싶은 마음’ 등이 들어있었습니다.

이런 마음 때문에 ‘음... 나도 바쁘고 여유가 없는 상황이지만,

부탁하는 말이라도 좀 해보면 도와줄 수도 있지’ 라는

다소 오만해 보일 수도 있는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아마 H는 제 속 마음에 이런 욕망이 담겨 있는 줄 몰랐을 것입니다.

이것은 어떤 사건의 원인과 책임이 상대방에게 100퍼센트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며칠이 지났습니다.

메일함을 다시 열어볼 여유가 생겨, H가 보낸 메일을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제목에 ’부서에 전달요망(죄송)‘이라고, 써진게 이제서야 보입니다.

그 때에도 분명 있었을, 저 쑥쓰러움 가득한 ‘(죄송)’ 이라는 글자는 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마음에 여유없음과 분노, 인정받고 싶은 마음 등등이

메일제목 끝에 쑥스럽게 적힌‘(죄송)’이라는 글자를 가리운 것입니다.

맙소사!

저는 즉시 H에게 메일을 관련부서들에 안내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언젠가 사무실 근처 어느 식당 벽면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 직원은 불친절한 것이 아니라 수줍음이 많은 것입니다'

저나 옆 직원이나 대화하는데 몹시 서투르지요?

어쩌면 침묵이 미덕이라 말했던 시절을 살아왔던 세대들이라서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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