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입사동기 모임을 기념하며

by 거북이

지난주 금요일 저녁, 입사 동기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술 마시고 떠들썩한 분위기는 좋아하지않아 잘 참석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날은 입사 20주년 기념일이자 승진자들도 여럿 있어 축하해주자며, 꼭 참석했으면 좋겠다는 한 동기의 연락을 받고는 안 갈 수가 없었습니다.


동기 언니가 준비해온 20주년 기념 프랑카드를 식당벽에 동기들과 함께 붙였습니다. 금가루가 붙은 케익도 준비되었습니다. 여수로, 세종시로 등등 다른 지역으로 전출간 동기들까지 하나 둘 모였습니다.

소맥이 제조되고 재밌는 건배사도 오고 갑니다.

‘이게 뭐시여?’

‘정이여!’

‘그럼 워째야 해?’

‘마셔불자~!’


빛나던 얼굴은 푸석해지고 머리가 벗겨져 이제는 이마에서 빛이 나는 동기

아가씨적 민소매로 날씬한 팔뚝을 자랑했던 동기언니, 이제는 걸걸한 아줌마 입담을 자랑하고. 핸섬 보이로서 가수 이승기를 닮았던 후배 동기의 턱은 도톰한 이중턱을 달고 있고

토요일 새벽 일찍 야외로 골프치러 나가야 한다고 술은 이제 그만 마시겠다고 손사레 치는 동기. 주식하다 몇 천은 날렸다고 울상인 동기, 부부 싸움했는지 세상 왜 이렇게 재미없냐는 표정의 동기. 그리고 20년 전 나이트클럽에서 춤추는게 너무 좋다던 동기가 요즘 무릎이 말썽이라 곧 수술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합니다.


어느새 흰머리가 여기저기 생기고, 배도 제법 나온 중년. 이는 입사 동기들의 모습이이었고 곧 나의 모습이었습니다.

서로 경쟁해야 하는 직장에서 연결된 인간관계를 만든다는 것이 꽤나 어려운 일일까요.

‘입사동기’라는 말이 그래서인지 더욱 남다른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때로는 꼰대 소리도 듣기도 하고,

겉모습도 울퉁불퉁하고 균형도 맞지 않아 이성을 매혹시키는 겉모습도 아니지만.

그래도 ‘입사 동기’라는 말에 가슴 한 켠이 따스해지고 입꼬리가 올라가지는 이유는

한때는 찬란하고 아름다웠고 무모했으며 도전적이고 순수했던 젊음을 기억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가 그 시간들을 모르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어떻게 우리가 온몸으로 그 시절을 지나왔는지 알기에 애잔하기 때문일 겁니다.

값없이 그냥 지나오지 않았습니다. 물흐르듯 떠밀려 오지도 않았습니다.

기쁠 때도 있었지만 때로는 가슴이 절절했고 억울해했고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금이가고 깨지고 못생겨 지고 말았지만

시간과 함께 세월의 흔적들을 여기저기 묻혀 나누어 가지는 것

그래, 이것도 세월의 일부이지, 이것도 생의 한 모습이지 합니다.

우린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중인 걸로 그날의 한 장면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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